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부터 지난해 8월 말까지 상봉을 신청한 이산 1세대는 총 128,615명이지만, 이 중 1/3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총 신청자 중 생존자는 80,708명으로 나머지 47,907명은 북에 두고 온 가족을 기다리다 유명을 달리했다. 문제는 최근 7~8년간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중에서 연간 사망자가 4천명에 이르고 있다. 

▲ (사)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위원장 이상철

이산가족 지원단체인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의 이상철 위원장은 “이산가족 문제는 단순한 인도주의적인 문제가 아니라 천부인권의 문제로 봐야 한다”며 “헤어진 가족이 재회하고 재결합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넓게 보면 인간뿐 아니라 생명을 가진 모든 동물에도 공통으로 적용된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요구가 인위적으로 가로막혔다면 이는 인간의 본성과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는 행위로, 가장 신성하고도 기본적인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이산가족의 인권 보장 위해 다각도의 노력 기울여
지난 1982년 설립된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는 고향을 북에 두고 온 실향민으로 구성된 사단법인이다. 올해로 설립 30년째를 맞이한 위원회는 남북적십자회담에 대비해서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 이북도민회가 함께 협의해서 만든 단체다. 현재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는 기념행사인 ‘일천만 이산가족의 날’을 매년 개최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일천만 이산가족의 날 행사는 실향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산가족재회 실현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것에 뜻을 모으고 남북적십자회담을 제의한 날인 8월 12일을 ‘이산가족의 날’로 정하고 매년 기념대회를 개최해왔다”고 설명했다.
일천만가족위원회의 활동은 국내에서만 머물러 있지 않다. 미국 매릴랜드주 정부에 지속적으로 한국 이산가족들이 주 의회 등에 이산가족의 날을 지정해달라는 청원을 한 결과, 오말리 주지사는 5월 10일을 ‘한국 이산가족의 날’로 선포하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 2010년 4월 일리노이주 정부가 같은 날을 한국 이산가족의 날로 정한 것에 이어 두 번째다. 이에 따라 앞으로 매년 5월 10일마다 매릴랜드주, 일리노이주 등 미국의 두 개 주에서는 한국이산가족들을 위로하고 이들이 가족을 만날 수 있는 권리에 대해 논하는 기념식이 열릴 예정이다. 이상철 위원장은 “앞으로 미국의 50개 주 모두가 한국의 이산가족들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한국의 이산가족 문제가 단순히 한국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또한 참전한 한국전쟁의 아픈 결과물이자 이산가족들의 가족권, 그리고 북한인권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범국제적 문제라는 것을 알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일부 면담

이산가족자들의 전면 생사 확인 문제 시급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는 한국 이산가족의 실태를 알리고 이산가족 문제 해결 방식의 전환과 지속성 확보를 강조하기 위해 유엔 인권에 청원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2010년에는 이산가족자들의 전면 생사 확인 요청 메시지를 유엔 북한 대표부를 통해 故 김정일 위원장 앞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한편 제16차 유엔인권이사회 연례회의 회기 중 개최된 보고회에 참석해서는 이산가족 문제 해결 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 정부가 1948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 등 국제인권법규의 내용을 주민들에게 숙지시키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유엔이 총회에서 채택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상철 위원장은 “현재 이산가족은 일 년에 설날과 추석, 두 차례씩 상봉행사를 가지고 있으나 지금의 상태로는 모든 이산가족이 상봉하기 위해서는 수백 년이 걸린다”면서 “일시적 면회에 불과한 소수의 상봉보다는 이산가족 전부를 대상으로 한 전면적인 생사확인이 더욱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산 1세대들이 속속 세상을 떠나면서 국민적인 관심도 급속히 식어가고 있다”며 “이 상태라면 이산가족 문제는 5~6년 후 국민 관심에서 완전히 멀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는 최근 탈북자들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에 정착한 탈북자는 22,892명에 이른다. 이 위원장은 “매년 3천 명 이상의 탈북자가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면서 “정부는 탈북자들이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직업 교육을 통해서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제도적으로 미비한 점은 개선 보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