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北核)문제의 심각성은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한·미 양국이 대북제재의 강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유엔안보리 결의에 대한 성실한 이행을 약속한 중국의 태도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동안 북핵의 해결은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해온 중국이 제재를 통한 대북압박의 필요성을 일부분 인정한 것은 우리에게 북핵의 위협이 ‘발등의 불’이 됐음을 의미한다.

▲ 유영옥 (국가보훈안보연구원장, 국가보훈학회장, 국제정치학)

저명한 국제 정치학자인 한스 모겐소가 말했듯이 '국가존립이 국가 이익의 1차적 가치'라고 할 때, 한 국가가 존립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가치를 꼽으라면 그것은 생존과 번영일 것이다. 생존을 위해서는 국가안보가 긴요하고, 번영을 위해서는 경제성장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 두 가치 중에 보다 우선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의 생존을 담보하는 국가안보이다. 생존과 번영은 국가가 유지되는 수레바퀴의 양축과 같지만 생존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번영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국가안보를 위해 경제적 성장의 지체는 어느 정도 감내할 수도 있다.

북한은 이미 5차례에 걸친 핵실험과 잇단 장거리미사일 발사시험을 통해 핵무기를 소형화-규격화-표준화해 6종의 미사일세트인 스커드 1과 2, 노동, 대포동,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핵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지금의 북핵 국면은 우리가 양보할 수 없는 제1의 가치인 국가적 생존을 위협하는 비상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김정은의 정신상태는 통제 불능이다”라고 천명했듯이 북한의 통치자 김정은은 유엔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조롱하듯 핵과 그 운반수단인 장거리미사일 발사 실험을 연이어 하고 있다. 집권 4년간의 통치과정에서 그는 통제 불능의 극단적 파괴성 및 냉혹성을 드러냈다. 

그의 성격을 좀더 구체적으로 세론하면, 첫째, 그는 통제 불능적 성격의 소유자다. 부모자아가 고착화된 결과 성격적으로 비판적이며 다른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이 자기 하고 싶은 대로하는 안아무인의 비양심적인(conscience-free) 행동성이 내재화 되어 있다. 둘째, 그는 합리성이 결여된 불균형적인 성격소유자다. 그의 불균형적인 자아 구조는 통치과정에서 현실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가로막고 과대망상적인 정치형태가 표출되게 하는 요인이 된다. 셋째, 그는 극단적으로 권위주의적인 성격이다. 권위주의적 성격은 인간을 지배와 복종, 강자와 약자, 지도자와 추종자 식으로 대비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게 한다. 그는 미국과 대한민국을 적과 아군으로 대비적으로 구분하여 적으로 간주하는데, 그것은 극단적인 적개심으로 표출될 수 있다. 넷째, 그는 권모술수, 즉 마키아벨리적 성향을 지니고 있다. 권모술수가란  대인관계나 성공신화에 기만을 사용하는 자들을 말한다. 김정은은 이기적이고 정서적으로 불안정하다. 게다가 그는 자신을 실제 이상으로 보이게 하려는 자기현시적 충동까지 있기 때문에 그것의 악성은 극대화 된다. 따라서 그는 허위나 기만, 협박과 위협으로 상대를 조정하여 목적을 달성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나르시시즘 증후군적 성향을 띄고 있다.  그는 쇼맨십이 강한 위험천만한 인물로 남북한 관계에서 이성에 근거한 대남한 협력자세를 기대하기는 불가능하다. 

김정은은 금년 5월에 개최되었던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에서 박근혜정부의 대북·통일 정책을 비난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통일 문제를 여기 저기 들고 다니며 외세에 구걸하는 것은 민족의 존엄과 이익을 팔아먹는 매국·매족행위’라며 ‘남조선 당국은 친미·사대근성을 버리고 수치스러운 외세 공조 놀음을 그만두라’고 했다. 이러한 대남관과 통일관은 그가  한반도 평화통일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음을 암시하고 있다. 그는 철저히 북한의 통일정책인 고려연방제 통일 방안에 입각하여 대남관계와 통일방식을 말하고 있다. 북한의 통일방안은 평화통일이 아니라 북한에 의한 남한의 적화, 흡수통일을 하고자 함을 알 수 있다. 북한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김정은의 손에 핵무기가 쥐어질 날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즉 정신병적이고 자기도취적이며 허풍장이 김정은에게 우리를 엎드리게 할 최악의 무기가 쥐어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는 북한이 핵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실험을 할 때마다 대북 제재 운운하면서 응징-제재-고통-압박-대가-경고 등과 같은 말풍선만 되풀이 해 왔다. 유엔은 의장성명이나 언론성명을 채택하고 각국은 유엔의 제제에 동참했지만 자국의 실리에 좌지우지된 대북 제재안은 목표에 대한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했다. 특히 중국은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제제에 동참하면서도 실제로는 참여하지않았다. 그러면서 북한에 시간만 벌어줘 북한의 핵개발은 완성단계에 이르러 실전배치가 임박했다. 이로 인해 우리는 자칫하면 북핵의 인질로 잡힐 위기에 처하게 되고 말았다.

국제사회의 공조를 통한 북한의 경제 제재만으로는 김정은 정권의 핵포기를 이끌어 낼 수 없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얼마 전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다시 한번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억제’를 언급했다. 그러나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한반도로 발진할 예정이던 미 전략폭격기가 기상악화 때문에 계획을 하루 연기한 일이 발생했던 것처럼 확장억제 전략은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 할 수도 있다. 북한핵의 실전배치가 임박해 국사비상사태와 같은 국가적 생존의 위기국면에서 이제 우리는 대북정책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에 강대국과 국제사회에 의존하기보다 자위권 차원으로 조건부 핵무장으로 가는 정도의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때다. 우리의 원전 설비기술은 세계1위이다. 원전 가압중수로 10개만 가동하면 5개월 안에 핵무기 1개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물론 우리의 자체 핵개발에는 크나큰 위험이 수반된다.

현재 미,일,중,러 한반도 주변 4개국이 모두 우리의 핵개발을 반대하고 있다. 만일 우리가 자체적으로 핵개발에 나선다면, 유엔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경제제재를 포함하여 각종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핵무기와 미사일의 개발이 완성단계에 이르러 실전배치가 임박한 것으로 보이는 북한의 핵무기는 우리에게 이 보다 훨씬 위중한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이 될 것이다. 우리는 6.25 남침으로 동족상잔의 비극을 초래한 것을 필두로 그동안 북한에게 계속당하면서도 느슨한 안보의식으로 일관해 왔다. 만시지탄이나 지금부터라도 달라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안보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최우선적인 과제이다. 왜냐하면 북한에 대한 확고한 응징의사를 천명하려면 지금처럼 국론이 사분오열되어 가지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또다시 현실적 한계론에 붙들려 우왕좌왕하다가는 자칫 북핵의 인질로 살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순신 장군이 명랑해전에 임하면서 말 한, ‘죽고자하면 살고 살고자하면 죽는다’(必死則生 必生則死)는 자세로 나아가는 결기를 보일 때 중국이나 미국도 북핵문제의 해결에 발 벗고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의 핵은 어떤 순간 한반도에 떨어지면 전 민족을 재앙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가공할 위력의 핵폭탄이다. 5000만의 생존권 문제에 대통령의 통치권적 결단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국가안보는 만분의 1의 오차가 있어서도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해 줬으면 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