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두 눈이 흐릿하고 깔깔하며 아파 봄부터 음침하고 어두운 곳은 지팡이가 아니고야 걷기가 힘들었다.’(조선왕조실록 세종 편 中) ‘몇 년 전부터 점점 눈이 어두워지더니 올 봄(1799년) 이후로는 더욱 심하여 글자 모양을 분명하게 볼 수가 없다.’(조선왕조실록 정조 편 中) 후대에 이름을 떨친 조선의 두 임금도 실은 ‘장애인’이었다. 이는 우리가 평소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왜곡됐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황인상 기자 his@

우리 주변에 있지만 무심코 지나치거나 관심 없이 대하는 이들, 바로 장애인이다. 2015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장애인 인구수는 273만 명으로 인구 만 명 당 559명이 장애인이다. 이들 중 88.9%가 사고나 질환 등으로 후천적 장애를 가지게 되는 만큼 누구라도 뜻하지 않은 사고로 장애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심장과 신장, 간 등 내부 신체 기관에 대한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완치되기 어려운 신체 내부기관의 질환으로 장기간에 걸쳐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는 사람들을 내부장애인이라고 부른다.

▲ 황정희 이사장

황정희 내부장애인협회 이사장은 “신장 투석을 받는 사람들, 대장암 수술을 받고 배에 인공항문을 만들어 놓은 사람들, 간 이식 수술을 받은 사람들, 호흡기나 심장의 기능이 심각하게 저해된 사람이나 간질 환자들이 법적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며 “사회적으로 내부장애인에 대해 알고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황 이사장은 협회를 유엔 산하기관인 글로벌콤팩트에 등록하는 등 내부장애인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내부장애인 복지에 적극 앞장
2003년 정부에서 법적 장애로 지정된 ‘내부장애’는 신체적 장애 중 신장, 심장, 호흡기, 간, 장루·요루, 간질 등 6가지 내부기관의 장애를 말한다. 내부장애인 중 중증장애인의 비중은 50%를 상회하고 있으며, 이들은 고용형태가 불안한 비정규직과 단순 직종에서 저임금을 받으며 종사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출범한 (사)내부장애인협회에서는 내부장애인의 신체적 질환은 물론 건강한 일반인 중에서도 여러 가지 스트레스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의 정신적 장애, 나아가 사회적 장애까지를 내부장애의 범주로 규정해 이에 따른 현실적인 예방책을 제시한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에게 일자리 구하기란 쉽지 않으며, 일부 기업에서는 장애인 고용을 꺼리기도 한다. 일정 규모의 사업장이면 장애인을 고용해야 하는 의무제도가 있지만, 장애인에 대한 편견 등으로 현실에서의 취업이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다. 일상생활에서의 제약은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삶 질 저하에 심각한 문제가 된다. 이에 내부장애인협회는 내부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적극 지원한다.

내부장애인 뿐만 아니라 가족에 대한 지속적인 상담활동을 통해 사회적 고립과 소외감을 극복하고 건설적인 인생설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정신적 스트레스 해소와 행복한 생활을 위해 정기적인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성공적인 창업을 위한 교육과 멘토링을 실시하고, 경제적 자립 모델을 제시해 직업적 한계를 뛰어넘어 재활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 외에도 무료소변검사, 상담 등의 의료서비스를 시행해 내부장애인의 조기 발견과 예방에 힘쓰며, 대국민 홍보 및 다각적인 캠페인 사업을 전개함으로써 인식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황정희 이사장은 “내부장애인은 겉으로 티가 나지 않은 것처럼 보이나 실질적으로는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내부기관의 장애로 평생 육체적, 경제적, 사회적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러나 현재 내부장애인에 대한 복지지원은 거의 미미한 실정이다. 이들 중 절반은 1,2급 장애에 해당하는 중증 장애이며, 10명 중 3명은 의료수급권자에 속할 정도로 경제적 기반이 열악하다”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생활 속 작은 배려 실천해야
우리나라는 장애인 배려문화가 아직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잘못된 지칭은 그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장애인과 정상인의 구분은 맞지 않다. 일반인도 마찬가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부르는 것이 올바르다. 뿐만 아니다. 장님, 소경, 봉사는 ‘시각장애인’이며, 귀머거리는 ‘청각장애인’이고 벙어리, 말더듬이는 ‘언어장애인’으로 불러야 한다. 문둥이, 나병환자는 ‘한센인’, 불구는 ‘장애인’, 간질은 ‘뇌전증’이며, 정신지체는 ‘지적장애’로 불러야 맞다. 황 이사장은 “내부장애인이 받는 가장 큰 고통은 사회적 시선”이라며 “이해와 배려, 공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특별히 무언가를 더 해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내부 장애인의 입장에서 그들이 겪는 고통과 불편을 이해하는 것이 배려의 시작이다. 장애인들도 본인이 원하는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영화관에 가서 영화도 보고, 비장애인이 누리는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싶어 한다. 제도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편견 없이 대하는 것이 진정으로 그들을 위하는 일이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선진국에서는 세분화된 내부기관 장애범주를 가지고 있다. 미국은 생식기, 비뇨기, 피부, 혈액, 내분비계,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등이 내부기관 장애에 속하며, 프랑스는 비뇨기, 내분비계, 신진대사 등을 포함하고 있다. 스웨덴은 알레르기와 당뇨도 내부기관장애로 본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부기관장애 범주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황 이사장은 “내부장애인이 전체 등록 장애인 중 차지하는 비중은 5%가 채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정부의 장애인 관련 정책도 주로 외부 신체기능의 장애와 정신적 장애에 중심을 두고 있다”며 “협회는 차별받고 소외된 내부장애인의 권익보장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능동적이고 체계적인 사업을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황정희 이사장은 유엔글로벌콤팩트 10대 원칙의 준수 하에 장애인 인권침해와 노동·환경·반부패·환경을 위해 일하고 있고 중국 정부 위해시에서 한국기업을 국외에 진출시키는 투자유치위원장을 임명받아 국위선양을 하고 있다. 또한 한국노벨재단 추대위원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세계 22개국 밀알심장재단 홍보대사로서 열심히 일하고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