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남학호는 조약돌 화가로 잘 알려져 있다. 생명이 없는 사물을 지칭할 때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것이 돌(石)이다. 그의 화폭에는 생명이 되어 숨 쉬는 석심(石)이 화두공안(話頭公案)이다. 작품에는 '추억'이라든가 ‘생명’ ‘그리움’ ‘고독’ ‘사랑’ ‘불멸’ ‘불변’ 같은 시어(時語)들이 느껴진다. 화면 가득 메운 조약돌 하나하나에서 강한 메시지(Message)를 안고 있다.

▲ 작가 남학호의 그림에는 돌과 나비, 애틋한 사랑이 있다. 다만 행색이 다를 뿐 변해도 변하지 않는 근본(根本)이 하나인 불이일체(不二一切)의 진행형이다. 느낌이 밝다.

작가 남학호의 그림에는 돌과 나비, 애틋한 사랑이 있다. 다만 행색이 다를 뿐 변해도 변하지 않는 근본(根本)이 하나인 불이일체(不二一切)의 진행형이다. 느낌이 밝다. 때문에 그늘이 없다. 앙증맞은 나비들은 어김없이 돌 위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한다. 여자의 몸짓이다. 사랑을 하는, 사랑을 부르는 유혹의 몸짓이다. 돌은 마음이다. 나비를 받아들이는 불변의 석심(石心)이다. 영혼의 안식처 역할을 한다. 작가 남학호의 고향은 바다가 보이는 동해 영덕이다. 화가(畵家)가 된 특별한 동기가 뭐냐고 묻자

“내게는 산, 들, 바다를 한곳에 둔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고향이 있기 때문에...”라고 답변한다. 일찌감치 자연과 호흡하며 성장할 수 있었던 주변 환경들은 화가로서 지녀야 할 예술적 감성을 익히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조건이었던 것 같다. 작가가 성인이 되기 직전까지 자라고 지낸 곳이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의 수려한 비경에 버금가는 한 폭의 산수화 같은 곳 이었다고 소개한다. 수 십리 늘어진 금빛모래 고래불해수욕장은 평사낙안(平沙落雁, 기러기 날고 있는 모래사장 모습)이요, 천년고찰 유금사(有金寺)는 연사모종(煙寺暮鐘, 안개에 싸여 저녁 종소리 울리는 산사의 풍경)이다.

▲ 석심(생명)1120 90.9x72.7cm(30호)

손꼽히는 미항 강구항 포구에는 만선의 깃발이 펄럭이니 원포귀범(遠浦歸帆, 먼 바다에서 돌아오는 돛단배의 모습)이며, 상대산을 돌아가며 옹기종기 작은 어촌마을이 있어 어촌석조(漁村夕照, 저녁 놀 비친 어촌 풍경)이다. 태백산 줄기의 끝자락에 자리한 옥계계곡은 37경을 자랑한다. 현재의 작가는 물상을 재현하는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고 겸손하게 자평(自評)한다. 2012년 2월 말에는 주변의 비경을 화폭에 담아 ‘영남의 수묵화전’이라는 전시명으로 기획되어 대구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자리에서 지치지 않고 탐구하는 자세로 자신만의 회화적 언어를 갖고자 애쓰는 작가의 몸짓에서 그 다음을 기대해 본다.

 작가 남학호는 경북 영덕 출신으로 대구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그림을 공부했다. 지금까지 총 개인전 8번을 개최하고,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KOREA INTERNATIONAL ART FAIR(COEX/seoul), 대한민국화랑미술제(BEXCO/부산,서울)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한국미술협회 회원으로서 대구예술대학교 초빙교수, 대구대학교, 문화강좌(http://www.koreacolor.com)에 출강하고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