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이 화두다. 영국 무역 산업청의 사회적 기업 정의에 따르면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목표를 우선시하는 기업으로서, 기업이 거둔 흑자는 주주와 소유주의 이익을 최대화하는데 운용하기보다는 원칙적으로 사회적 목적을 위해 사회적 기업 자신이나 지역공동체에 재투자 되는 기업’이다.

▲ 육근해 대표는 한국점자도서관의 관장으로서 장애, 비장애에 관계없이 누구나 원하는 책을 읽고 지식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해왔다

정부의 공적인 영역에도 속하지 않고, 기업과 시장과 같은 사적인 영역에도 속하지 않는 제3섹터인 사회적 기업의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실패와 시장실패 등을 겪은 불완전성에 반하여 사회적 기업은 경쟁을 강조하는 시장과 신뢰를 강조하는 정부영역의 역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실패에 따른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생긴 대안적 해결책이다.

점자도서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최근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도서출판 점자의 육근해 대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주)도서출판 점자는 ‘글씨가 없이 오직 점자만 새겨진 책자’라는 점자도서에 대한 기존 관념을 깨뜨리고 다양한 도서를 출간해 새로운 지평을 연 사회적 기업이다. 1969년 사재를 털어 서울 종로구에 한국 최초의 맹인도서관인 한국점자도서관을 세운 선친 육병일 관장의 뒤를 이어 도서관장으로 아버지의 유업을 이은 육근해 대표는 지난 2006년 점자책 등 대체도서 제작을 전문으로 한 도서출판 ‘점자’를 세웠다. (주)도서출판 점자는 현재까지 8,000여 종의 점자도서, 3,000여 종의 라벨도서, 30여 종의 촉각도서, 90여종의 큰글자도서를 출간했다. 현재 ‘점자’에서 출간하고 있는 점자도서는 국내 공급량의 70%에 해당한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점자책은 글씨가 전혀 없이 오직 점자만 파인 흰 종이묶음이다. 때문에 시각장애가 없는 사람은 거의 대부분 전통적인 점자책을 해독할 수 없다. (주)도서출판점자에서 지난 2006년부터 생산되고 있는 점자라벨도서는 일반도서에 점자가 인쇄된 투명한 라벨을 매 쪽마다 덧붙여 일반인과 독서장애인이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다. 촉각도서는 점자를 한 단계 발전시킨 것으로 출판에 시각장애인 복지를 결합했다. ‘만질 수 있는 책’으로 착안된 촉각도서는 동식물도감에는 한쪽에는 점자로 동물의 이름과 설명을 넣고, 반대쪽에는 최대한 동물에 근접한 모양을 넣어 손으로 직접 동물의 형태를 만질 수 있게 했다. 터치미 등은 동물의 피부 형태를 손으로 느낄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이런 책들은 특히 인지 훈련에 효과가 있어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시각장애 아동이나 치매 노인에게 제공된다. 이 외에도 고흐 등 유명 고전 화가의 그림도 입체화한 책을 만들었다. 등고선을 그리듯 명화의 윤곽을 따라 겹겹이 종이를 덧붙여 그림을 재현한 것. 육 대표는 “독서장애인들이 더욱 다양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을 많이 개발하려고 했다”고 개발 취지를 밝혔다. 이 외에도 (주)도서출판점자는 박물관 리플렛, 묵점자 초청장, 국민연금 안내책자 등을 묵점자화했고, 문화체육관광부의 의뢰로 묵점자 혼용잡지 ‘손끝으로 읽는 국정’도 출간하고 있다. 지난 2011년에는 청각장애가정을 위해 수화가 삽입된 ‘수화로 함께 보는 도서’를 최초로 개발했고 다문화가정을 위한 베트남, 중국어 등의 다국어책도 출판하고 있다. 일본과 수출계약을 맺었고 프랑스 등의 유럽 국가와도 수출 상담 중에 있다. 독서장애인 위해 독서환경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육근해 대표는 한국점자도서관의 관장으로서 장애, 비장애에 관계없이 누구나 원하는 책을 읽고 지식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해왔다. 선친에 이어 1969년부터 장애인들의 문화복지를 선도적으로 이끌어왔으며 지난해에는 한국점자도서관 1층에 장애인서비스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역사사료관을 개관하기도 하였다. 동시에 장애어린이들을 위해 찾아가는 도서관 북소리버스를 오픈식도 갖고 2012년에는 더 많은 장애어린이들을 찾아갈 큰 계획도 갖고 있다.
육대표는 이렇게 장애인서비스를 발전시켜오면서 아쉬웠던 것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다른 책으로 서로 다르게 세상을 보는 것이었다. 또한 장애인에 대한 책은 일부 장애인기관에만 국한되어 있어 장애인들조차도 접근이 쉽지 않아 비장애어린이들에 비해 책읽기가 잘  안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육대표는 누구나 책 읽기에 어려움이 있으면 안되며 더욱이 장애 비장애가 함께 동일한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며 소통할 수 있는 배리어 프리 문화실현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장애인들에게 보조기기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고가의 기기보다 책을 장난감으로 아주 유아에서부터 갖고 놀며 장애와 비장애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이 우리 미래를 바꾸는 기초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