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속성은 흐르는 것이다. 이미 지나간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존재를 그리워하고 추억하며 과거를 회상한다. 그렇다면 그 흘러간 시간을 바라보는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과거의 기억이라는 것 역시 지금 이 순간과 접촉하고 새로운 기억으로 재창조 되는데 그것은 분명 존재했던 것일까.”
-작가 김강인의 작업노트 中

▲ 작가 김강인이 지난달 20일부터 26일까지 갤러리 도스에서 첫 개인전 ‘사라짐에 대하여’展을 열었다. 작가가 이번 전시에 선보인 작품들은 개인의 경험과 인상에 의해 자국으로 남은 기억의 흔적을 작품으로 드러내어 사라짐, 그 자체를 표현한다.

화제의 작가 김강인이 지난달 20일부터 26일까지 갤러리 도스에서 첫 개인전 ‘사라짐에 대하여’展을 열었다. 작가가 이번 전시에 선보인 작품들은 개인의 경험과 인상에 의해 자국으로 남은 기억의 흔적을 작품으로 드러내어 사라짐, 그 자체를 표현한다. 일상 안에서 떠오른 기억은 옅은 먹색으로 겹쳐지면서 불분명하고 불투명한 이미지로 남게 된다. 또한 작품의 전반에서 회색빛이 만들어내는 모호하고 아련한 느낌은 존재의 부재를 부각시킨다. 삶 속에서 문득문득 피어오르는 상실감과 그리움은 작가 김강인에게는 작업의 근간이 된다.

끊임없이 우리의 삶 속에서 반복되는 존재와 부재에 대한 감정들은 작가에게 그냥 지나치기에는 소중한 것들이다. 작품의 소재는 스쳐가는 우연이거나 주목받지 못한 소외된 것들이지만 과거에는 현실이었을 순간을 화면에 담아두고자 한다. 고정된 평면에 시공간의 흐름을 표현한다는 사실은 물이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것을 붙잡는 것만큼이나 무모해 보인다. 하지만 작업이라는 행위자체는 존재와 부재, 과거와 현재의 단절을 메우고 지속적으로 연결해주는 매개체가 된다.

▲ The moment Ⅴ_2011_한지에 수묵_130x193

미묘하고 소소한 묵의 옅은 변화들은 대상을 단순화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존재의 무게감을 더한다. 과거의 필름들이 겹쳐질수록 원래 사물이 가지고 있던 형태는 점차 사라지고 흔적만 남는다. 사라질 듯 흐릿한 영상에는 반복되는 상실에서 오는 그리움과 함께 솜털이불과도 같이 포근하고 따뜻한 기운도 느껴진다. 이처럼 작가는 지극히 개인적일 수 있는 기억을 담묵을 통해 자연스럽게 떠올리며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무의식의 환상을 만든다. 작가는 본인을 둘러싼 일상의 풍경에서 기억을 통해 사라짐이라는 존재의 부재를 자각한다.

화선지에 쌓이는 붓과 먹의 흔적은 시공간을 넘어 대상이 존재했던 순간을 제시한다. 명확하지 않은 중첩된 형상들은 보는 이의 무의식을 투영하여 함께 상상하고 호흡할 수 있게 해준다. 작가 김강인은 “작가로서 한 발자국 발돋움하고자 용기를 내었다.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작품 활동에 불씨를 당겨 앞으로 꾸준히 활동해나가고자 한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