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작가 이지은은 오랜 시간 동안 자연을 그려왔다. 나뭇잎, 꽃, 잎을 털어 낸 앙상한 나뭇가지 등 자연은 항상 그에게 많은 상상력과  아름다운 조형성을 찾을 수 있게 했다. 그것은 고갈된 작가의 직관을 되살려 내주고 부족한 형상을 찾아주는 매개체가 되어 주곤 한다.

▲ 작가 이지은은 꽃의 겉모양보다는 생명의 본질, 존재의 본질로 깊이깊이 눈을 던진다. 사람으로 치자면 외모(육체)보다는 마음(영혼)에 홀딱 기대는 것이다.

작가 이지은은 꽃의 겉모양보다는 생명의 본질, 존재의 본질로 깊이깊이 눈을 던진다. 사람으로 치자면 외모(육체)보다는 마음(영혼)에 홀딱 기대는 것이다. 작가 이지은은 생명의 신비를 한 송이 꽃에서 발견해 낸다. 눈을 뜨면 매일 같이 마주하는 하찮은 자연 현상에 바로 창조 질서의 경이, 아름다움의 엄청난 비밀이 숨어 있지 않은가. 작가 이지은은 바로 그 생명 현상을 화폭에 그려낸다. ‘생명의 오마주’다. 작가는 화폭에 자연의 이미지들을 담아내는 과정에서, 자연과 함께 조화롭게 어우러지고자 했던 동양적인 자연관을 반영하고자 했다.

비록 캔버스와 먹 그 이외 서양화 재료를 사용하고 있지만, 먹과 함께 퍼져 나가는 꽃의 이미지위에 투명한 색을 만들어 꽃 위에 칠하여 동양화 전통 채색화에서 나오는 발묵 현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만들고자 하였다. 그의 색채 구사법은 안으로 스며들면서 은은하게 퍼지게 하는 방식으로 점진적으로 대상을 물들여 가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동양 문화권에서는 자연이 예술의 중심적인 주제로서 다루어져왔고 이런 정신은 자연적인 소재가 관조적이고 명상적인 자연관을 추구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와 일치한다.

▲ 〈꽃〉, 캔버스에 혼합재료, 160×160cm, 2010년

그만큼 색의 언어가 적극적일 뿐만 아니라 생명감을 물씬 풍긴다. 그는 마치 사물을 처음 보듯이 옮겨냈다. 이미 눈에 익숙한 것을 익숙한 방식으로 그렸다면 이 같은 청초함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익숙한 것을 생소한 사람이 보듯이 호기심어린 눈으로 옮겨냈다. 그리하여 뜻밖의 표현세계를 얻어냈다. 기존의 눈으로 보면 안보이지만 아이 같은 눈망울을 지닐 때 비로소 발견할 수 있는 그런 투명한 표현세계다. 그는 수관(水管)을 주시하고 있으며 거기에 비밀의 열쇠가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은 단순한 식물 재현이 아니라 식물 본질에 대한 통찰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및 동 대학원, 파리고등미술학교를 졸업한 작가 이지은은 지금까지 총 11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국내외 유수의 단체전 100여회에 참가하며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그의 작품은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남부지방경찰청, 주시카고 한국총영사관, 주칠레한국대사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