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화가’, ‘해바라기의 화가’라 불리는 작가 김양숙의 조형적 화두는 ‘태양’과 ‘해바라기’의 두 가지를 모멘트로 이루어져 왔다. 언뜻 보면 단순한 화두인 태양과 해바라기는 작가에 의해 고답적이고 심의적인 상징 대상으로 재창조되었다.

▲ 김양숙 작가는 수필가로도 활동하며 <태양과 해바라기><태양과 해바라기-그리고 나> 등의 저서를 출간한 바 있다

작가는 외골수의 열정, 예술이나 인생에 대한 곧은 걸음, 곧은 생각, 늘 청춘의 빛깔 같은 꿈이 조합된 생애를 살아왔다. 화가일 뿐 아니라 문단에 정식으로 데뷔한 시인이기도 한 그는 ‘세기문학’신인 상을 받으며 시단에 등단했고 시창문학상, 한국문학예술상을 수상한 중견 시인이기도 하다.

독특한 미적 감각으로 독자적 조형언어와 어법 강구
문학과 미술의 두 장르를 가슴에 한 장으로 조화시킨 작가 김양숙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무수히 지나간 생의 풍경을 간명하게 응축시켜 그만의 독창적 기법으로 표현해냈다. 그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속박의 굴레를 벗어버리고 무위의 생을 영위하면서 그런 의식을 예술에 접목시킨 작가 김양숙의 언어들은 흑요석처럼 빛난다. 작가의 작품은 꽃이 있는 정물을 비롯하여 풍경, 누드, 그리고 순수추상 등 비교적 다양하다. 그러나 소재가 무엇이든지 눈에 보이는 사실을 그대로 재현하는 그림은 아니다. 추상작품을 제외한 대다수의 작품은 형태의 재해석이라는 형식 논리를 따른다. 작가 자신만의 독특한 미적 감각으로 독자적인 조형언어 및 어법을 강구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유도하는 탐미적인 시각에만 머물지 않고 희로애락의 감정을 표현하고자 했다. 작가 자신의 내면세계를 표현하려는 의지가 간취되는 것이다. 색면 구성에 의한 강렬한 원색적인 이미지의 작품들은 그의 작가적 성향을 집약한다. 여기에서 그의 조형언어는 일체의 꾸밈을 거부한 채 어린아이와 같은 조형 감각에 순응한다. 작가는 조형적인 기교를 멀리한 채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솔직하고 담백하게 표현하는 것을 이상적으로 여기는 것이다. 색면 구성을 중심으로 하는 간결한 작품은 확실히 무원죄의 세계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순수하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의 내용은 작가 자신의 꿈과 사랑, 추억, 희망, 그리고 낭만의 감정을 기축으로 하는 인생에 대한 찬미로 요약된다. 그리고 그림을 보는 이들로 하여금 삶에 대한 욕망과 열정, 흥겨운 감정에 젖어들도록 유도한다. 작가 김양숙의 작품은 소재가 무엇이든 관계없이 감정을 흔들어 놓는 힘찬 생명의 기운으로 넘친다. 무엇보다도 밝고 화려한 원색적인 색채이미지로 꾸며지기에 시각적인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감정을 요동치게 만든다. 삶에 대한 절대적인 긍정을 통해 생체에너지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작가의 작품은 기존의 어떤 표현양식이나 형식으로부터도 자유롭다. 그림은 오로지 아름다워야 한다는 대전제만을 충족시키려는 듯 싶다. 어딘가 낯설고 생소하더라도 감정을 자극하고 잠재적인 욕구를 분출시킬 수 있는 색채이미지야말로 작가 김양숙의 작업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자 힘이다.

  태양과 해바라기

   너와 나의 탄생이
   신의 은총이라면
   너와 나의 첫만남은
   운명이였다네

   너와 나의 사랑이
   필연이라면
   너와 나의 이별은
   숙명이였다네

   
   인 연

   옷깃을 스치고 간
   바람같은 인연
   생사를 가르고 간
   구름같은 인연

   어느 것이
   너와 나의 인연인가
   그 인연 홀연히
   다시 필연으로 이어
   세상과 같이 이별하리라
  

삶에 대한 욕구와 열정, 그리고 희망을 일깨우다
작가 김양숙의 색체언어 및 그 기술방식은 파격적이다. 원색적인 색채를 즐기는 화가들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색채조합 및 배열에 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다른 화가들과 전혀 다른 색채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해와 해바라기의 작가 김양숙에게 있어 해는 꿈이고 열망이자 변하지 않는 생의 지표이며, 해바라기는 바로 그 자신, 자화상이다. 변함없이 해를 향하여 고개를 드는 해바라기처럼 그는 변칙이 없는 삶, 변칙이 없는 작가의 길, 표리가 없는 모습으로 살아왔다. 그래서일까. 그의 화면은 경쾌하면서도 장중하다. 간명하면서도 깊은 철학이 있고, 조형법을 무시한 듯한 과감한 구도이면서도 균형이 잘 조율되어 있다. 작가 김양숙만이 가능한 조형법인지도 모른다. 작가 김양숙의 작품은 새삼 삶에 대한 욕구와 열정, 그리고 희망을 일깨운다. 그리고 온갖 생명체가 함께 하는 이 세상이란 정말 살만한 가치가 있는 곳임을 역설한다. 그의 그림은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는 대자연의 조화는 눈부신 태양의 산물이고, 우리들 인간 삶의 에너지는 다름 아닌 사랑의 열정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프랑스 르 살롱전, 파리구상 미술 비평전을 비롯하여 현대조형작가상, 오늘의 미술가상, SEAF최고상을 수상한 작가 김양숙은 지금까지 총 16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프랑스, 호주, 중국, 한국 등을 오가며 국내외 유수의 그룹전, 기획전에 참가하며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그는 수필가로도 활동하며 <태양과 해바라기><태양과 해바라기-그리고 나> 등의 저서를 출간한 바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