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작가 이나경의 작품은  화면의 바탕을 원형 또는 타원형의 도구를 도장처럼 이용해 유채물감을 반복해 찍어내면서 색조와 물성을 강조하는 작업이 특징이다. 판화적 프로세스가 일으키는 표현의 간접성은 내밀한 리듬감을 제공하고, 종이꽃의 강렬한 기하학적 이미지는 장식 효과와 더불어 보는 이들에게 경쾌한 시각적 감흥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 작가 이나경은 오랫동안 도시에서 얻어질 수 있는 조형요소들을 작품에 끌어들인 바 있다. 수평과 수직의 건축물, 도시의 틈새,기계와 도로망이라는 건축적 요소는 오랫동안 그에게 좋은 소재가 되어 왔다.

‘다중적이고 복합적인 평면’으로 독자적인 회화세계를 구축해온 작가 이나경은 지금까지 16회의 개인전을 통하여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발표해왔다. 그의 작업은 우연히 만난 사물,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작은 존재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는 일과 관계된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공간을 경이롭게 받아들이며, 거기로부터 감도 높은 조형적 디테일을 얻어내고자 하였다.  작가는 화면 깊이 은은하게 배어있는 물감층 위에 세월의 흔적처럼 올라선 회화의 물성을 바탕으로 삼고 사뿐하게 부유하고 있는 풍경을 보여준다.

화면으로부터 초벌된 물감 층의 속살이 어른거리며 내비치는 가운데 올라선 두터운 회화의 물성은 ‘물감이 마르고 다시 그 위에 덧칠해지기까지의 지난한 창작의 시간’을 인내한 부산물이자 작가의 예술적 고뇌의 바탕이다.  바탕색을 비워가며 거기에 숨 쉴 공간을 만들어주면서도 그 위에 한 껍질씩 올려쌓아 종국에 두터운 물감층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전체 화면을 끝까지 통제하는 작가의 섬세한 화면 경영과 부단한 노동력이 요구된다.  이것은 이전 작업이나 최근 작업에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작가의 언급대로 '시촉각성'에 근간하는 화면에 다름 아니다.  지난 5월 가졌던 그의 개인전에서는 2009년 개인전 이후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신작을 선보이는 자리여서 더욱 화제가 되었다.

▲ 푸른 종이 꽃이 있는 풍경 06(Landscape with Blue Paper Flowers 06) oil on canvas 150x150cm 2012

작가 이나경은 오랫동안 도시에서 얻어질 수 있는 조형요소들을 작품에 끌어들인 바 있다. 수평과 수직의 건축물, 도시의 틈새, 기계와 도로망이라는 건축적 요소는 오랫동안 그에게 좋은 소재가 되어 왔다. 공간적이고 구조적인 특성을 가지는 그의 회화는 다분히 구축적인 방법론을 가진다. 그의 작품은 작가를 둘러싼 이런저런 경험 속에서 피어난다. 거대한 도심의 건축물과 작은 틈새만을 허락하는 종이조형의 상관관계는 의외로 밀접하다.  그의 작품 속에는 작가 자신이 일상으로부터 추출해낸 사유와 관조적 시선이 공통적으로 녹아 있다. 결국 그의 작업은 그리기와 비우기, 감추기와 드러내기, 추상과 구상, 인공과 자연의 대비적 속성을 ‘이미지’와 ‘이미지 원형’이라는 회화의 순수요소가 남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중첩시켜내는 ‘회화적 실천과 명상’을 거쳐 이르게 된 ‘풍요로운 비밀의 풍경’이랄 수 있다.
올해 중앙대학교 미술학부 교수를 정년퇴임하는 작가 이나경은 서울예술고등학교 졸업 후 미국 월크스대학과 메릴랜드 아트 인스티튜트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1972년부터 79년까지 계명대학교에서 조교수를 역임했고, 1979년부터 강의를 시작하여 현재까지 중앙대 미술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