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가 조선백자의 시원(始原)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양구 백자 위상과 콘텐츠 다각화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선 윤용이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이성계 발원 사리구’ 등 고려 말에서 조선 초 백자 자료 가운데 지역명이 구체적으로 명시된 곳은 양구가 유일하다”며 “다른 지역은 이런 자료가 없으니 양구가 조선백자의 시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밝혔다.

▲ 정두섭 관장은 방산자기박물관장 외에도 DMZ박물관 유물감정위원, 도미술협회 학술분과위원장, 춘천미술협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면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강원도 양구는 조선시대 왕실 분원에서 생산되던 백자 원료인 품질 좋은 백토를 공급해온 곳 중 하나로 한국 백자사에 있어서 중요한 위상을 갖고 있는 곳이다. 양구가 자랑하는 문화재를 꼽으라면 단연 양구백자다. 방산면은 고려시대 이래로 주목을 받은 곳으로 금강산 출토 이성계 발원문 백자발을 만드는 등 조선시대 생산된 백자 원료의 주요 공급처 가운데 한 곳이다.

사료 근거로 양구백자를 연구하고 재현하다
방산자기박물관은 백자 역사 600년을 정립한 곳으로 질 좋은 백토가 빚은 백자의 빛과 흐름을 감상할 수 있다. 방산면 장평리에 소재한 방산자기박물관에는 백자, 요도구, 도편 등  유물이 전시돼 있고, 우리나라의 백자 발달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 유일하게 수비, 쇄석, 성형, 채석시설을 구비, 초벌구이 그림그리기, 백토 채취, 작품 만들기 등 도자기의 전 생산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양구에서 나고 자란 방산자기박물관의 정두섭 관장은 백자의 역사가 깃든 방산에서 여러 사료들을 근거로 양구백자를 연구하고 재현하는데 열정을 쏟고 있다. 큐레이터이자 도예가이기도 한 그는 질 좋은 양구 백토에 매료되어 박물관을 찾는 많은 이들에게 도요지로서의 방산을 알려왔다. 특히 그의 젊은 감각적 사고는 방산자기박물관을 기존 박물관 운영의 틀을 깨고 양구 지역만의 도자문화의 흙의 우수성을 알리는 특색 있는 기획전과 학술세미나, 체험전 등을 통해 활력 넘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정두섭 관장은 “방산면 일대는 양질의 백토가 다량 매장되어 있을 뿐 아니라,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수입천으로 요업에 필요한 물을 구하기 쉽고, 수목이 무성하여 땔감 걱정이 없다는 점에서 요장이 형성되기에 적합한 환경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방산 일대에서 가마터 40여 기가 확인되었고, 각 가마에서는 여러 기법의 백자가 출토됐다. 게다가 1392년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의 백자 발원문이 양구 방산에서 제작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역사적 가치를 더하고 있다. 정두섭 관장은 역사적 배경을 기반으로 백자 제작 상황과 백자의 질 등에 관한 연구에 몰두 중이며 박물관을 통해 양구백자를 전국에 널리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정 관장은 “양구 백토의 질이 워낙 우수한 관계로 거친 질감부터 매끄럽고 투명한 백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활동이 가능하다”면서 “향후 도예촌을 조성해 양구백자의 명성을 되찾고, 대한민국 재산인 백토를 육성하기 위한 과학적 실험을 거쳐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하겠다”고 피력했다.

▲ 백자 역사 600년을 정립한 방산자기박물관

흙의 본질과 본연의 느낌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 열려

▲ 풍경-흙에서 노닐다

지난 5월 올해의 젊은 큐레이터상을 수상하기도 한 정두섭 관장은 방산자기박물관장 외에도 DMZ박물관 유물감정위원, 도미술협회 학술분과위원장, 춘천미술협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면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폐교를 개조해 ‘항상 빛나는 공간’이라는 뜻의 도예연구소 ‘늘휘’의 문을 연 그는 본격적인 창작에 돌입,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우수상 수상을 비롯해 서울현대도예공모전 우수상 수상 등으로 그의 작품세계를 인정받기도 했다. 그는 제26회 강원미술상 청년작가상으로 받은 시상금과 작품판매대금을 양록장학금으로 내놓으면서 사회의 귀감이 되기도 했다. 한편 오는 12월 19일까지 남이섬 남이도예원에서 초대전이 열린다. 이번 도예전에서는 흙의 본질과 본연의 느낌을 감상할 수 있는 ‘트임기법’의 작품들이 전시돼 조미료가 가미되지 않은 담백한 도자기를 만날 수 있다. 확장된 시대정신을 담아 ‘벽에 걸리는 도자기’라는 새로운 도예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는 정두섭 관장은 “그릇이 가지고 있는 쓰임의 용도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릇 표면에 있는 질감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양구 백토에 담긴 지역의 역사적 배경과 흙의 전통적 미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