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작가 허진은 조선말기 예원의 종장인 추사 김정희의 수제자이자 호남 남종화의 시조인 소치 허련의 고조손이며 근대 남화의 대가인 남농 허건의 장손이다. 말년에 전남 진도에 자리잡은 소치선생의 운림산방의 화맥을 5대째 이으면서 동시에 독창적인 현대 한국화를 창조하고자 노력하는 작가다.

▲ 작가 허진은 1980년대 후반, 당시 세상에 존재하는 모순적 구조를 예리하게 지적하고 파헤치는 현실비판 작업으로 화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작가 허진은 1980년대 후반, 당시 세상에 존재하는 모순적 구조를 예리하게 지적하고 파헤치는 현실비판 작업으로 화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작가는 지난 20여 년 동안 인간과 자연의 문제를 생태학적 관점에서 풀어낸 ‘유목인간/동물’ 연작과 과학화, 문명화된 현대사회 속에서 중심을 잃고 방황하는 인간 내면을 치밀하게 들춰낸 ‘익명인간’ 시리즈 등을 꾸준하게 선보여 왔다. 지난 3월 가졌던 개인전에서는 고도로 물질화된 현대과학문명시대를 살아가는 동시대 인간실존에 대한 반성적 탐구와 환경과 생태, 이주와 정주 등의 문제에 대해 특유의 비판적 시각과 현재적, 미래적 해석이 돋보이는 근작 40여점을 선보였다.

특히 가장 최근의 관심 중 하나인 ‘이종융합동물+유토피아’, ‘생태순환’' 등은 유전공학에 대한 가능성과 한계를 지적한 것으로 과학에 대한 맹신을 경계하고 대자연과 공생하는 인간의 지혜로운 미래적 삶이 필요함을 시각적으로 강하게 제시하고 있다. 생태학적 관심을 바탕으로 인간과 자연과의 공생 관계에 주목해온 작가는 현실에 예민하게 반응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최근 들어 화면 속에 자주 등장하는 말이라든가, 몇몇 형광색들로 주조된 화면, 어릴 적 기억들을 반추하고 그것을 현재 시제와 결합하는 '생태순환도' 등이 그것이다.

▲ 유목동물+인간-문명2010-32,130×162,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2010

그의 그림 속에서 말은 하나의 분명한, 희망과 소통의 가능성과 증거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튀는 소재와 색을 물리적으로 조율하기 위함이다. 존재의 심리적 두께는 인정하되 함께하는, 공생하는 세상을 지향하는 따스한 마음으로 이해된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한 작가는 지금까지 총 17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제8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제1회 한국일보청년작가 초대전 우수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등을 수상한 역량있는 작가 허진은 지금까지 총 380여 회의 기획전에 참가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전라남도 미술대전 심사위원, 전국대학미전 심사위원, 한국화대전 심사위원, 뉴프론티어 공모전 심사위원, 광주시립미술관 운영자문위원, 한국미술협회 이사, 광주광역시 미술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한 그는 현재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한국화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