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 종교, 예술이 다양한 방식과 모습으로 세계를 인식하고 표현하지만, 그 지향은 언제나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가치를 부여하며 자신을 반성하는 것에 있다. 논리적인 합리로써 세상을 인식하거나, 현상의 유한한 모습 속에서 초월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통해 진리에 접근하거나, 비유나 은유로 언어로써 표현되지 않는 느낌을 전달하는 것, 이 모두 진정한 삶의 가치를 발견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 작가 김진관의 작업은 바로 우리 주변의 작은 세계, 언제나 우리 곁에서 호흡하며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때로는 너무 흔해서 느껴지지 않고, 때로는 현재 우리의 삶과 너무 멀어져서 보이지 않는, 풀과 곤충의 미세한 세계의 발견을 통하여 생명의 커다란 가치에 접근해간다.

작가 김진관의 작업은 바로 우리 주변의 작은 세계, 언제나 우리 곁에서 호흡하며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때로는 너무 흔해서 느껴지지 않고, 때로는 현재 우리의 삶과 너무 멀어져서 보이지 않는, 풀과 곤충의 미세한 세계의 발견을 통하여 생명의 커다란 가치에 접근해간다. 그가 등단 초기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작업의 소재로 삼고 있는 것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지니는 작은 생명들, 개미나 잠자리, 벌과 나비 같은 것이며, 그것을 통해 표현하고 있는 주제는 ‘생명’에 대한 가치와 삶의 목적이 같은 것이다.

자연의 소통과 순환을 잃어버린 우리의 삶에 대해 반성하며 작가 김진관은 풀과 곤충의 세계를 통하여 생명의 근원인 자연을 잃어버리는 삶이 얼마나 맹목적일 수 있는지 우리에게 말없는 말을 한다. 그의 시선이 머무는 곳, 그곳에는 콩, 들풀, 벼, 땅을 기어 다니는 갑각류의 벌레들, 메뚜기와 매미, 그리고 막 허물을 벗고 날아오르는 잠자리나 나비 같은 작은 생명들이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그 생명들이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가 있다.

▲ 늦가을._161x131c m._한지에_채색.2011

현대적 트렌드를 따르지 않고, 묵묵히 그리고 조용히 전통의 힘으로 견디는 그의 작업은 섬세한 모필이 주는 부드러운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동시에 세속의 일상에서 벗어나 생명 본연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한다. 그의 작업에는 강렬함이 없다. 어떠한 충격적인 현상도 그의 예술적 감수성을 통하면 부드럽고 평이한 느낌으로 바뀐다. 그의 작업에서 부드럽고 평이함은 끊임없이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공명으로 작용한다.

한 번의 강한 충격이 아니라 부드럽게 파고드는 평이함이 더욱 깊게 울린다. 마치 가랑비에 옷이 젖는 것처럼, 작품의 강압에 의해 설득당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조용한 내레이션에 의해 어느 틈에 그의 작업세계에 가 닿아있는 설득력은 오직 작가 김진관만의 특색이다. 중앙대학교 회화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작가 김진관은 지금까지 총 10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동양화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