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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구조조정 통해 위기 극복할 수 있을까
정부, 취약업종 구조조정에 12조원 지원
2016년 07월 07일 (목) 01:12:04 황태희 기자 hth@newsmaker.or.kr

정부가 자본확충펀드와 직접출자 등 정책수단을 조합한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을 마련했다. 한국은행의 발권력까지 동원한 특단의 조치지만 12조원의 재원만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따른다.

황태희 기자 hth@

지난 6월8일 정부가 발표한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 및 국책은행 자본확충 등 보완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하기 위해 자본확충펀드를 11조원 한도로 조성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수은에 대한 1조원의 직접출자도 이뤄진다.

상황 악화될 경우 부실채권 규모 불어나
정부는 구조조정 상황이 악화될 경우 국책은행에 5조~8조원 수준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실탄을 12조원 규모로 마련한 것은 향후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기재부 관계자는 “2009년 은행 자본확충펀드의 경우에도 총 20조원을 조성했으나 실제 지원은 3조9000억원 뿐이었다”며 “자본확충펀드 11조원 전부를 즉시 투입하는 것은 아니며 구조조정 상황 등 금융시장 여건을 고려해 캐피탈 콜(Capital Call) 방식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현재 민간은행 자본 확충 필요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은행권 부실채권 규모는 31조3000억원에 달한다. 부실채권의 55% 가량은 산은(8조6000억원), 수은(4조2000억원), 농협은행(4조원) 등 국책은행과 특수은행이 보유하고 있다. 또 부실채권 비율도 산은(6.7%)과 수은(3.4%)이 1%대인 일반은행에 비해 훨씬 높다. 하지만 향후 구조조정 진행 과정에서 시중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부실채권이 위험으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3조원에 달하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여신은 사실상 부실채권이지만 대부분의 은행들은 정상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구조조정 진행 상황에 따라 부실채권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은행권은 현대중공업(17조4000억원) 삼성중공업(14조4000억원)에 대한 여신도 정상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실사 결과에 따라 향후 구조조정 작업이 어떻게 전개될 지 가늠하기 어렵다. 전후방 산업 연계가 강한 조선업종의 특성상 이들 업체가 부실화될 경우 철강, 해운, 중소 조선사 등에 대해서도 자금이 투입돼야하는 상황이 올 가능성도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12조원이 구조조정 재원으로 충분한지 판단하려면 현재 진행 중인 조선사, 해운사 실사 결과가 나와야할 것 같다”며 “정확하게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는 숫자 서너 개만 내놓고 자본확충 규모를 정했는데 그 숫자는 STX가 법정관리에 가기 전의 것일 가능성이 높다”며 “ 정부 돈은 국민들의 돈인데 숫자 몇개로 10조원을 정당화해서는 안된다. 선출 권력인 국회에 비공개로라도 보고하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책은행의 건전성 유지를 위한 자본확충만으로 ‘'산업개혁’이라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지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는 이날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산업경쟁력 관계 관계장관회의’를 처음으로 가동했다. 구조조정 추진체계를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해 산업구조 개편과 미래 비전까지 제시할 수 있는 논의를 만들어 간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 4월28일 발표한 ‘경제여건 평가 및 정책대응방향’에서 정보통신기술(ICT) 등 신성장 분야에 80조원의 정책자금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런 구상에도 국책은행의 정책자금 지원이 필수적인데 아직까지 세밀한 재원 조달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또 구조조정 과정에서 실물경기에 충격이 발생할 경우에도 추가 재원이 소요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날 고용 지원 방안과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추가 재원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대우조선, 2020년까지 자회사 14개 매각
기업 구조조정의 몸통 격인 대우조선해양은 2020년까지 자회사 14개를 모두 매각한다. 알짜인 특수선 사업부(방산 부문)는 따로 떼어내 100% 자회사로 만든 뒤 지분 일부(30~40%)를 매각한다. 그동안 4조여원을 지원받고도 회생 발판을 마련하지 못한 만큼 고강도 자구노력을 하는 대신 추가 지원을 받기 위해서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도 2018년까지 설비 20%, 인력 30%를 각각 줄이기로 했다.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받고 있는 중소 조선사는 자체 정상화가 어려울 경우 대형사의 하청공장으로 만드는 방안이 검토된다. 정부가 6월8일 내놓은 기업 구조조정 방안에 따르면 조선 3사는 10조 3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조선 빅3가 위태로워지면 국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는 만큼 일단 각 사가 스스로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면 이후 큰 틀에서 조선업 재편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유동성 부족을 단순히 메우는 금융지원은 (구조조정 추진계획) 어디에도 포함하지 않았다”며 “유동성 부족은 자구계획으로 스스로 해결하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조선 3사가 마련한 자구안에는 6000명 안팎의 인력 감축방안도 포함됐다.

지난해 10월 1조 8500억원의 자구안을 내놓은 대우조선은 3조 5000억원의 추가 계획을 내놨다. 모두 5조 3000억원 규모다. 수주 절벽이 장기화될 경우에 대비해 2조원 이상의 추가 생산설비 감축·매각 계획도 마련했다. 14개 자회사는 모두 매각(약 3000억원)하기로 했다. 방산 부문은 100% 자회사로 만든 뒤 일부 지분(30~40%)을 판다. 투자자 유치나 기업공개(IPO) 방식을 검토 중이다. 도크(선박 건조대)는 7개에서 5개로 줄여 생산능력을 30% 축소한다. 현대중공업 3사(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는 비핵심자산 매각과 사업 조정 등으로 3조 5000억원을 마련하고 비상시를 대비해 3조 6000억원을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 하이투자증권 등 3개 금융사는 매각하고 일부 사업은 철수한다. 도크도 순차적으로 일부 폐쇄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거제도 삼성호텔·판교 연구개발(R&D)센터 등 비핵심자산과 잉여 생산설비 매각, 인력 감축으로 1조 5000억원을 확보한다. 유동성은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하기로 했다. 중소 조선사에 대해선 “(자구노력 이행 시까지) 추가 지원은 없다”고 못 박은 정부는 “자체 해결이 어려운 경우 처리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스스로 생존하지 못하면 법정관리로 보낼 수 있다는 얘기다.

성동조선은 자구계획(3248억원)을 제대로 이행하면 2019년까지 자금 부족이 없을 것으로 분석됐지만, 대선조선은 자구안(673억원)을 이행해도 내년 중 자금이 고갈된다. SPP조선은 내년 3월까지 자금 부족 없이 수주 선박 13척을 건조·인도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모두 교체하는 등 고강도 조직개편이 진행된다. 경영능력을 갖추고 업계 이해도가 높은 해운전문가를 해운사 수장으로 앉힐 방침이다. 한진해운의 유동성 확보에 대해 정부는 “소유주가 있는 만큼 유동성 문제는 자체 노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1000억원이 넘는 용선료 연체금과 유동성 문제를 대주주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0조3000억원의 자구안, 적기 실행되어야
정부가 발표한 조선·해운 구조조정을 포함한 산업개혁 추진계획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들이 제시한 자구계획이 제대로 성과를 낼지도 미지수이고, ‘앙꼬’격인 산업구조 개편방안도 빠져있다는 것이 이유다. 한진해운의 회생을 위한 협상들이 대부분 현재 진행형이고, 그룹 총수의 출자방안도 나오지 않았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3사 자구계획 역시 수주가 늘고 자산매각이 정상적으로 이뤄져야 가능한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계획에서 구조조정을 위한 기업간 인수합병(M&A) 등 적극적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기업의 도산이 국책은행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바람막이용’ 펀드 조성에 역점을 뒀다. 정부가 6월8일 발표한 산업·기업 구조조정의 계획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경우 용선료 협상과 사채권자의 채무조정 협의가 뇌관으로 남아있다. 한진해운 소유주의 사재출연 등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체 노력은 결국 끌어내지 못했다. 정부는 정상화 방안이 실패하면 원칙에 따라 처리한다는 ‘경고성’ 처방을 내놨지만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오는 8월까지를 기한으로 잡고 그 이전에라도 정상화방안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법정관리 등 원칙에 따라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한진해운의 용선료 연체와 관련, 채권단이 지난 5월 말 한진그룹에 추가 지원계획을 요구했다”며 “회사의 자구노력이 우선이며 채권단의 추가 자금지원은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조선 ‘빅3’'가 내놓은 총 10조3000억원의 자구안은 적기 실행이 관건이다. 자산매각 작업이나 인력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사 마찰 등 변수가 너무 많아 유동성 위기는 언제든 닥칠 수 있는 상황이다. 자구안이 제때 실행되지 않아 유동성 위기에 빠질 경우 채권단은 더 이상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다. 정부도 이를 알기 때문에 한국은행과 함께 11조원 규모의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해 유동성 위기 조절에 사용하기로 했다. 다만, 이 펀드는 자구안이 유동성 위기와 일시적으로 엇갈리는 경우 등 특수한 상황에서만 지원하도록 캐피탈콜 방식으로 운영된다. 또 조선업의 수주전망이 예상과 달리 저조할 경우 위기 상황이 올 수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올해 수주액을 131억달러로 전망하고 2017년 157억달러, 2018년 181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같은 기간 53억달러에서 59억달러, 대우조선해양도 62억달러에서 90억달러로 각각 수주액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자구 계획은 주채권은행이 개별회사와 함께 적정한지 평가했고 조선사 자구계획은 수주전망이 제일 중요한 변수인데 수주가 올해 더 떨어져서 상황이 또 바뀌면 채권은행이 다시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자구계획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번 계획에서 해운사 통합이나 조선사 사업부분 재편 등 M&A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현재 해운2사, 조선3사 체제로도 각자 회생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M&A를 논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면서 “인수할 기업이 있어야 가능한 얘기인데 지금은 아니다”라고 잘라말했다. 8월까지 조선업에 대한 컨설팅 결과가 나오면 그 다음에 고려해볼 사안이라는 것이다. 11조원의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도 당장 풀리는 돈이 아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은행인 국책은행이 위기에 빠지면 구제하기 위한 보완장치에 불과하다. 이번 계획에서는 또 개별기업 자구안 외에 산업구조 전반을 개편할 방안이 없다. 조선 해운 철강 유화 등 산업경쟁력 유지 제고방안,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을 활용한 사업재편 지원방안은 모두 3분기에 발표하는 것으로 유보했다. 또 한은이 국책은행에 직접 출자하는 내용도 빠졌다. 다만 정부와 한은은 ‘시장 불안이 금융리스크로 전이될 경우’라는 단서를 달아 수은 출자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STX조선해양, 회생 절차 개시 결정 받아
서울중앙지법 파산3부는 지난 6월7일 STX조선해양에 대해 회생 절차 개시 결정을 내렸다. 지난 5월27일 STX조선이 회생절차를 신청한 지 11일 만에 나온 신속 결정이다. 법원은 “중형 선박 건조분야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STX조선이 우리나라 조선업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관련 근로자, 협력업체,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 등을 감안해 신속하게 회생 절차 개시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법률상 관리인은 현 이병모 대표가 맡도록 했다. 회사 영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회생 절차를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도다. STX조선의 생사를 쥐게 된 조사위원은 한영회계법인이 선정됐다. 조사위원은 7월11일까지 중간 보고서를, 8월11일까지는 최종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은 9월9일이다. 법원은 앞으로 STX조선의 채권금융기관, 협력업체와 근로자 등 이해 관계인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반영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회생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채권자협의회와는 별도로 ▲채권금융기관 ▲근로자 ▲사내협력업체 ▲기자재납품업체 등 네 영역의 협의체를 구성해 진행단계마다 정보를 제공하고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조사위원의 중간보고서가 제출된 후에는 관계인 설명회를, 최종보고서가 나온 뒤에는 관계인 집회를 각각 열 계획이다. STX조선 내에는 회생업무만을 전담하는 팀을 만들어 기존 벽산건설의 회생 및 파산 업무를 담당했던 인사를 팀장으로 채용했다. 법원이 STX조선해양에 대한 기업회생 절차 개시를 결정하면서, 회사가 있는 경남 창원에서 STX조선 회생을 위한 연대활동도 본격화되고 있다. 창원시 진해구 정당·시민단체 11개로 구성된 진해시민포럼은 지난 6월7일 창원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많은 사람들의 생계와도 관련된 문제이기에 인력구조조정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 아니라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회생시켜야 할 것이다”며 ‘STX조선 회생을 위한 범시민대책위’ 구성을 제안했다. 진해구 시·도의원협의회 소속 창원시의원들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STX조선해양, 정규직과 협력업체 직원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인한 대규모 실직사태에 대비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특급 선박건조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STX조선해양에 수주물량지원과 고용안정, 재취업 지원분야 등 정부차원의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의원들은 또 창원지역 국회의원과 창원시장, 창원시 도·시의원, 상공회의소 회장, STX경영자대표, 노동조합대표, 이주단지대표, 협력업체 대표가 참여하는 ‘범STX조선해양 정상화추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STX조선해양의 우선 회생 절차이행을 촉구하는 창원시민 50만 서명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창원시의회는 이날 제58회 제1차 정례회 본회의에서 ‘STX조선해양㈜ 및 협력업체 지원을 위한 고용위기지역 지정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현대상선, 창립 40년 만에 현대그룹에서 분리
현대상선 대주주 지분에 대한 7대 1 무상 감자가 오는 7월15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이로써 현대상선은 창립 40년 만에 현대그룹의 품을 떠나게 된다. 현대상선까지 분리되면 한때 재계 서열 1위였던 현대그룹의 연매출은 2조원대로 추락할 전망이다. 현대상선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현대엘리베이터, 현대글로벌 등 대주주가 보유한 주식 725만1264주에 대한 무상 감자안이 이사회에서 의결됐다고 3일 밝혔다.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글로벌, 현 회장은 현대상선 지분을 각각 17.51%, 1.77%, 1.65% 보유하고 있다. 주총 의결 이후 감자가 이뤄지면 이들 지분율은 각각 3.05%, 0.31%, 0.29%로 축소된다. 여기에 채권단과 비협약채권 투자자들의 출자전환과 용선료 협상 과정에서 선주들에게 약속한 출자전환까지 완료되면 기존 대주주의 총합 지분율은 현재 20.93%에서 1% 미만으로 조정된다.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현대상선은 현대그룹에서 분리되고, 대주주는 지분율 40%대의 산업은행으로 바뀐다. 현대상선은 1976년 현대그룹 계열사로 세워진 아세아상선이 모태다. 현대증권을 매각하고 현대상선까지 떠나보내면 현대그룹에는 사실상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아산, 현대유엔아이 정도만 남게 된다. 현대상선은 지난 3월 현 회장이 등기이사와 이사회에서 물러나기로 하면서 7대 1 감자를 결정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이번 대주주 감자는 경영정상화 과정이며 앞으로 있을 출자전환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반 개인주주들은 이번 감자의 대상이 아니며, 오히려 대주주 감자 후 전체 주식수가 감소함으로써 주식가치 상승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한진해운도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대주주 감자와 출자전환이 추진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진해운도 현대상선과 비슷한 절차를 통해 경영권을 채권단으로 넘기게 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구조조정이 성공하면 채권단이 결국 양사의 합병을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된다. 현대상선 용선료 인하 협상이 4개월여 만에 사실상 타결됐다. 6월7일 채권단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해외 선주들과 용선료를 재조정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맺을 계획이다. 용선료 인하 폭은 20% 초반대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이미 컨테이너선 선주들과 용선료 인하에 합의했고, 벌크선 선주 2곳과 최종 조율을 벌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벌크선 선주 한 곳과 세부 조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나머지는 최종적으로 인하 협약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고 전했다. 현대상선은 지난 2월부터 선박 83척을 빌려준 선주 22개사와 용선료 인하 협상을 진행했다. 채권단 안팎에서는 당초 목표로 한 인하 폭이었던 평균 28.4%에는 못 미치는 협상 결과가 나왔지만 해외 선주들의 강경한 입장에 비춰볼 때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상선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이들 선주를 포함해 채권단, 공모 사채권자 등이 참여하는 2조525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현대상선은 이날 운영자금과 기타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신주 발행가액은 주당 1만700원이며 오는 8월 5일 상장될 예정이다.

한국은행, 국내 경기 부진에 기준금리 인하
한국은행이 지난 6월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이는 국내 경기 부진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한국 경제의 최대 이슈로 부상한 기업 구조조정의 후폭풍을 염두에 둔 것으로 평가된다. 앞으로 조선·해운업을 중심으로 기업 구조조정 작업이 속도를 내면 대량실업 사태 등 경제에 미칠 충격파가 클 것으로 우려된다. 아울러 미국 연방금리를 결정짓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게 약화된 현 시점이 금리를 인하할 최적의 시기라는 판단 또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금리 인하로 정부의 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급증하고 있는 가계 부채에 대한 부담이 향후 적잖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은 우려를 낳고 있다. 당초 시장 안팎에서는 ‘6월 금리동결, 7월 금리인하’ 전망이 우세했다. 미국 연방금리를 결정짓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한은의 6월 금통위 이후인 14~15일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미국 연준의 상황을 지켜본 뒤 한은이 대응에 나설 것이란 판단이 우세했던 것. 하지만 지난 6월3일(현지시간) 미국의 5월 고용지표가 나온 뒤 한은의 판단도 크게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노동부는 최근 5월 비농업부문 신규 일자리가 3만8000개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시장 예상치인 16만명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한 ‘고용쇼크’로받아들여졌다.

결국 물가와 고용을 금리결정의 양대 지표로 보는 연준은 당장 6월에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하기에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고, 지난 5월27일 ‘수개월 내 금리인상’을 예고했던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고용지표가 공개된 이후 열린 6월6일(현지시간) 강연에서는 다시 ‘점진적 금리인상’이란 표현으로 바꾸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미국 금리인상 시점에 6월에서 7월이나 9월로 옮겨갔다는 시각이 확산됐고, 한은이 6월 금리를 인하할 여력을 자연스럽게 가져다주게 됐다. 한은이 가계 부채의 급증을 야기할 부작용을 예상하고 있음에도 6월9일 사상 최저금리를 결정한 데는 수출과 투자의 감소 등 국내 경제의 부진한 흐름이 심각한 상황에서 조선과 해운 등 구조조정의 가속화가 한국 경제에 적잖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대량실업을 동반하는 구조조정은 그렇잖아도 활력을 잃고 있는 한국 경제의 하강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정부가 발표한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에 따르면 조선사들은 자구 계획으로 2018년까지 고용 규모를 30%, 설비 규모를 20% 각각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기 지표는 최악을 지나고 있어 금리 인하 필요성이 더욱 커진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사분기 우리 경제는 설비투자(-7.4%), 민간소비(-0.2%), 수출(-1.1%)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설비투자와 민간소비, 수출은 흔히 경기의 3대 축으로 불린다. 이들 지표가 모두 전기 대비 감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1사분기 이후 처음이다. 지표는 경기 불황이 상당히 심각하다는 점을 설명하는 주된 근거가 됐다. 이에 앞서 한은 내부에서는 금리 인하에 대한 여러 시그널이 있었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4월 “금리 인하 여지 있다”고 말했고 지난 5월에는 “구조조정 파급효과를 금리 결정 때 고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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