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근표의 호랑이 작품에는 옛사람이 마주했던 생생한 호랑이의 실제 모습이나, 민화에서 볼 수 있었던 호랑이의 설화도 없다.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동적이기보다 정적인 기호에 불과한 듯한, 그러면서도 매우 정교하게 그려진 한두 마리 주황색 위주의 호랑이 도상만 있을 뿐이다.

▲ 작가 박근표의 호랑이 작품에는 옛사람이 마주했던 생생한 호랑이의 실제 모습이나, 민화에서 볼 수 있었던 호랑이의 설화도 없다.

담뱃대를 물려주는 간사한 토끼는 물론, 조롱이든 전갈이든 호랑이를 상대로 당당하게 재잘대는 까치도 전무한 작가 박근표의 작품에 그려져 있는 것이라곤 소재가 되고 있는 호랑이 외에 나무, (꽃)잎, 분뇨, 뱀, 우물 등 셀 수 있을 정도로 적은, 극히 상징적인 단순한 대상뿐이다. 전면도 후면도 없이 동양화에서 보기 힘든 미묘한 좌우대칭만이 있는 단순구도의 그의 작품은 언뜻 보아서는 너무나 단조로운 듯해서 감지하기 어려운 이심전심의 의미조차 감추어진 소리 없는 시처럼 느껴진다.

주황기가 유난히 많은 호랑이 색깔이 그러하고, 판에 박은 듯이 그려 넣은  무늬 또한 특정한 호랑이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그러하다. 그러면서도 나름대로 현대화된 호랑이 모습을 은근슬쩍 시도하고 있다. 숙선지(熟宣紙)에다 세밀한 선묘는 물론 채색까지 차근차근 덧칠을 거듭해서 그린 박근표의 그림 하나하나에서 필자는 지상에 있는 모든 생명체는 하나로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나와 남을 나누지 않는 절대 평등한 경지의 불이선(不二禪)을 엿볼 수 있다.

그가 명명한 ‘봄날은 간다’, ‘어수정(漁水情)’도 호랑이 또한 봄기운이나 수목과의 교감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것으로 그것은 달리 말해 우리 조상들에게 무의식으로 내재한 조화로운 자연과의 감통(感通)이라 달리 말해도 될 것이다. 작가 박근표의 익살스런 호랑이 작품을 보면 ‘사랑은 아무데서나 자랄 수 있잖아’라고 한 어느 시인의 말이 상기된다. 작품 속의 호랑이처럼 아무에게나 말걸기를 할 수 있다는 자연과의 감통 그 자체가 쉽고도 어려운 우리들이 지향하는 조화로운 삶이 아니겠는가. 그런 점에서 박근표의 호랑이 그림은 쉬운 듯 하면서도 무언의 뜻을 지닌 현대적 시점에서 본 역설적인 우화(寓話)로 보인다.

▲ 어수정II.86X52

작가 박근표는 부산대학교 예술대학 한국화 전공 졸업하고, 중국 항주대학 외국유학생부 중국어연수 및 중국문화과정 수료, 중국미술학원 국화계 산수·화조반 연수과정 수료, 중국미술학원 국화계 중국화조화 전공 석사연구생 과정을 졸업했다. 지금까지 총 3회의 개인전을 가진 작가는 국내 유수의 단체전에 참가하며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