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자연과학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한 교수가 있어 본지가 찾아가 보았다. 부산대학교 자연과학대학 김항묵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 김 교수는 국내 최초의 공룡화석을 발견, 한반도를 세계적인 공룡대국의 반석 위에 올려놓는 공헌을 새운 바 있으며 자연사 부문에서 국제지성인 74인록(캠브리지 대학)에 등재되었고 한국 과학자 33인록에도 선정된 바 있는 출중한 실력의 소유자이다.

▲ 부산대 김항묵교수

중고등학교 재학시절, 적성검사 결과는 늘 법학 부분에서 높게 나왔던 김항묵 교수는 오히려 그 다음으로 높게 나왔던 지질학이 소속된 자연과학분야에 도전해 현재의 위치에 올랐다. 특히 과거 대구교육대학에서 재직 중인 스승이었던 지구과학교사 김재경 교수가 “지질학을 공부하면 국가적으로 크게 기여할 것이다”라고 김 교수에게 말한 것이 큰 동기부여가 돼 지질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워낙 학자집안에서 자랐기에 어렸을 적부터 ‘외국유학’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을 정도로 공부에 대한 욕심이 컸다고. 고등학교 동기들 역시 “너는 후에 교수를 해라”고 말할 정도로 공부는 하면 할수록 새로운 것이 또 생겨났고 김항묵 교수는 그것에 큰 재미를 가지게 되었다.

“군대에서의 경험이 현재 위치에 큰 도움이 되었다”
경북대학교 지질학과에 종합수석으로 졸업한 김항묵 교수는 후에 서울대학교에서 박사과정 제의가 들어올 정도로 재학 시절부터 출중한 실력을 보여왔다. 서울대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그는 국내 지층학 분야의 박사 제1호가 되었고, 이후 서울대학교, 경북대학교, 고려대학교 등에서 지질학에 대해 강의를 하다가 현재 부산대학교에 정착,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지질학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이후 지금까지 47년 동안 한 학기도 빠지지 않고 오직 지질학에만 전념해 온 김항묵 교수는 군대시절마저 UNDP의 세계석학 지질학고문단을 안내하는 사병생활을 했다고 하니, 지질학은 곧 그의 인생이었던 셈이다. 이러한 과정은 모두 국내 제1의 서울대 교수진, 미국 제1의 대학 하버드 교수진과 예일대 교수진과의 공동 연구를 가능하게 했으며 특히 예일대 교수진과의 이루어낸 공동 논문은 세계적인 잡지에 게재되기도 했다. “군 생활 당시, 낙동강유역조사단 UN고문관 석학들을 안내하도록 추천해 준 그 교수는 나의 은인이나 다름 없다. 또한 그 자리에 적격자로 선택해 준 군 수뇌부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는 바이다”고 말하는 김항묵 교수에게 군 생활에서의 그 경험들은 그에게 큰 보탬이 되었던 듯하다.

자연 역사 방면에서만큼은 ‘발견왕’
“자연과학에서는 발명보다는 발견을 중시한다”고 말하는 김항묵 교수의 연구 성과를 살펴보면 그야말로 눈부시다. 김 교수는 세계 최초로 최대급 공룡족인 한외룡의 발자국을 발견한 것을 비롯, 통영에서의 공룡알 화석 발견, 이암동굴 발견, 대량의 공룡, 익룡, 조류족 집산지, 중생대의 풀뿌리 화석 등을 발견한 바 있으며 국내 최초로 공룡골화석, 백악기 화산탄 역시 그의 손을 거쳐 발견되었다. 특히 설악산과 금강산이 빙하조형산임을 밝혀냈는데 후에 북한 정부가 구성한 30명의 연구팀이 정식으로 금강산이 빙하지형임을 보고서로 제출한 것보다 더 빠른 발견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시조새 부척골의 발견, 유라시아 대륙에서는 유일한 천연기념물 구상반려암 발견 등 김항묵 교수가 발견한 자연의 비밀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무엇보다 큰 발견은 지난 1999년, 공룡유적 보존의 법칙을 세계적으로 발표해 한반도 동남부 경상도 지역과 전라남도 해안지역이 세계 최대 공룡유적지임을 입증해 낸 것이다. 이와 같은 연구 실적들은 그를 캠브리지 대학의 국제지성인 74명 인명록에 등재되게끔 했으며 한국 대표 과학자 33인에 등재 역시 당연한 것이었다. 이렇게 많은 연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지만 김 교수는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한다. 김항묵 교수의 장기적인 목표는 바로 이것이다. “공룡학을 파충류학이나 포유류학처럼 하나의 학문으로 정립해야 하며, 자연사학을 인간 세계의 역사학처럼 하나의 학문으로 정립해야 한다.” 때문에 김 교수의 연구실은 그가 무언가를 발견하러 나가지 않는 이상 항상 새벽에도 환하게 불이 켜져 있을 정도이다.

“자기 자신과 사회 그리고 국가 나아가 전 세계의 발전은 점진적으로 오지 않고 급진적으로 발생한다”고 말하는 김항묵 교수는 공룡이 갑자기 자취를 감춘 것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생각하고 있다. “공룡을 부활해 내는 날이 바로 인류의 영생을 증명하는 날”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그의 지질학과 공룡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다. 그것을 증명하는 날까지 김항묵 교수의 연구는 24시간 365일 계속될 것이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