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작가 윤동천의 예술세계를 구성하는 대표적인 형식은 이미지와 텍스트의 충돌이나 해체적 결합을 통한 일종의 기호학적 유희와 신랄한 풍자다. 유머 감각이 이 신랄함의 외연을 형성한다.

▲ 작가 윤동천은 성스러운 것, 아버지, 전체, 우주, 예외적인 것으로 정의되는 예술을 대체하는 새로운 예술을 제안해왔다.

작가 윤동천은 성스러운 것, 아버지, 전체, 우주, 예외적인 것으로 정의되는 예술을 대체하는 새로운 예술을 제안해왔다. 그 새로운 예술은 예술과 일상 사이의 분리가 치유된, 신화화되고 특권화된 예술 담론에 기대는 대신, 비록 시시하고 진부해 보일지라도 그것에 빚지지 않은 삶의 형식들을 지지하는 것이다. 예술과 사회를 바라보는 작가 윤동천의 관점들은 장르를 이해하고 해체하려는 노력, 매체를 다루는 관점과 방법론에 반영되어 있다. 작가는 사진, 프린트, 회화, 그리고 설치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르를 섭렵하고, 어떤 형식에 의해서도 구애되지 않는다.

작가 윤동천은 성분이 분명한 아방가르드(avant garde) 생산가(producer)인 동시에 여전히 전형적인―또는 고전적인―의미의 화가(painter)이기도 하다. 윤동천의 이러한 ‘장르 넘나들기’는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려는 욕망이 아니라, 오히려 장르 자체를 해체하려는 반성의 실천에 가까워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그의 세계를 ‘수사학과 회화 사이를 넘나든다’거나 ‘기호학과 개념미술 사이를 오간다’는 식으로 읽어내려는 시도는 거의 무의미한 것이 된다. 작가는 현 단계의 예술과는 전혀 다른 예술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그것을 향해 왔다.

▲ 정치가-공약,2011,애드발룬3개,각각 지름 200cm

그것은 힘, ‘예술’이라는 특권적인 명칭으로부터 도래하는 힘, 그 힘에 의존적일수록 실상은 자본의 힘에 예속될 뿐인 힘, 그것에 의해 삶의 조건들을 통제하는 조건들이 취합된 힘의 예술이 아니라, 오히려 힘의 부재, 곧 삶을 통제하는 대신 삶에 통합되며, 억압하는 대신 고양시키는 예술에 관한 것이다. 최근에 열린 개인전 <탁류(2011-2012)>에서 그는 더욱 노골적으로 사회비판적인 시각과 정치적 풍자를 드러내었다. 그가 믿는 ‘예술의 힘’은 여러 경계를 넘어 자유로운 소통을 가능케 하는, 그리하여 사람들의 생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작가 윤동천은 그의 작업에서 시각적 강렬함보다는 이면에 숨겨져 있는 불편한 진실들을 상징화하여 예술적 언어와 결합시키는 매우 진지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서울미대와 크랜브룩 아카데미(cranbrook Academy of Art)를 졸업한 작가 윤동천은 1988년 이래 가나화랑, 국제화랑, 일민미술관, 성곡미술관, 금호미술관, OCI미술관 등에서 회화, 판화, 사진, 설치 등의 작업을 중심으로 개인전을 가졌다. 국제아시아유럽 비엔날레 금상 수상(1992) 등 수 차례의 수상경력과 수백회의 전시경력을 갖고 있으며, 뉴욕공공도서관, 대영박물관, 뉴올리언스미술관 등을 비롯한 국내외 여러 미술관에 그의 작품이 소장되어있다. 현재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에 교수로 재직 중이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