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7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이 지난 8월31일 결국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국내 최대 해운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감에 따라 2~3개월 동안은 수출입 화물 처리에 혼란이 예상되고 있다.

황태희 기자 hth@

법원은 한진해운의 자산 처분을 금지하는 보전처분과 채권자가 한진해운 자산의 강제집행을 금지하는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리고, 지난 9월1일 한진해운 본사와 부산 신항만 등을 방문해 현장검증 등을 거쳐 법정관리 개시를 결정했다.

국내 최대 해운사 법정관리 절차 밟아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감에 따라 해운 물류대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6부는 “한진해운이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 등을 감안해 신속하게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30일 한진해운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결국 부족 자금지원 요청을 거절하면서 부실경영에 빠진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지독한 경영난에 시달리는 한진해운은 국내에서는 단연 1위 규모의 해운사이자, 세계 7위에 랭크된 세계적인 해운사다. 때문에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결정은 조선업계는 물론 국내 산업계에 미치게 될 파장은 매우 크다. 특히 수출 물류의 대동맥으로 불리는 해운업의 가장 중심에 있던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선다는 것만으로도 한국경제에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지난 8월30일 산업은행과 채권단은 한진해운의 자금지원 요청을 만장일치로 거절했다. 한진해운에 자금을 수혈해도 현재 해외에서 빚진 외상값을 갚는 것이 1순위이기 때문에 말 그대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것이 채권단의 판단이었다. 한진그룹이 자체적으로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 마련한다고 금융당국에 제시한 금액은 총 5000억원에 불과했다. 가장 높은 수익을 내고 있는 대한항공이 4000억원을, 그밖에 계열사들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1000억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었다. 한진해운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부족자금은 1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은행은 한진해운이 추진하는 선박금융이나 용선료 조정이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이 되지 않기 때문에 여기서 발생하는 추가적인 부족자금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한진해운이 당장 갚아야 할 빚이 상거래 연체 채권인 6500억원이라고 하는데, 한진은 올해 2000억원만 상환할 수 있고 나머지 4500억원은 산업은행과 채권단이 안아야 할 판이었다. 대외적인 리스크도 상당하다. 여름 시즌은 해운업계에게 최대 성수기임에도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운임료가 인상되기는커녕 뒷걸음질 치는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한진해운의 회생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었다. 글로벌 2대 선사인 머스크·MSC도 현재 영업손실을 내고 있는 등 해운시장은 앞으로 좀처럼 턴어라운드의 조짐이 감지되지 않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해운 컨테이너 운임료 최대 5배까지 상승
아시아에서 출발하는 해운 컨테이너 운임료가 최대 5배까지 상승하는 등 한진해운 여파가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9월6일 기준 상해발 컨테이너 운임이 2~5배 오르며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컨테이너 운임료가 오르면서 수출기업들도 비상이다. 피해를 호소하는 수출기업도 계속 늘고 있다. 한 중소기업은 수출물량(12만8000달러)보다 더 큰 20만 달러의 추가비용이 들어가는 상황에 몰리며 물량 수송에 애를 먹고 있다. 9월9일 한국무역협회의 수출화물 물류애로 신고센터 피해접수 현황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총 256개 기업에서 258건의 피해가 접수됐다. 신고 화물금액으로는 1억11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날 대비 신고 건수는 17%가 증가했다. 항로별로는 아시아(131건), 미주(118건), 유럽(113건), 중동(72건) 등의 순을 보였다. 유형별로는 선박억류가 83건이며 해외입항거부(108건), 해외반입거부(12건), 해외출항거부(7건) 등으로 나타났다.

선하증권 발급과 운임환불을 받지 못한 신고건수도 12건이었으며 한진해운 선박으로 해상 운송중인 화물로 피해가 우려된다고 접수된 신고건수도 36건이었다. 피해규모가 이처럼 크게 확대된 이유는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대기업을 포함한 중소‧중견 무역업체의 신고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는 납기지연으로 인한 바이어(BUYER)들의 이탈과 클레임에 대한 우려 등이 대다수다. 무협은 수출기업의 피해가 갈수록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납기지연 사태가 2주 이상을 넘어갈 경우, 중소기업은 자금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일부 기업은 납기지연을 우려해 대체물량을 항공기로 긴급 운송하고 있지만, 비용 상승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이 부담해야 할 처지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자구노력과 함께 정부의 개런티(지급보증)가 없다면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 피해 규모가 늘어나는 것은 컨테이너 시장 운임요금 상승이 한몫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시황 포커스에 따르면 9월2일 현재 컨테이너 시장은 상해발 운임지수인 SCFI가 전주대비 166.7p 상승한 736.1p를 기록했다.

반면 용선료 지수인 HRCI은 같은 기간 1p 하락한 428p를 나타냈다. 해운시황포커스가 일주일 단위로 자료를 업데이트한다는 점에서 컨테이너 시장이 한진해운 여파를 떨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특히 SCFI가 크게 오른 것은 국제적으로 쇼핑 성수기가 도래한데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컨테이너 운송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신청전까지 북미항로 7.4%, 유럽항로 4%의 공급점유율을 보유했다. 이 물량이 제대로 소화되지 못하면서 일주일 사이에 운임료가 폭등한 것이다. 아시아-유럽항로의 경우, 상해발 유럽행 운임은 전주 대비 TEU당 254달러 상승한 949달러를 기록했다. 또 아시아-북미항로는 상해발 북미행 운임이 미서안은 전주 대비 FEU당 593달러 상승한 1746달러, 미동안이 757달러 상승한 2441달러를 보였다.

대한한공 측, 조건부로 600억 지원 결정
한진그룹이 지난 9월6일 조양호 회장 사재 400억 원을 포함해 해운 물류 대란 해소를 위해 1000억 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정부가 당정협의를 통해 ‘한진 측이 담보를 제공할 경우’라는 전제조건을 달아 1000억 원 안팎의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지 2시간여 만이다. 한진그룹이 정부의 여론 압박에 따라 ‘대주주 책임’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자체 자금 조달에 나서 법정관리에 따른 해운 물류 대란의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다. 한진그룹은 이날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해외터미널(미국 롱비치 터미널 등) 지분 및 대여금 채권을 담보로 600억 원을 지원하고, 조 회장이 사재 400억 원을 출연하는 등 총 1000억 원을 그룹 자체적으로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이 이미 법원 관리하에 들어가 있지만 그룹 차원에서 수출입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한진그룹은 이번 자금 지원 외에도 물류 대란의 원활한 해결을 위해 그룹 계열사를 통한 물류 처리 및 수송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해운 물류 사태의 1차적 책임은 한진해운 대주주인 조 회장 측에게 있다는 정부의 입장에 대한 대답인 셈이다. 그러나 이 역시 순탄한 진행이 어려울 듯 하다. 직접 자금 지원에 나서기로 했던 한진그룹 내부에서는 반발기류가 감지되고 있고 법원으로부터 출자 요청을 받았던 채권단도 사실상 거절의 뜻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에 대한 긴급자금 지원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당장 표류중인 한진해운 선박에 적재된 약 140억달러(약 15조원) 규모의 화물이 주인을 찾지 못한 채 채권자 등에 의해 처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물류대란 파장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진그룹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9월8일 한진해운 자금지원 여부에 대한 내부 논의를 각각 진행했지만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했다. 대한항공은 이날 긴급 이사회를 열고 한진해운의 자산을 담보로 받고 유보금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를 벌였으나 일부 반대 의견이 생기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한진해운이 이미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는 데다 사실상 청산 가능성이 유력한 회사에 유보금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경제 논리와도 맞지 않고 자칫 배임 혐의가 생길 수 있는 점 등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어 9월10일 열린 이사회에서는 한진해운에 6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의했으나 ‘담보 선취득’ 조건이 붙어 실제 집행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대한한공측은 한진해운에 대한 600억원 지원 안건과 관련, 해운이 보유한 롱비치터미널 담보를 먼저 취득한 후 자금을 대여하는 조건으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자금 지원의 시급성을 감안해 선 지원 후 담보로 즉시 진행하고자 했으나 사외이사들이 배임 등 법적 문제와 관련한 장시간 토의 끝에 담보 확보 후 지원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담보 선취득 조건을 붙여 자금지원을 결의한 것은 한진해운이 청산절차를 밟을 경우 자금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는 부담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진해운은 롱비치터미널 지분 54%을 보유하고 있다. 선(先)담보 취득조건이 붙음에 따라 한진해운에 대한 대한항공의 자금지원이 실제 이뤄질지는 확신할 수 없게 됐다. 한진해운이 이미 롱비치터미널 지분을 담보로 해외 6개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렸기 때문이다. 또 롱비치터미널 지분 46%는 세계2위 해운업체인 MSC가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한진해운 보유 롱비치터미널 지분을 담보로 잡으려면 먼저 이들 해외 금융기관과 MSC의 동의를 받아야한다. 하지만 MSC와 롱비치터미널 지분을 담보로 채권을 회수해야하는 금융기관들이 대한항공의 담보취득에 동의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배임 등을 이유로 먼저 담보를 확보해야한다는데 의견이 모였다”며 “금융기관의 동의를 받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자금이 조속히 지원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입장은 채권단도 마찬가지다. 채권단은 조건 없는 추가 자금지원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법원의 요청을 공식적으로 거절한 것은 아니지만 ‘담보 없는 추가 지원은 없다’는 원칙은 여전하다”며 “업황이 어렵고 회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채권단이 무작정 돈을 빌려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美 법원, 한진해운 선박 압류 금지 승인
미국 법원이 한진해운 선박의 압류금지 조치를 승인하면서 일부 항만에 하역 작업이 가능해짐에 따라 미국행 물류 지연 사태가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 정부는 9월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해운업 관련 관계부처합동 TF 4차회의를 통해 미국 뉴저지 소재 연방법원이 현지시간으로 9월9일 오전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압류금지 조치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지시간으로 9월10일 오후 8~9시부터는 미국 롱비치 항만 인근에 대기 중인 한진 그리스호 등 선박들이 순차적으로 입항해 하역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판결에 앞서 윤학배 해수부 차관과 미국 상무부 부차관보는 양국의 입장을 논의하는 비공식 회동을 가졌다.

미국 정부는 보건복지 관련 업무로 방한한 다이앤 패럴 미국 상무부 아시아담당 부차관보를 통해 우리나라 정부에 미국 화주들의 애로사항을 전달했다. 윤학배 해수부 차관은 “패럴 부차관보가 연말 소비 시즌을 준비하는 화주들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며 “이에 롱비치에 입항하기 위한 ‘스테이 오더’나 절차와 관련해 협조를 요청했고 (부차관보가)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미국 법원의 압류금지 조치 승인으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 9월5일과 6일 각각 일본과 영국행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압류금지 조치가 발효됐고 싱가폴도 압류금지 잠정 조치를 발효한 상황을 고려한 평가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독일과 스페인 등에서도 압류금지 신청을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에 따르면 하역 정상화까지 관리해 나가야 하는 선박은 모두 41척이 남았다.

한진해운 보유 97척 중 하역을 완료한 20척과 국내 항만 복귀를 유도하는 36척을 제외한 선박들이다. 최 차관은 “한진해운을 포함해서 유관기관들이 각자 자리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특히 노력하고 정부도 화주, 선원들의 안위나 보호들을 위해 최대한 지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의 숨통은 트였지만, 국적선사가 보유하고 있던 ‘황금 항로’ 일부를 외국 선사에 고스란히 내주는 상황은 변함없을 전망이다. 9월10일 기획재정부와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단독으로 운항하던 미주 항로 4개 노선과 유럽 항로 1개 중 미주 항로 3개 노선에는 덴마크와 스위스 국적선사가 투입된다. 세계 1·2위 선사인 머스크와 MSC가 한진해운의 자리를 대체하는 것이다. 윤학배 해수부 차관은 “한진이 단독으로 운행했던 항로를 어떻게 보완할 건가가 중요한데 현대상선이 미주 항로 1개에 (선박을) 투입한다”며 “모자란 부분은 머스크와 MSC가 투입한다”고 설명했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의 책임론 불거져
지난 9월9일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업 연석청문회(서별관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법정관리 사태에 대한 직접적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지난 2008~2014년간 한진해운을 경영한 최 전 회장의 책임론이 제기됐다. 수년간 한진해운 경영책임자로 나선 최은영 회장은 이번 한진해운 사태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9월7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해 유수홀딩스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11억2천2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지난 8월16일 제출된 반기보고서를 보면 올해 상반기에도 5억6천100만원의 급여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이 대표로 있는 유수홀딩스는 현재 2000억원대 가치가 있는 여의도 한진해운 사옥을 소유하고 있다. 이 건물에서 벌어들이는 임대료는 연간 140억원 수준으로, 한진해운도 연간 40억원 정도의 임대료를 이 건물에 지불해야 하지만 최근 경영 악화로 일부 임대료를 연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은 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가 타계한 뒤인 2003년, 3남인 故 조수호 회장의 독자 경영 체제가 시작되지만 조수호 회장이 2006년 지병으로 별세하면서 부인 최은영 회장이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최은영 회장이 경영권을 넘겨받으며 독자경영에 나섰지만 2008년 리먼사태 이후 세계 해운업 불황 속에 경영 상태가 악화되면서 한진해운의 부채비율은 1445%까지 올랐다. 이후 유동성 위기에 처한 한진해운은 2013년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이에 최 회장은 지난 2014년 한진그룹 장남인 조양호 회장에 한진해운 주식을 모두 팔았다. 이후 최 전 회장은 남은 자회사들을 중심으로 컨설팅을 통해 한진해운홀딩스 사명을 유수홀딩스로 변경하고, 기존 HJLK도 유수로지스틱스로 바꿨다. 이에 따라 유수로지스틱스는 2014년 3월 유수홀딩스로 인수된 뒤 수익성 위주의 판매 전략으로 2015년 말 7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고, 싸이버로지텍은 지난해 말 1173억원의 매출과 함께 영업이익 523억원, 순이익 439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자신이 경영을 맡은 기간 동안 한진해운의 부채 규모가 1460%으로 폭증하는 등 회사의 붕괴가 이미 확실시됐지만, 책임을 회피하고 홀로 살 궁리만 한 셈이다. 또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발표하기 전 한진해운 보유 주식을 처분하고 미공개 정보로 주식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한편 지난 2014년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넘겨받은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주주대출 등 1조2000억원 규모를 한진해운에 투입했지만 부채비율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가운데 조 회장이 한진해운에 자구의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도 최 회장은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조 회장에 경영권을 이전하기 전, 한진해운 사옥과 지주사인 한진해운홀딩스(현 유수홀딩스)를 챙겨 알짜 회사인 싸이버로지텍, 유수에스엠 등을 계열사로 편입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여야는 최은영 전 회장에게 한진해운이 8월 말 법정관리를 신청한 후 15조원어치의 화물이 공해상을 떠돌고 있다며 물류대란 사태의 책임을 지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최 전 회장은 “회사를 떠난 지 2년9개월이 지났다”며 “법정관리 당시에는 회사를 경영하고 있지 않았다”라고 발을 뺐다.

한 위원은 최 전 회장이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외조카라는 점을 지적하며 명문가의 ‘노블레스 오블리제’ 정신을 실현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 전 회장은 직접적인 사재 출연 요구에 “시간이 부족해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못했다”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최 전 회장의 전문성 부족과 한진해운 부실 경영 문제도 제기됐다. 최 전 회장이 재임하는 동안 회사의 부채비율은 405%에서 1450%까지 늘어났다. 이와 관련 최 전 회장은 “가정주부였다가 나오게 돼 전문성이 부족하다 판단해 처음부터 대표이사를 맡지 않고 부회장으로 취임했다”며 “2년간 당시 박정원 사장을 비롯해 각 부서의 최고 해운업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현대상선, 희생 감안하고 물류 대란 극복 시도
국적 1위 선사인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불거진 물류대란. 이를 해소하기 위해 등판한 구원투수는 다름 아닌 현대상선이다. 해운업 특성상 법정관리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인 만큼 한진해운이 다시 회생한다고 해도 국적선사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대상선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이기도 하다. 멈춰버린 대한민국 물류를 다시 정상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현대상선의 희생이 필요하다. 국가적인 위기 상황이라 선박은 투입됐지만, 물량을 채우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현대상선으로서도 부담이 되는 상황은 마찬가지다. 특히 최근 가까스로 회생한 현대상선이 적자를 보면서 선박을 장기적으로 투입한다는 것은 무리다.

자칫 이로 인해 경영실적이 악화되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현대상선이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긴급한 정부의 요청에 의해 투입되는 현대상선 컨테이너선은 전체 60척 중 13척으로, 5척 중 1척은 한진해운 발 물류대란 해소에 투입된다. 3분기 성수기와 한진해운 법정관리 여파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28%나 치솟았다. 상해~미서부 노선은 운임이 전주대비 51%나 올랐다. 운임상승 효과는 글로벌 선사들의 몫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현대상선에 다양한 민원도 쏟아지고 있는 중이다.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인한 부담과 화주들의 어려운 처지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현대상선. 자체적으로도 인적쇄신, 조직개편도 필요한 상황에서 국내 해운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현대상선의 역할이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