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화제가 되었던 문화코드를 꼽으라면 단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으로 대표되는 SNS는 전 세계에서 그 위력을 보였다. 전 세계적으로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시위는 물론, 월스트리트 금융재벌의 탐욕을 비판하는 선봉대 역할을 담당했다.

▲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SNS를 중심으로 모이면서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고, 나아가 제도나 조직까지 침투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가 구축한 인터넷 세상은 오프라인 매체와 각종 기구가 가졌던 일방적인 의제(agenda) 설정과 정보의 생산과 유통구조를 해체하고, 정보의 공유와 상호 교환 등 커뮤니케이션 구조 등을 획기적으로 바꿔 놓았다.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구조로 바뀌다
최근 SNS의 성장으로 인터넷 사회가 급격히 변화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김철균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원장은 “커넥티드 사회는 대중매체와 마케팅은 물론, 교과과정에서 컨텐츠의 생산과 유통과정에 폭발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부터 불기 시작한 SNS 열풍은 SNS 등장 이전과 이후로 한국 사회를 분류할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변화를 일으켰다. 윤영민 한양대학교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SNS가 등장하기 이전엔 정보를 독점한 사람들이 여론을 주도하고 대중들은 이를 따라가는 분위기였는데 이젠 완전히 판이 뒤집혔다”면서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SNS를 중심으로 모이면서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고, 이게 지금은 제도나 조직까지 침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프라인의 거대언론과 기존 권력집단이 가졌던 정보 독점과 이를 기반으로 한 의제설정(Agenda setting) 기능이 이른바 네티즌이라는 일반인들에게로 분산되고 공유되며, 네티즌들이 동시에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구조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동시성과 쌍방향은 현 단계 한국의 의사소통의 특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며 젊은 층으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인터넷 방송 ‘나꼼수’의 성장 역시 이 같은 한국 사회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기업의 마케팅 역시 이전과는 크게 달라졌다. 기존의 거대 매체와 이벤트만으로 마케팅했던 시대에서 이제는 인터넷상에서 SNS를 다각적으로 활용하는 마케팅 시대로 성큼 다가섰다. 쿠팡, 티켓몬스터, 미국의 그루폰과 같은 소셜커머스(Social Commerce)업체의 등장으로 과거엔 생각도 못했던 호텔 빈방, 항공권 등을 팔아치우고 있다. 경영방식도 바뀌고 있다. 윤 교수는 “기업에서도 ‘무조건 나만 믿고 따라오라’는 리더십 대신 ‘우리는 공동 운명체다’라는 식의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면서 “사회 전반에서 볼 수 있는 이 같은 권위 구조의 변화는 SNS가 불러온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사회 전반에 걸쳐 변화를 주도하다

▲ SNS의 확산은 젊은이들을 정치적으로 탈바꿈시켰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스마트폰 등을 통해 자신이 직접 투표장에 들러 투표를 하고 나왔다는 ‘투표 인증샷’을 모바일 기기로 찍으며 주위에 투표를 독려하는 현상까지 생겼다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무선 모바일기기의 등장은 언제 어디서든 연결되는 사회를 만들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모바일기기로 인터넷에서 이웃과 친해지고 대화하며, 의견의 거침없는 표현이 가능해졌다. 에릭 퀄먼 미국 헐트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스쿨 교수가 펴낸 <소셜노믹스>에서는 데이트 신청 방식의 변화에 주목한다. 10년 전 데이트를 하려는 남녀는 보통 전화번호를 주고받고, 이메일 주소를 알려줬으나 지금은 SNS가 전화번호와 이메일의 자리를 대신한다. 이제는 ‘휴대전화 번호가 어떻게 되냐’는 질문 대신 ‘페이스북 하냐’는 질문이 대세다. 온라인 네트워크에서 만나는 ‘가상의 만남’도 일상화되고 있다. 대형마트이든 지하철 안이든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접속해 ‘친구’를 확인하고 ‘친구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덕분에 모바일 기기 사용자들은 항상 SNS 또는 인터넷에 접속해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하여 미국 정보기술(IT) 전문지 <와이어드(Wired)>의 칼럼니스트인 브라이언 첸은 “우리는 지금 언제 어디서나 항상 인터넷에 접속해 있는 세상, ‘상시 접속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면서 “스마트폰 등이 불러온 혁명은 전주곡에 불과하며 앞으로는 더 많은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SNS가 가져온 변화는 말 그대로 시작일 뿐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급속한 변화가 최소 5년 동안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일부가 여론을 독점하는 오프라인 구조가 해체되고 정보가 쌍방향 유통되는 사회는 수많은 기회와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윤영민 한양대학교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아무런 영향력이 없던 사람이 페이스북에 어떤 글을 올려 하루 만에 파급력을 가진 ‘누군가’가 될 수도 있고, 사회 전체를 지배하는 논쟁거리와 전혀 다른 소수의 목소리가 공존할 수 있는 시대가 바로 SNS시대”라고 규정하며 “SNS는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고, 특정 정보에 대한 의견을 함께 나누며 재생산하는 집단지성이 자라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SNS와 상시 접속의 시대에 모바일기기의 가격인하와 통신망의 용량 확대는 교육과 의료, 유통, 사업 등 사회 전반을 크게 바꿔나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SNS 확대와 아울러 커넥티드 사회로의 진입이 빨라지면서 긍정적인 측면만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사생활, 즉 은둔의 장소가 사라져버릴 수도 있고 사회적 책무를 소홀히 하는 풍토가 자리잡을 수도 있다. 김철균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원장은 “사회적 책무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받지 않은 개인이 개인감정이 뒤섞인 컨텐츠를 생산해 빛의 속도로 유통하는 부작용은 경계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여론 형성 집단으로 발돋움한 SNS

▲ SNS를 이용한 여론 형성이 가능해지면서 SNS의 공공성 논란이 뜨겁다

지난해 10월 26일 있었던 재·보궐선거. 이 시기에 온라인 커뮤니티 뿐 아니라 SNS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다름 아닌 ‘투표’였다. SNS의 확산은 젊은이들을 정치적으로 탈바꿈시켰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스마트폰 등을 통해 자신이 직접 투표장에 들러 투표를 하고 나왔다는 ‘투표 인증샷’을 모바일 기기로 찍으며 주위에 투표를 독려하는 현상까지 생겼다. 불과 몇 해 전까지 언급되던 정치에 무관심하고 구직과 학업에만 열중하는 ‘20대’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여론을 이끄는 모바일 네이티브로 본격 탈바꿈한 것이다. 지난해 10.26 재보선 당시 오전에 선관위 디도스(DDoS) 공격으로 위치가 바뀐 투표 장소를 보여주는 페이지가 열리지 않았던 것도 모바일 네이티브에겐 문제가 되지 못했다. 모바일 기기 사용자들이 실시간 SNS를 통해 투표소 위치를 공유했기 때문이다. 이는 모바일 네이티브가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여론 형성 집단’으로 발돋움한 것을 의미한다. 모바일 기기 사용으로 여론형성이 가능해지면서 독도 문제, 대북 문제 등이 발발했을 때 이를 여론화하는 수단으로 온라인과 모바일을 능숙하게 이용하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투표 인증샷 열풍은 모바일 네이티브의 파괴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여론의 주 형성체로 떠오른 모바일 네이티브의 등장에는 명암이 공존한다고 분석한다.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모바일 소비층은 주로 20대로 규정할 수 있는데 40·50대로 갈수록 이용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라며 “모바일 네이티브의 의견 교환 및 여론 형성은 소통의 밀도가 높아지고 그들이 원하는 바를 정제해 내비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그러나 이 소통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지 않고 제약된 영역이나 또래끼리 문화를 심화하는 데 이용되는 것은 문제가 된다”며 “모바일 네이티브가 생각하는 관계 확산이 다 세대로의 소통 확대가 아니라 ‘우리끼리’라는 기존 관계만을 더욱 굳건히 만드는 ‘집단극화(group polarization) 현상’으로 이어지는 양상도 보인다”고 말했다.

SNS의 인위적 규제, 과연 필요한가
기존의 이메일, 문자, 전화 등 통신수단과는 다른 차원의 자율적 공공성을 가능하게 하는 SNS의 가능성과 문제점, 그리고 제도화된 언론과의 관계성은 이 시대 또 하나의 거대한 화두다. 특히 SNS를 이용한 여론 형성이 가능해지면서 SNS의 공공성 논란이 뜨겁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12월 초부터 SNS를 심의하는 ‘뉴미디어 정보심의팀’을 신설해 가동하고 있다. 이 팀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에 올라온 글 가운데 청소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유해게시물, 국가보안법 위반 게시물, 명예훼손물 등을 찾아내 삭제를 권고하고, 불응하면 계정을 없애는 권한을 갖는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국민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짓밟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사실상의 여론검열”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측은 그러나 “SNS의 양이 급증하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늘어나고 있어 규제가 불가피하다”며 규제 방침을 고수,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SNS를 규제하는 이유로 법률 위반 사례가 급증했다는 사실을 든다. 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SNS관련 심의 현황’에 따르면 트위터에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가 적발된 경우는 2009년 1건이었던 것이 2010년 39건, 2011년 184건으로 크게 늘었다. 불법정보 유포로 적발된 건수는 2009년 54건에서 2010년 345건, 2011년 780건으로 2년 새 15배 늘었다. 한나라당 김성동 의원은 “지금까지 미네르바, 타블로 사건처럼 SNS에서 비롯된 개인 사생활과 인권 피해 사례만 1만6698건에 달한다”며 “그 중 음란은 11건밖에 안되고 나머지는 모두 식·의약품(75%), 국가보안법, 문서위조, 불법 명의 거래 등 실생활에 피해를 끼칠 수 있는 법질서 위반 항목이었다”고 밝혔다. 때문에 SNS에 대한 어느 정도의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황유선 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은 “SNS는 정보의 확산성이나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명예훼손에 의한 피해 역시 눈덩이처럼 커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SNS의 특성상 인위적 규제보다는 자정작용을 믿고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인터넷 게시판과 달리 글쓴이의 자취가 쉽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누가 글을 리트위트했는지 추적해보면 간단히 글쓴이를 찾을 수 있고, 팔로 차단 기능을 통해 욕설이나 막말을 하는 트위트는 아예 막을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상습적으로 거친 표현을 하거나 한 개의 주소로 10여개의 트위터를 작동시켜 자동으로 막말을 쏟아내는 계정을 찾아내 트위터러들에게 알려주는 ‘트위터 자경단’은 SNS 자정기능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한편 한국 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포털사이트, SNS사업자 등은 일반인이 명예훼손 소송 등에 휘말리지 않도록 SNS사용자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사업자들이 자율 규제에 대한 공통된 지향점을 갖고, 이를 법원에서 승인하는 모델로 가야 한다는 것. 조원철 서울서부지방법원 부장판사는 “SNS 포털사업자 대형ISP(인터넷서비스 사업자) 등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들이 자정·자율적 규제를 함으로써 사법적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