▲ 유영옥 교수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의미하는 블랙시트(BREXIT) 결정이후 세계질서가 신기류에 휩싸이고 5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통해 북한은 핵무기의 실전배치단계로 접어 들었다. 한미 양국군은 북한이 지난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을 맞아 발사할지도 모를 군사도발에 대비해서 6일간의 일정으로?항공모함까지 동원하여 한반도 전해상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에 들어간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주민에게 정권의 실상을 알리는 정보 제공과 탈북민수용 대책을 내각에 주문하며 본격적인 체제압박에 나섰다.

내외우환에 직면한 격랑의 한반도의 오늘의 자화상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정부가 북한의 급변 사태에 대비해 10만명 규모의 탈북자를 수용할 수 있는 '탈북촌' 건설 계획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격랑의 대내외적 정세속에서도 우리의 정치권은 국가안보나 국민들의 삶에는 안중에도 없이 이해각축에 골몰하면서 국론은 사분오열된 채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는 우려스러운 행태만 노정하고 있다.
 특히 야당은 정부와 각을 세우면서 국가안보의 문제조차도 당리당략적 차원에서 초당적인 자세로 협력하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11일 세계지식포럼에서 웬디 셔먼 전 정무차관의 강연 끝에 야당 대표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하여 질문하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면서 드러난 당리당략적 태도는 그 일면을 잘 보여준다. 이 야당대표는 한국정부의 입장과 배치되는 주장을 하는 것도 넘어서 마치 중국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중국대변자 같은 인상마저 주었다.

지금 세계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의미하는 블랙시트(BREXIT) 결정이후 자유주의 시장경제와 자유무역주의를 향해 순항하는가 싶던 세계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각 국에 민족주의적 색채가 짙어지고 보호무역주의의 강화에 대한 우려도 증대되고 있다.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의 대선은 그러한 신기류를 가늠케 하는 첫 번째 파고일 것이다. 내셔널리즘적 색채를 띠면서 위대한 미국의 부활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는 공화당의 트럼프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한국의 안보와 경제에 적잖은 도전이 될지 모른다. 그는 당선 시 주한미군의 한국측 분담금의 인상과 한미 FTA의 재협상을 공언하고 있다. 민주당의 대선 경제정책 공약들을 보면 힐러리가 당선되어도 예전에 비해 보수적인 경제정책의 방향으로 나아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경제의 저성장의 기조 속에서 수출의존도가 큰 한국경제는 간판기업인 삼성과 현대까지 흔들리면서 위기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 예로 삼성전자가 출시했던 신제품 갤럭시 노트7이 제품 결함 때문에 단종에 들어갔다. 삼성전자의 전매특허인 '품질 제일주의' 품질 경영이 위기를 맞은 것이다. 현대차 역시 한국병으로 까지 불리는 귀족노조에 볼모로 잡혀 있다. 강성 노조의 파업으로 9월의 자동차 수출이 20% 이상 하락했고, 10월 초도 50% 이상 줄었다. 한국 경제에서 두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을 생각할 때 이 두 간판 대기업마저 흔들리면 한국경제는 커다란 혼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주지하듯이 해운·조선·철강·유화·건설 등 우리경제의 주력 업종들이 하나같이 국제경쟁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 해운·조선은 구조조정 대상에 들어갔지만 경쟁력을 회복할지는 미지수다. 우리의 상장 기업의 30%가 번 돈으로 은행이자도 못 갚는 이른바 '좀비 기업'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 사이 가계 부채와 기업 부채는 폭증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핵무기의 소형화 및 경량화와 그 운반수단인 미사일 개발을 완료하고 핵무기의 실전배치 단계로 진입하면서 국내외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북한의 핵 개발은 그동안 북핵을 막기위한 국내외적 노력을 수포로 돌아가게 하는 것으로써 우리 모두에게 우려와 공포, 실망과 분노, 그리고 좌절감과 절망감을 앉겨 주고 있다. 주지하듯이 북한의 5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이후 중국과 러시아까지 한목소리로 유엔에서 대북제재안을 결의하여 이행중이며, 최근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제 60차 총회에서 168개국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북핵규탄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정치권은 군사기밀이며 고도의 전문적 판단이 요구되어 정치적 논란거리로 삼기에 부적절한 사드배치 논란이나 하고 있다. 북핵과 관련하여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중국 당국과 학자들 사이의 대북 정책에 대한 논쟁에서 한미 양국의 '외과수술식 핵시설 타격'이나 '김정은 제거'를 지지하는 언급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까지 중국은 북핵에 반대하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도 동참했지만 북한 체제의 안정을 위협하는 수준의 제재에는 반대해 왔다. 이는 한국과 미국 주도로 이뤄지는 대북 압박으로 인해 북한 정권이 붕괴할 경우 미국의 역내 영향력 확대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중국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자신들의 전략적 이익이 침해받거나 역내에서 전략적 균형이 훼손됐다고 인식할 경우 언제든지 북한 문제를 전략적 지렛대로 활용해 자국의 역내 영향력 확대에 이용하려 할 것이라는  복선이 깔려있다. 이처럼 중국이 한반도 문제를 미·중 간 전략 경쟁 관계의 하위구조로 인식하고 있는 정책정향은 김정은 정권이 중국의 손아귀에서도 떠남으로써 중국의 국가적 이해에 상충될 때는 중국이 북한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가능성도 배재하기 어려움을 시사한다. 

이처럼 작금에 한반도는 세계의 정치, 경제질서의 변화 가능성, 미국의 정권교체기에 미국과 중국의 패권교차점에 끼어 있는 북핵문제로 인한 한반도 질서의 변동성으로 우리의 안보와 경제의 유동성과 유험성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의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진영 모두 북한의 핵 도발이 임박할 경우 선제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만큼 미국이 북핵에 대한 인식이 엄중하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상황에 유연하고 신축적으로 대처해야할 주체인 우리 정치권의 행태들은 마치 어린아이에게 폭약을 맡겨 놓은 것처럼 불안하다. 한국의 정치는 한마디로 추구하는 가치와 우선순위를 상실한 채, 당리와 사리사욕에 매몰되어 북극해의 유빙처럼 떠돌고 있다.

정치적 가치의 우선순위는 보편성, 세계주의, 애국, 당리, 개인의 명예와 같은 질서정연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한국의 정치는 이러한 우선순위의 배열이 극단적으로 전도되어 있다. 당리를 위해 애국을 희생시킬 수는 없다. 진영논리에 매몰되어 국가안보의 문제 조차 당리당략적 차원으로 이용하는 것이 한국정치의 현실이다. 입으로는 “ 한반도에서 전쟁만은 안된다”고 떠벌리는데, 서로 비난만 일삼고 갈등만 조장하는 정치로 국론이 사분오열된 오늘의 현실이 전쟁을 부를지도 모른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이제부터라도 한국정치는 유연성과  합리성을 바탕으로  소통과 합의를 통한 협치와 국론통합 그리고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그 물꼬를 틀어야 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