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라디오 방송 ‘나는 꼼수다’ (이하 ‘나꼼수’)가 사회 각층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식지 않는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2011년 4월 첫 방송 후 매회 평균 600만 건의 청취 횟수를 자랑하며 한국 방송과 언론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나꼼수’. 또한 그 인기와 영향력은 현재 기성 언론의 대항마를 넘어서 신드롬의 형태로까지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나꼼수’가 단기간에 이런 화제성을 지니게 된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

▲ 나는꼼수다 뒷담화

전형적인 ‘라디오키즈’인 방송쟁이 김용민은 이 시대 거대 언론, 권력과의 싸움 끝에 상생의 기운이 있고 의기를 포용할 줄 아는 새로운 미디어 공동체를 꿈꿔왔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1년여의 심모원려(深謀遠慮) 끝에 조직의 권위와 규율 대신 구성원의 개성과 인격을 존중하는 미디어의 밑그림을 완성했다. 그게 바로 국내 최초 가카헌정방송 ‘나는 꼼수다’다. 인터넷 팟캐스트 ‘나꼼수’는 20, 30대 사이에서 주목받으며 정치와 무관한 세대로 불리던 젊은층을 정치로 끌어들였다. 최근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는 전국 19살 이상 남녀 750명을 대상으로 ‘나꼼수’ 청취 경험을 조사한 결과 10명 가운데 6명꼴로 ‘나꼼수’를 들어봤다(15.4%)거나 뉴스를 통해 알고 있다(44.0%)고 답했다. 세대별로는 20~30대(36.7%), 이념성향별로는 진보·중도층(41.6%)이 많이 듣는다고 밝혔다. ‘나꼼수’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일차적 배경은 사용자 1000만 명을 넘어선 스마트 기기의 보급 등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적절히 포착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안적 미디어의 속성을 갖는 인터넷 라디오방송이라는 점에서 ‘나꼼수’의 시도 자체가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 다만 음성 팟캐스트의 경우 제작·운영비가 적게 들고 트위터 등 SNS의 발달로 전파가 쉽다는 사실을 파고든 것이 ‘나꼼수’가 미디어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주먹구구로 첫 방송?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주진우 시사IN 기자, 정봉주 전 국회의원, 김용민 전 한양대 겸임교수 등 4명의 출연진으로 구성된 ‘나꼼수’는 4·27재보선 다음날,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자리한 <마포FM>에서 첫 온에어 되었다. <마포FM>은 우리나라에 몇 개 없는 공동체 라디오방송, 즉 소출력 FM이다. 김어준 총수가 지은 ‘나꼼수’의 타이틀은 녹음 1분 전에 정해진 것이다. ‘나꼼수’로 제목이 확정되기까지 ‘나는 가카다’, ‘나는 총수다’, ‘대인의 자격’, ‘코리아 리스트’ 등의 제목들이 물망에 올랐다고. 만약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나꼼수’는 ‘명박허전’ 등의 대안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일 화젯거리에 대해서는 30여 초의 구두 논의만 있었으며, 당시 서태지-이지아 사건이 BBK 의혹 문제와 맞물려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이 첫 주제가 됐다. 첫 방송이 나가자마자 청취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7월 7일 9회를 기점으로 아이튠즈 집계 대한민국 전체 1위를 차지했다. 8월 8일 미국 팟캐스트 ‘뉴스·정치’ 부문 프로그램에서 1위에 올랐으며, 8월 22일과 27일 업로드 된 ‘나꼼수’ 호외 편과 16회는 이튿날까지 미국 아이튠즈 팟캐스트 인기 에피소드 순위에서 전체 1위를 이어갔다. 또한, 청취자들은 ‘후원금 계좌를 알려달라’, ‘김어준 총수의 말을 성경 다음으로 믿는다’며 뜨거운 지지와 성원을 보냈다.

‘나꼼수’ 제작 과정

1. 사전 기획회의(휴대폰 문자메시지 취합으로 결정) : 김어준, 정봉주, 주진우, 김용민(1시간)
2. 주제에 맞는 녹음 구성 제작. 청취자가 보내준 로고송 취합 : 김용민(1~3시간)
3. 녹음 : 김어준, 정봉주, 주진우, 김용민(2시간 안팎)
4. 점심식사겸한 당일 프로그램 모니터 및 다음 회 기획 : 김어준, 정봉주, 주진우, 김용민(30분)
5. 후반작업 : 음량 보정 및 일부 편집→녹음 구성 삽입→완성 : 김용민(5시간)
6. 전송, 완성본 서버 업로드 : 딴지 일보 스태프(1시간)
7. 업로드 : 서버 전송 완료→팟캐스트 등재(1시간)

네 남자의 수다, 어떻게 시작됐나?
김어준 총수와 정봉주 의원은 2004년 CBS 라디오 ‘김어준의 저공비행’에서 처음 만났다. 김어준 총수는 특집 형식으로 꾸민 퀴즈 이벤트에 나가 비상한 입담과 사려 깊은 개념을 과시한 정봉주 의원에게 큰 호감을 갖게 됐고, 2006년 S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앤조이’에 정 의원과 함께 하기에 이른다. 이 프로그램은 김어준 총수와 김용민 PD를 엮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주진우 기자와 나머지는 각자 다른 루트에서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오래 전부터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구상을 해온 김용민 PD는 2008년 2월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직후부터 김어준 총수와 ‘나꼼수’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다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한 계기는 2009년 CBS 라디오에서 ‘이 대통령은~’으로 시작하는 오프닝 멘트로 정권을 불편하게 했다며 방송사와 대학에서 잘리면서였다. 이들은 진보적 아젠다를 추구하며 상상력과 선명성을 가미할 때에 대중의 호응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방송환경이 열악하듯 1회 방송비용은 다 합쳐 10만원이 안 된다. 모두 무보수이기 때문에 인건비는 전혀 안 들며, 스튜디오 임대비는 <마포FM>의 경우 2시간당 5만원, 심야녹음 시 3만원이 할증돼 8만원이 된다. CM에 출연하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텍스를 입력하면 구현되는 컴퓨터 기계음이다. 네 사람은 ‘나꼼수’ 전후에 같이 식사를 한다. 2011년 9월 현재 최다수입을 자랑하는 김용민 PD가 제일 많이 밥값을 낸다고. 그는 “각하 치하에서는 아마도 이 기조가 그대로 유지될 것 같다. 이 방송이 약속한 기한 2013년 2월말까지는 내가 담당하고 싶다”고 했다.

‘미친 섭외력’ 정치담론의 장
‘나는 꼼수다’의 성과가 날로 더해지면서 미친 섭외력 또한 빛을 발한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함께 ‘청춘콘서트’를 주도한 시골의사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릭닉 원장을 18회에 초대한 것이다. 이날은 안철수 원장의 서울시장 양보 결정이 났을 때였다. 서울시장 재보선 국면에서 박영선 민주당 후보와 박원순 무소속 후보를 한자리에 불러 대화를 나눈 것도 다른 언론사에서 매우 부러워할 일이었다. 이어 21회에는 집권여당 홍준표 대표가 출연을 요청했을 정도로 ‘나꼼수’는 정치 담론의 장으로 자리 잡아갔다. 8회부터 합류한 주진우 기자는 당초 한 회만 단발 출연하기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주 기자의 디테일한 상황 설명과 소신 있는 비평 등으로 기대 이상의 파장을 야기했고, 여기에 반한 김어준 총수와 김용민 PD는 그를 9회에도 불렀다. 하지만 주 기자는 “더 이상 나오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두 사람은 주 기자를 붙잡기 위해 그의 말할 기회를 맨 마지막 부분에 배치하고, 시간이 다 되면 “어쩔 수 없이 다음에 또 들어야겠다”며 다시나오게 만들었다. 이로써 ‘나꼼수’는 최강의 멤버를 구축하게 된다.

‘나꼼수’ 방송에 나온 주요 음모론
- “서태지-이지아의 이혼소송 기사가 터진 건 BBK 손해배상 판결 기사를 덮기 위한 초대형 떡밥이다.” 1회 (4월 28일)
- “4대 강 건설에서 수심 6m 판다고 정부 돈을 받은 뒤 5m만 파면 2조원이 남는다. 그 돈을 누군가 가져갈 수 있다.” 10회 (7월 15일)
- “(곽노현 사건) 검찰이 흘리고 사건 생중계하고 포털에 알바 풀면 진보는 쫀다. 오세훈 사퇴하는 날 사건 발표되면서 놀아났다. 그 뒤에 가카(대통령)가 계신다.” 17회 (8월 31일)
- “서울시장 보궐선거일 오전에 투표소 위치 찾기 접속이 안 됐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끊었다고 추정한다.” 26회 (10월 29일)

인기 비결은 세상 향해 “쫄지 마!”
‘나꼼수’의 인기 비결은 먼저 네 명 진행자의 확연한 개성을 꼽을 수 있다. 총사회자 김어준은 ‘언어의 마술사’로 ‘그레이트 빅엿’, ‘누나전문기자’, ‘깔대기’ 등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기존 언어에 새로운 성격을 부여해 즐거움을 더했다. 넷 중 유일한 직업 정치인 정봉주는 정치권의 정통한 소식통을 통해 얻은 정보를 대중에게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 유일한 직업기자인 주진우는 큰 언론사는 물론 돈 받아먹는 PD를 자주 건드리는 마치 흥신소 직원 같은 기질을 갖고 있다. 여기에 ‘나꼼수’를 편집하는 라디오PD 출신의 김용민 시사평론가는 자신의 말을 최대한 아끼는 대신에 적재적소에 필요한 말을 하는 양념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 다른 인기 비결은 ‘스토리’다. ‘나꼼수’의 대화는 주장이 아니라 사건의 재구성, 즉 스토리텔링으로 이것이 바로 ‘경쟁력’이다. 주진우의 팩트, 정봉주의 경륜, 김어준의 의미 부여가 더해진 스토리는 웬만한 영화 그 이상을 초월하는 힘을 갖는다. 그리고 웃음의 혁명성이다. 반어적 유행어가 오히려 유머 코드로 작용한 것이다. 예컨대, 2007년 제 17대 대통령선거 당시 이명박 후보 선거캠프 참모 중 한 사람이 당시 이 후보에게 “재산의 절반 정도는 사회에 환원한다고 하십시오”라고 건의하자, 이 후보가 재떨이를 바로 던졌다는 설화를 소개했다. 설화 소개가 끝난 뒤 출연진들은 “각하는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닌데 자신들이 이런 설화를 소개해서 죄송하다”고 역설적으로 말해 청취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마지막으로 이명박 정부를 비롯한 여야를 가리지 않는 신랄한 비판과 풍자 때문이다. ‘쫄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권리를 주장하는 ‘나꼼수’는 아무도 안 하는 정권 비판을 함으로써 국민들의 울분을 대변하고, 거대 언론도 하지 못한 의제설정을 담당해 깨어 있는 시민들을 자극했다는 평가다. 지난 6월 집중호우로 광화문이 침수되자 이들은 “오세훈 시장이 수해방지예산을 10분의 1로 줄인 것은 이순신 장군이 해군이었음을 기리기 위한 충무정신에서 나온 것”이라며 이를 ‘이순신 반신욕사건’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하지만 김용민 PD는 ‘나꼼수’의 인기 비결을 “언론집단의 무능과 직무유기의 소산”이라며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자성을 요구했다. NM

<사진 및 자료 제공 ‘나는 꼼수다 뒷담화’ - 미래를 소유한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