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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조희팔 주식 사기 사건 발생
피해 규모만 수백 억 원 달해
2016년 10월 08일 (토) 01:46:14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한국의 억만장자 4명 중 3명은 선대의 부(富)를 세습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가장 빨리 세계 부호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중국은 상속 부자 비율이 고작 2%에 불과했다. 이제 한국에서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그저 속담에 불과하다.

장정미 기자@

우리나라는 현재 중산층이 사라지고, 계층간 격차는 날로 크게 벌어지는 중이다. 장기화되는 경기침체로 흙수저들의 삶은 더더욱 피폐해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이들을 상대로 한 범죄 역시 날로 급증하는 중이다.

유명세 얻은 후 회원들 상대로 주식 사기
지난 9월7일 검찰은 1700억원의 불법 주식 매매를 하고 수백억 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는 이희진씨를 구속했다. 서울남부지법은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있고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대주주와 결탁해  대주주가 갖고 있던 지분을 투자자들에 시세보다 50~100% 비싸게 판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자신이 사둔 장외 주식 일부에 대형 악재가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이를 비싼 가격에 판 혐의도 받고 있다. 흙수저 출신 청담동 주식부자로 유명세를 얻은 이희진씨는 지난 2014년 7월부터 최근까지 유사 투자자문사를 설립한 뒤 불법으로 1670억 원 가량의 주식을 매매하고, 원금 보장을 약속받고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끌어들이는 유사 수신행위로 150억 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방송에 나온 그의 모습을 보고 투자했으며, 그와 주식을 거래한 인원은 1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중에는 전월세를 전전하는 사람들도 많아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케이블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을 자수성가한 ‘흙수저 출신’이라 소개했던 이씨는 블로그나 SNS에 강남 청담동 고급주택이나 고가의 외제차 사진을 올리며 재력을 과시하면서 일명 ‘청담동 주식부자’로 통했다. 케이블TV 채널에서 증권방송 전문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이씨는 2014년부터 2년 연속 부문별 회원 수 1위인 ‘베스트 파트너’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종편방송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재력을 과시했다. 청담동 백만장자라는 이름표를 붙여준 것도 이 프로그램이다. 방송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은 그는 인터넷 유료 방송을 진행하며 회원을 상대로 주식 강의를 했고, 2014년에는 유사투자자문사인 미라클 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한 데 이어 미라클 홀딩스, 미라클E&M, 미라클 해운, 올해 미라클 위즈도 설립후 유료 회원들을 상대로 비상장 주식을 사라고 권유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는 “상장만 하면 100배, 1000배 수익도 낼 수 있다. 투자했는데 가격이 내려가면 제가 두 배로 환불해 드린다”며 투자자들을 끌어 모았다.

장외주식 특성 악용해 부당이득 취해
일반적으로 비상장주식은 시장에서 즉시 불특정 다수와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고 개인 대 개인 간의 거래가 이루어지는데, 기업 공개가 되지 않기 때문에 비상장주식 사이트의 시세를 참고해 거래 상대방과 거래를 진행한다. 비상장 주식을 뜻하는 장외주식은 상장돼야만 생명을 부여받는 주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장 후 시세차익을 20~30배까지 올리기도 해 ‘대박’ 투자처로 여겨진다. 이씨는 수법은 돈이 필요한 기업들에 자금을 융통하고, 돈을 벌고 싶은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안겨주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했다. 비상장기업의 주주들은 상장 전이라도 장외시장 등을 통해 주식을 거래하고자 한다. 일단 거래만 되면 주식 가치가 오르기 때문이다. 기업주 입장에서도 장외시장이나마 주식발행을 통해 돈을 조달할 길이 생긴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비상장 주식의 가격이다. 상장 주식은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이 증시를 통해 시장가격을 형성한다. 그런데 이 대표는 가격을 스스로 정했다.

기업에서 주당 1만 원에 주식을 받아와 투자자들에게는 10만 원에 파는 게 가능한 구조다. 1만 원이던 주식의 가치가 10만 원까지 올라가지 못하면 심각해진다. 더욱이 10만 원을 주고 산 주식의 실제 가치가 그보다 한참 못 미치고, 심지어 상장되지 못해 거래도 잘 안 된다면 그 손실은 고스란히 투자자 몫으로 돌아간다. 이씨는 이러한 비상장주식의 특성을 철저하게 악용했다. 인터넷 유료 방송을 하며 이미 공모가 범위가 정해진 비상장주식의 가격을 예상 공모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회원들에게 매도했던 그는 목표가라고 말한 금액보다 가격이 내렸을 때에는 2배로 오를 만큼 좋은 내부 정보를 알고 있다며 조금만 기다리라는 말로 회원들을 회유했다. 한 투자자는 “이희진이 보통 문제되면 자기가 2배로 보상을 해주겠다”며 “거래소나 코스닥에 보유하고 있는 종목을 다 팔아라. 그거 왜 가지고 있느냐. 또 집을 팔아라, 대출 받아라, 퇴직금 넣어라 그렇게 해서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 줄 알고 돈을 싹싹 긁어서 투자를 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A사가 한국거래소 코스닥 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에 희망공모가를 5만1000원~6만1000원으로 적어 냈다. 그러나 이 씨는 공모가를 적어낸 다음날인 22일부터 4일간 5번째 거래를 진행하며 회원들에게 주당 9만1891원에 매각했다.

이후 이 씨는 9월, 10월에 6차, 7차 거래를 진행하며 8만3000원, 7만9000원에게 매각했다. 11월 4일 이 회사의 시초가는 6만5100원에 형성됐으며, 현재 3만6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B사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B사는 상장예비 심사청구서에 희망 공모가를 2만5000원~3만원으로 써내고 지난해 11월 2일 투자 설명서에 공모가를 3만원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 씨는 바로 다음날인 3일 회원들에게 4만1500원에 B사의 주식을 매각했다. 특히 장외주식시장에서 기업 정보는 접근 자체가 매우 어렵다. 기업 공개가 이뤄지지 않은 회사에 대해 개미투자자들이 관련 정보를 얻어내기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장외주식의 가격은 거래를 하는 당사자들이 직접 가격을 설정하기 때문에 매도자가 매수자에게 얼마에 팔았는지 아무도 모르기에 투자자들은 이씨가 제공하는 한정된 자료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가 추천해 주는 종목은 대다수 시세 사이트에는 등록되어 있지 않았고, 특정 사이트에만 등록돼 있었다. 한 피해자는 “그 시세 사이트 콘텐츠는 다 이씨가 관리한 것으로 들었다”며 “시세를 자기가 적어 놓고, 회원들에게 공신력 있는 자료니까 믿으라고 한 것 같다”고 전하기도 했다.

피해자들 구제는 사실상 어려울 듯
희대의 주식 사기 사건의 피의자인 이희진씨가 사기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가운데 이씨의 어머니도 함께 피해자들을 속인 정황도 포착됐다. 지난 9월9일 검찰에 따르면 이씨 뿐 아니라 그의 동생인 이희문씨에 대한 주요 혐의가 드러난 만큼 조만간 이씨 형제의 모친인 황모 씨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씨 형제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미라클인베스트와 미래투자파트너스, 그리고 어머니 황모 씨가 대표로 있는 케이론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주식거래를 할 수 있으니 안전하다고 피해자들을 현혹했다. 하지만 이 세 개 회사는 사실상 모두 가족회사로, 미라클의 감사는 어머니가, 어머니 회사의 감사는 동생이 맡는 식으로 운영됐다. 앞서 서울 남부지검은 9월7일 이 씨의 동생 이희문 미래투자파트너스 대표에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동생은 형과 함께 피해자들을 속여 부당이익을 취한 뒤 장외 주식거래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는 형이 유료회원들에게 홍보한 장외주식 실제 거래를 담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와 이 씨의 동생 등이 검찰에 체포돼 구속됐지만 재판을 받더라도 피해자들이 손실금액을 돌려받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피의자들이 이미 재산을 빼돌렸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씨 형제가 유명 로펌 등을 변호인으로 내세울 경우 실제 형량도 무거워지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전부터 이 씨 형제가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재산을 현금화해 은닉하고 있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박봉준 피해자모임 대표는 “형인 이 씨가 동생을 통해 부동산과 주식을 현금화한다는 정황 증거가 이미 나왔다”며 “이 씨 형제를 고발할 때도 검찰에 해당 내용을 알렸고, 검찰도 재산 은닉 정황에 대해 수사를 진행해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조만간 이씨의 범죄수익에 대한 추징보전명령을 청구할 계획이다. 추징보전명령은 범죄로 얻은 부당이득이나 재산을 재판 확정 이전에 양도나 매매 등으로 처분할 수 없도록 하는 명령으로 가압류와 유사한 재산 동결 조치다.

이씨의 범죄수익에 대해 추징이 이뤄지면 1000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피해자들이 피해액 일부를 보전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향후 이씨의 형이 확정되면 검찰은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이씨의 범죄수익을 사건 피해자들에게 돌려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 구제가 모두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피해자들이 구제를 받으려면 이씨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는 인과관계를 인정받아야 한다. 또 이씨가 재산의 상당부분을 해외로 빼돌렸거나 탕진해 추징보전액이 피해액에 훨씬 못 미치는 경우 피해액 일부만 받게 된다. 실제로 조희팔 사기·사망 사건에서 조희팔 일당의 범죄수익금은 약 2900억원으로 추산됐지만, 검찰이 환수하거나 추징보전한 범죄수익금은 950억원대에 불과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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