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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평화정착 기회 vs 민주화 발판
2012년 01월 02일 (월) 01:27:47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지난 12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증급성 심근경색과 심장쇼크 합병으로 사망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일 동지의 질병과 서거원인에 대한 의학적 결론서’ 제목의 보도를 통해 “겹쌓인 정신 육체적 과로로 지난 12월 17일 야전열차 안에서 중증급성 심근경색이 발생되고 심한 심장성 쇼크가 합병됐다”며 “발병 즉시 모든 구급치료 대책을 세웠으나 오전 8시30분에 서거했다”고 전했다.

   
▲ 북한 조선중앙통신은“겹쌓인 정신 육체적 과로로 지난 12월 17일 야전열차 안에서 중증급성 심근경색이 발생되고 심한 심장성 쇼크가 합병됐다”며 김정일의 사망 소식을 발표했다
지난 12월 17일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정권을 세운 아버지 김일성으로부터 권력을 물려받은 이후 수 십 년간 봉건시대를 능가하는 절대 군주로 군림했다. 김정일 정권이 공식 출범한 것은 1998년 그가 국방위원장에 재추대된 이후부터지만 실질적으로 북한을 통치한 것은 그가 1974년 후계자로 공식 내정된 이후부터다. 이때부터 아버지를 상징적인 존재로 만들고 자신이 실질적인 통치자가 되는 준비를 차곡차곡 해나갔으며 1980년 6차 당대회에서 후계자임을 내외에 선포한 후부터 사망하기까지 37년간 북한을 통치해왔다.

김정일  사망에 대한 의혹
“겹싸인 정신육체적 과로로 하여 2011년 12월17일 달리는 야전열차 안에서 중증 급성심근경색이 발생하고 심한 심장성 쇼크가 합병됐다.” 북한이 지난 12월 19일 발표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장소와 원인에 대한 내용이다. 달리는 열차 안에서 사망했다는 북한의 발표와 달리 우리 정보당국자는 다음날 김 위원장이 정차해 있던 열차 안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최소한 김 위원장이 사망 직전 열차 안에 있었다는 데는 남북간에 이견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이 타고 있던 열차의 행선지는 어디였을까. 이와 관련, 대북소식통은 26일 김 위원장은 함경남도나 함경북도로 가려고 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김정일 사망 직전 국가보위부 행사총국으로부터 함경남도 보위부에 김정일 전용열차 통과 명령이 내려왔다고 들었다”며 “김정일이 함경남도로 가려 했거나 함경남도를 통과해 함경북도로 가려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호위사령부가 김 위원장의 근접경호를 맡은 부대라면 국가보위부 행사총국(일명 5총국)은 김 위원장의 외곽경호를 담당하는 조직이다. 김 위원장의 행선지가 정해지면 행사총국에서는 해당 지역의 보위부와 철도분국(分局)에 전화로 김 위원장의 경호준비 지시를 의미하는 비밀번호를 내려보낸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행사총국 ‘호위사업지도서’의 ‘행사통화표’에는 김정일 전용열차 통과를 의미하는 비밀번호가 22번으로 돼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북소식통은 “김정일은 황해도, 평양 주변(평안남도), 원산(강원도) 등의 지역에 갈 때는 열차가 아니라 자동차를 이용한다”며 “신의주(평안북도)나 자강도에 갈 때도 열차를 이용하지만 이 지역들은 몇 시간이면 도착할 거리”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아침 시간에 열차 안에서 과로로 사망한 것이 사실이라면 김 위원장이 함경도나 양강도와 같이 평양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행선지를 정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 소식통은 “양강도 지역에는 공장, 기업소 등 경제단위가 없다”며 “김정일은 여름에 피서를 위해 가는 경우를 빼고는 양강도에 잘 가지 않는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행선지가 함경남도나 함경북도일 것이라는 추정을 북한 매체도 뒷받침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월 22일 ‘위대한 눈보라 한생’이란 제목의 정론에서 “(김 위원장이) 조용히 조국의 북변(北邊)으로 향한 열차에 몸을 실었다”고 밝혔다. 북한에서 ‘북변’은 주로 함경도, 양강도, 자강도 등 북쪽의 변경지역을 뜻하는 용어다. 평안북도는 ‘서해 북변’이란 표현을 사용한다. 노동신문은 지난 11월 9일 김 위원장의 함경남도 지역 현지지도(10월) 내용을 전하면서 함경남도를 ‘북변 동해지구’라고 표현했다. 즉 함경남도 역시 북변에 속한다. 한 전문가는 최근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 ‘함남의 불길’을 지펴온 김 위원장이 2012년 강성대국 원년을 며칠 앞두고 2011년의 마지막 불길을 지피러 함경남도로 가던 길이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일각에서는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음을 예감한 김 위원장이 생모 김정숙의 생일(12월24일)을 앞두고 함경도 현지지도 길에 생모의 고향인 함경북도 회령도 찾아보려 했을 것이란 추정도 내놓는다. 현재로서는 김 위원장의 행선지가 함경남도나 함경북도일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지만 김 위원장의 실제 행선지는 추후 북한의 설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 북한은 김정일 사망 발표 4일 뒤 12월 22일 본격적으로 김정은 찬양에 나섰다

北 김정은 우상화 작업 본격화
북한이 ‘김정은 시대’로 돌입했음을 알리는 또 하나의 징표는 우상화 작업이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발표 4일 뒤인 12월 22일 본격적으로 김정은 찬양에 나섰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및 내각 기관지인 ‘민주조선’은 이날 사설을 통해 김정은의 혁명 업적을 처음 언급했다. 민주조선은 김정은의 최고 업적으로 “주체혁명 위업을 대를 이어 빛나게 계승 완성하는 것을 필생의 사명으로 삼고 김정일 동지의 가장 친근한 동지, 가장 충직한 전우가 돼 항상 함께 혁명과 건설의 최전방에 계시었다”는 점을 들었다. 또 김정은이 김 위원장과 함께 “인민군 군인들이 있는 곳이라면 그 어디나 찾아 우리 군대를 혁명의 제일선을 지켜선, 가장 위력 있는 전투대오로, 백두산 혁명 강군으로 강화 발전시켜 왔다”고 주장했다. “일년 사계절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현지지도의 길에 계시면서 장군님의 높은 뜻을 실현하는 데 모든 것을 지향시켜 나가도록 우리 군대와 인민을 이끄시었다”면서 김정은이 경제발전과 주민생활 향상을 위해 헌신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사설은 “김정일 동지와 꼭 같으신 조선이 낳은 또 한분의 절세의 위인” “만경대 가문의 혈통을 그대로 이어받으신 또 한분의 위대한 선군영장, 위대한 태양”이라며 ‘김정일=김정은’이라는 점을 시종일관 부각시켰다. 또 “천리혜안의 예지와 뛰어난 영군술, 비범한 지략과 단호한 결단성, 무비의 담력을 지닌” “걸출한 사상이론가, 불세출의 선군영장” 등으로 김정은을 칭송했다. 우상화는 투표와 같은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한 독재국가의 권력승계 과정에서 정통성을 부여하기 위해 가장 흔하게 동원하는 방식이다. 북한은 김정은 우상화 작업과 동시에 아버지 김 위원장에 대한 신격화 작업도 강화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 사망소식이 전해진 지난 12월 19일을 전후해 백두산 천지와 정일봉 상공, 김 위원장 동상 주변 등에서 특이한 현상들이 잇따라 관측됐다고 이날 보도했다. 12월 17일 오전에는 백두산 천지에서 얼음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깨지는 현상이 관측됐고, 조문이 시작된 12월 20일 오전에는 백두산 지역에서 세차게 치던 눈보라가 갑자기 멎었고 온통 붉은색의 신비한 노을이 백두산에 새겨진 김 위원장의 친필 ‘혁명의 성산 백두산 김정일’을 비췄다는 것이다. 또 함흥시 동흥산 언덕에 있는 김 위원장 동상 주위에 백학이 나타났다고도 전했다. 김 위원장에 대한 신격화는 그가 후계자로 낙점한 김정은의 권위를 강화시킨다. 김 위원장은 1970년대 후계자로 내정된 후 김 주석 우상화에 매진해 아버지를 신격화시킨 뒤 ‘대를 이어 충성하자’는 구호로 자신에 대한 복종을 이끌어냈다. 시신 영구보존도 우상화의 한 방법으로 해석된다. 김정은은 아버지의 시신을 방부 처리해 영구보존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도 김 주석 사후 생전의 집무실이었던 금수산의사당 건물을 금수산기념궁전으로 개축, 시신을 영구 보존해 왔다. 현재 국가정보원 등이 김 위원장의 사망 시점 및 장소에 대한 의혹을 제기해 놓고 있는데, 김정은이 김 위원장 우상화를 위해 사인을 과로사로 포장했을 개연성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北 군부의 대남 도발 가능성은
   
▲ 외신들도 김정은이 군부원로 장성들과의 갈등을 피하고 자신의 지도력을 입증하기 위해 대외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하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급작스러운 사망 이후 북한 군부의 대남도발 가능성이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미 정보당국의 전직 고위인사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북한 군부의 잠재적 갈등 가능성을 시사해 주목된다. 미중앙정보국(CIA)에서 25년간 동아시아문제, 특히 북핵문제에 집중해온 아트 브라운 전 CIA 한국지부장은 미 공영라디오 NPR와의 인터뷰에서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김정일이 후계체제를 수립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군부의 승인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군부가 여전히 김정은에 대해 충성스러울 것인지, 김정은이 군부의 승인을 받을 정도로 충분한 백그라운드를 갖췄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브라운 전 지부장은 이어 “다행스러운 것은 북한에 큰 변화가 있을 경우 군부가 잃을 것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군부도 갑작스러운 변화는 원치 않는다는 것”이라고 밝혀 군부가 김정은에 대해 만족하지는 않더라도 당분간은 그의 행보를 지켜볼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그는 “김정은이 군부의 이해관계에 반하는 정책을 취할 경우 군부는 언제든 김정은에게 등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앞으로 6개월이 김정은 체제의 존속이냐 붕괴냐가 결정되는 시점임을 시사했다. 이 때문에 권력기반이 취약한 김정은은 군부와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군부가 선호하는 군사행동을 용인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태경 열린북한통신 대표는 “김정은에게 권력 유지의 핵심은 권력의 중앙통제이고 이를 위해선 군에 의지해 계엄통치를 하려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 대표는 특히 “김정은이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인 태양절(4월15일)까지는 도발을 하지 않더라도 그 이후엔 천안함 폭침사건이나 연평도 포격도발 같은 사건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외신들도 김정은이 군부원로 장성들과의 갈등을 피하고 자신의 지도력을 입증하기 위해 대외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하고 있다. 캐나다 밴쿠버의 글로브 앤드 메일지는 12월 20일 “김정은이 국내 문제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외부의 적을 상대로 도발을 하던 아버지의 통치방식을 이어받을 가능성을 우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은이 체제를 개혁하기보다 한국과 일본, 미국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며 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신문은 특히 테드 리프만 전 주한 캐나다 대사의 발언을 인용해 “김정일의 사망으로 북한에서 주민의 운명을 1인이 결정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전하고 “김정일을 대체할 만한 인물은 아무도 없다”고 밝혔다. 특히 리프만 전 대사는 특히 “김정은의 경우 충성 확보의 기반인 당이나 권력현장에서 이를 뒷받침할 만한 기록이 전무하다”면서 “이에 따라 북한의 권력지형에 근본적으로 변화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은 체제 사실상 국제적 승인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김정은 체제가 국제적으로 사실상 인정받는 흐름이 조성되고 있다. 중국은 후진타오 주석을 비롯한 정치국 상무위원 9명 전원이 조문에 나섰다. 중국이 김정은 체제를 강하게 지지하고 나선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중국은 특히 김 위원장의 사망 발표 직후 공산당 중앙위원회를 비롯한 4대 권력기관의 공동조전 형식으로 김정은 체제의 승인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북한의 평화적이고 안정적인 ‘전환’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나아가 백악관 대변인은 김정일의 후계자로 김정은의 이름을 공식 언급하며 사실상 김정은 체제를 인정했다. 러시아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에게 직접 조전을 보내는 형식으로 김정은 체제를 지지했다. 우리 정부는 아직 김정은 체제 인정 여부에 대한 입장표명을 명확히 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이 12월 22일 여야 교섭단체 대표·원내 대표와 한 회담에서 언급한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대통령은 “북한체제가 확립되려면 시간이 걸릴 텐데 우리나라나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모두 북한이 빨리 안정되기를 바란다는 면에서 뜻을 같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중국은 물론 미국·일본 등도 ‘김정은 후계’를 인정하는 제스처를 취하면서 김정은 체제의 조기 안정을 추구하고 있다

북한의 안정을 언급한 부분은 김정은 권력체제가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김정은 체제에서 남북이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극복하고 새로운 관계개선의 흐름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은 김정은 체제가 흔들릴 경우 동북아의 큰 혼란이 올 수 있다고 보고 김정은 체제의 안착을 원하고 있다. 무엇보다 앞으로 북미관계가 주목된다. 북한이 노동신문 사설을 통해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통치를 강조하고 나선 부분은 향후 북미관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 직전에 북미 3라운드 회담을 위한 접점을 찾은 상태기 때문에 김정은 시대에 접어들어 북미관계 개선이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관계, 6자 회담 어떻게 될까
한반도 외교전선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을 계기로 ‘올스톱’ 됐던 북한과의 양자대화와 북핵 6자회담 재개흐름이 새로운 모멘텀을 맞고 있는 양상이다. 미·중을 중심으로 한반도 주변국들이 ‘조문외교’를 내세워 북한을 상대로 전략적 관여를 시도하고, 이에 북한도 김 위원장의 ‘유훈’에 따라 대북 식량지원과 비핵화를 위한 대화테이블에 나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2월 19일(현지시간) 뉴욕채널을 통한 북미간 실무접촉이 북한 측 요청으로 성사된 것은 이 같은 흐름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낮은 수준의 외교채널이지만 앞으로 다가올 북미 3차대화에 앞서 ‘사전 정지’를 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는 6자회담이 곧 가시권에 들어올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북미가 연초에 3차대화를 갖는다면 이는 북한이 비핵화 사전조치를 수용하고 미국이 대규모 대북 영양지원을 하는 ‘빅딜’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북미가 6자회담 재개 협상을 합의타결함으로써 회담 재개를 공식화하는 의미가 있다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김정일 사망이라는 돌출악재가 6자회담 재개흐름을 중단하기 보다는 오히려 촉진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6자회담 관련 각국으로서는 6자회담 재개 흐름에서 소외되지 않고 나아가 이니셔티브를 선점하기 위한 외교전을 전개하고 있다.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지난 12월 22일 급거 베이징행(行)을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중국과 김정일 사후의 전반적 상황을 평가하고 6자회담 재개 방향에 관한 ‘주파수’를 조율하기 위한 차원이다. 앞서 임 본부장은 글린 데이비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전화통화를 갖고 한미간 공조를 확인했다. 그동안 두 차례 남북 비핵화회담을 거치며 6자회담 재개흐름을 이끌어온 한국 정부로서는 현 국면에서 선제적이고 능동적으로 움직일 필요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정부가 남북관계의 틀을 새롭게 짜려는 흐름과도 맞물려있다. 정부 차원의 조의표시와 민간 조문단 파견을 고리로 대북 정책기조를 전환하는 계기로 활용하려는 움직임과 연계돼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는 주변4강이 조문외교를 고리로 발 빠른 대북 관여행보를 보이는 흐름 속에서 한국이 소극적 대응을 꾀할 경우 외교적으로 ‘실기’(失機)할 수 있다는 상황인식도 깔려 있다. 또 지난 1994년 김일성 주석 사후의 외교적 상황이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김일성 주석 사망 후 국내에서는 조문논란 파동으로 북한과의 관계가 단절됐고 이는 석 달 뒤 이어진 북미 간 제네바 협상에서 사실상 배제되는 결과를 낳았다. 나아가 한국은 천문학적 경수로 건설비용만 부담하는 우를 범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일본과 러시아도 발 빠른 대응을 모색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일본은 ‘포스트 김정일’ 상황의 안정을 명분으로 ‘콘클라베(비밀회의)’ 형식의 한·미·일 3자간 고위급 회담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한반도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러시아는 6자회담 내 동북아지역 평화·안보체제 실무그룹 의장국의 지위를 활용해 북한과의 양자대화와 관련국간 접촉을 적극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 시대, 향후 남북관계 전망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중국에 이어 미국, 러시아 등도 김 위원장 사망에 조의를 표하는 등 동북아 외교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남북이 주도하는 한반도 ‘통일외교’를 새롭게 정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동북아 평화·안정을 위한 평화 통일을 이루려면 주변국 협조가 필수적인 만큼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의 사망을 계기로 남북이 염원하는 통일을 위해 당사자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며 “중국·미국 등 주변국들의 이해와 협력도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사망이 북한의 급변사태를 야기해 체제 붕괴로 이어져 결국 북한에 대한 남한의 흡수통일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은 지금으로선 가능성이 낮다. 김 위원장 사망 이후 중국은 물론 미국·일본 등도 ‘김정은 후계’를 인정하는 제스처를 취하면서 김정은 체제의 조기 안정을 추구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북한을 적대시하지 않는다”며 북한이 조속히 안정을 되찾도록 상황을 관리하는 한편 여러 유화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통일에 대한 북한의 태도도 주목된다. 북한은 지난 12월 19일 조선중앙통신의 중대보도를 통해 “우리는 조국통일 3대 헌장과 북남공동선언을 철저히 이행하여 온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조국의 자주적 통일을 기어이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동신문은 12월 22일 사설에서 “조국 통일은 위대한 장군님의 필생의 위업이었으며 최대의 염원이었다”고 전했다. 북한이 김 위원장 사망 후 통일을 위한 과업을 ‘유훈통치’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도 흡수통일 논란을 빚기는 했지만 북한의 비핵화 및 개혁·개방을 강조하며 통일 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 취임 후 통일재원 마련 등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져 왔다. 류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국민적 동의하에 통일을 위해 점진적이라도 (남북관계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통일에 대한 지지와 협조를 끌어내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점이다. 외교 소식통은 “미·중·일·러 등 주변 4강은 공식적으로는 통일을 지지하지만 속으로는 동북아에 대한 영향력 등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다르다”며 “특히 미·중 간 역학관계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통일 과정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국은 김 위원장 사망 후 ‘북한의 불안정성 차단을 통한 동북아 평화·안정’을 앞세워 통일보다는 분단 상황이 낫다는 ‘현상유지·관리’ 정책을 고수해 오고 있다. 북한을 대미 관계에 있어서 지정학적 완충지대로 삼겠다는 구상인 것이다. 미국도 당장 북한 체제의 급변으로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해지는 것을 원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통일을 주도할 한국은 주변국들에 통일의 당위성과 함께, 통일이 주변국들의 정치·경제·안보적 이해에 부합하며 동북아 평화·안정 및 다자안보협력에도 기여할 것임을 지속적으로 설득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봉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통일외교 차원에서 미국에 쏠려 있는 시각의 조정이 필요하다”며 “연미친중(聯美親中) 전략을 통해 통일이 주변국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설명하고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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