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초상화는 단순한 얼굴그림에 머물지 않고 신령이나 정신이 담긴 것으로 여겨졌다. 그것은 실재하는 인간을 대신하는 것이자 혼이 깃든 예사롭지 않은 이미지다. 이미지는 단지 이미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이미지가 실재를 대신해, 부재에 맞서 다시 눈앞에 현존되는 기이한 체험이다.

▲ 작가 금릉 김현철은 조선시대 초상화기법의 온전한 계승, 모사를 통해 이를 동시대인의 초상 작업으로 끌어당긴다.

작가 금릉 김현철은 조선시대 초상화기법의 온전한 계승, 모사를 통해 이를 동시대인의 초상 작업으로 끌어당긴다. 그의 초상화에는 조선시대의 뛰어난 초상화에서 만나는 절제된 필선과 맑고 은은한 채색, 단아하고 엄정한 인물의 기품과 인격, 서릿발 같은 기운이 감도는 긴장감이 가득하다. 무엇보다도 정교하고 담백했다. 깔끔하고 차분한 정신이 감도는 그림이다. 다른 미술장르와 달리 초상예술은 화가 혼자의 힘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초상제작 의뢰자와 함께 공동 작업을 통해 완성되어 간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초상 그림을 소장하고 감상 또는 흠모할 사람은 그 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그려질 초상화의 주인이기에 그의 뜻이 반영되어 그려짐은 너무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반면 화가가 누군가의 초상을 그림에 있어 큰 어려움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경허선사와 혜월선사, 향곡선사, 자운율사 등 이른바 조사상(祖師像)에 해당하는 그림과 만해 한용운의 초상도 그렸다. 만해의 얼굴은 그가 그리고 싶은 스님의 얼굴이었다. 대부분의 스님초상은 사찰에서 주문한 것들이다. 이미 그려진 초상화가 전해지고 있지만 그 인물의 행적과 인품 등을 헤아려 그에 걸맞는 자세와 소도구, 채색과 기법 등을 결정해 다시 그렸다.

그는 얇은 비단 위에 배채법에 의한 투명한 듯 맑은 기운의 채색(석채)과 간결한 필선법으로 전신의 진정성을 드러내고자 한다. 전신(傳神)이란 초상화를 그릴 때 외모뿐 아니라 그 인물의 내재된 정신까지 사생해낸다는 의미로 사진기가 해내지 못하는 정신성 표출을 가능하게 하다. 정밀한 붓질로 가는 선묘를 반복하여 안면의 입체감을 구현한다. 의습은 간결하고 단순하게 처리했다. 작가 금릉 김현철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 대학원 동양화과를 졸업한 그는 간송미술관에 입문한 후, 진경산수화풍과 초상화풍을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자세로 계승 발전시키려는 화도(畵道)수련을 쉬지 않고 계속해 오고 있다.

▲ 만해 한용운(1879-1944) 85×51cm 비단에 진채 2010년 제작

지금까지 총 13회의 개인전을 가졌던 그는 한국화 새로운 형상과 정신전, 회화정신전, 한국화 오늘과 내일전, KIPAF, 지필묵놀이 미술관, 숙명 100인의 이미지전, 차경借景borrowed scenery, 분쟁의 바다, 화해의 바다, 시대의 거울 ‘초상’ 등 유수의 단체전에 참가하며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현재 그의 작품은 국립중앙박물관, 경기도미술관, 초당대학 도서관, 송설역사관, 제주현대미술관, 이천시립월전미술관 등에서 소장 중이다. www.hyunchulkim.com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