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라리라 예술단장 황보 영

 셋과 일곱의 비밀

  우리 선조들은 강렬한 “태양의 후예”이다. “홍익인간”이념은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라’는 우리 정신문화의 뿌리다. 정신문화의 뿌리를 찾아 이야기할 때 셋과 일곱을 빼면 꼭 앙꼬 없는 찐빵이라는 느낌이 든다.

  일곱은 “곱”에 대해 명분을 찾아볼 필요성을 느끼게 해준다. 칠(七)은 일주일 주기를 의미하며, 실생활에 빠져서는 안될 만큼 인류의 시간생활 유지에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하늘의 북두칠성과 우리 민속신앙의 칠성각의 구전과 전설에 나타나는 일곱은 셈에서 곱으로 변하는 명분과 의미를 가지고 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한 가정에 형제들이 평균 5남매 정도이며, 가족의 숫자는 7명 정도로 생각된다. 여기에도 일곱의 의미를 부여함직하다.

 금줄과의 일곱(七)

  새 생명이 태어나고 대문(삽짝)에 ‘금줄’이 걸린다. 금줄은 짚으로 새끼를 꼬는데 보통은 좌측에서 위로 가무면서 우측으로 꼬지만, 금줄은 반대로 오른쪽 위로감우면서 왼쪽으로 꼬며 필요한 만큼 마무리를 하는데, 끝을 칼로 자르지 않으며 꼭 꼬아서 마무리를 한다. 금줄 혹은 ‘인줄’이라고 하는 이 새끼줄은 “우리 집에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하는 것을 알리는 표시이다. 딸이 태어나면 새끼줄에 흰종이, 숯, 청솔만 끼운다. 아들이 태어나면 한지, 청솔, 빨간 고추, 숯을 줄에 끼워놓았다. 금줄에 걸린 것의 의미를 보면, 흰색은 밤에도 잘 보이는 역할이 있고 예로부터 좋은 일을 불러 오는 한지로 생각되어 왔으며, 검은색 숯은 음의 상징으로 공주로 표현도 하고 모든 것을 깨끗하게 해준다는 의미도 있다. 남자 아이가 태어나면 붉은 고추 한 가지를 더 매달고 남자를 의미하는 고추의 붉은 색은 나쁜 귀신을 물리치는 역할을 하며, 솔가지는 늘 푸른 생명을 뜻한다고 한다. 금줄은 태어난 아기가 남자인지 아니면 여자인지 알려주는 표시이기도 했으며 짚(금줄)의 노란 색은 오방색의 하나로 음양의 이치를 말한다. 금줄은 말 그대로 금하는 줄이다. 금줄이 있는 곳에는 함부로 출입하지 않는다는 뜻을 갖고 있다.

 새 생명을 맛이 하는 마음

  아기를 낳은 집에는 삼칠일, 즉 스무하루(21일) 동안 금줄을 친다. 금줄은 부정을 막기 위해서 치는데 여기서 부정이란 단어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우선 갓 태어나 각종 세균에 약한 아기를 일정기간 동안 보호하는 의미가 있다. 또한 출산을 한 산모가 몸을 충분히 회복하는데 필요한 시간이기도 하다. 역학적으로 보면 금줄이 사악한 귀신을 물리치는 벽사(僻邪)의 역할도 한다. 금줄은 이렇게 현실적으로 생활에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 단순한 전통풍속의 하나로 보이지만 지극히 과학적이다. 출산 했을 때 대문에 걸어두는 금줄 이외에도 국가공사, 궁궐, 집터 잡을 때, 당산나무, 성황당, 장성, 솟대, 우물, 장독대 등 큰 행사에는 꼭 등장하였으며, 보호와 신성시하는 생활민속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七(7×7)49일의 리듬변화의 정신.

49제란 불교의 근본 교리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이것은 과거 우리 조상들이 살아오면서 하늘과 소통을 벌려왔던 샤만 적인 형식이었다. 이런 샤먼의 내용을 미신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속에는 삶의 지혜와 전통문화의 맥이 흐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선각자들의 깊은 명상과 깨달음의 내용도 들어 있다. 이러한 우리 문화를 인도 불교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포교를 위해 이런 민간의식을 흡수한 결과 이런 예식이 사찰에서 시행하고 있는 설도 있다. 그러한 명분을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다음 생을 받기 전까지 중유(中有)의 존재로 머문다고 보는데, 그 기간을 49일(7×7일)로 본 것도 이러한 맥락과 함께하고 있다. 불교의 중유기간이 본래부터 49일이 아니라 7일을 단위로 한 여러 설이 공존하는 가운데 49일로 정착되었고, 이때 3×7(21)일 또한 중요한 날짜로 인식되었다. 따라서 숫자 7은 생명의 변화와 성장을 나타내는 시간리듬이었고, 거기에 신성한 3의 수가 배수로 결합됨으로써, 삼칠일은 중요한 변화를 맞아 금기가 따르는 신성한 시간으로 널리 인식된 것으로 보인다. 

   7월 칠석 속에 삶의 철학...

  우리의 미풍양속인 음력 7월 7일은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동서로 떨어져 있던 견우(牽牛)와 직녀(織女)가 1년에 한 번 만난다는 칠석이다. 견우는 글자 그대로 소치는 목동을 말하며 직녀는 베 짜는 여인을 말한다. 두 남녀는 본시 하늘나라에서 살다가 서로 사랑하게 되어 결혼을 하였으나, 그들은 결혼을 하고도 늘 함께 놀기만 하고 일을 게을리 하므로 옥황상제가 노하여 견우는 은하수 동쪽에, 직녀는 서쪽에 살도록 갈라놓았다. 단지 1년에 칠월 칠석 단 하루만 만날 수 있었으나 크나 큰 은하수가 서로를 가로 막아 그저 강 건너에서 마주 건너다 볼 뿐이었다. 이 두 남녀의 슬프고도 애틋한 사랑에 감복한 까치와 까마귀들이 은하수로 날아가 두 사람이 상봉하는 다리가 되었다. 그 다리를 까마귀 오(烏), 까치 작(鵲) 자를 써서 오작교(烏鵲橋)라 부르게 되었다. 그렇게 오작교를 건너 만나게 되지만, 새벽에 동이 트면 이별을 해야 하며, 또 애타는 마음으로 1년을 보내야 했다. 이 날이 되면 까마귀와 까치는 모두 은하수로 날아가며 다리 구실을 하는 까마귀는 머리가 밟혀 모두 머리가 벗겨진 까마귀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고구려 덕흥리 고분벽화(앞 칸 남벽)에는 수렵도와 천계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견우와 직녀가 그려져 있다. 북한 남포시에 있는 이 고분은 축조연대가 서기 408년이라는 확실한 기록이 무덤 자체에 남아있어 고구려 무덤의 연대를 결정하는 가늠자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곳 무덤 앞 칸(前室) 천장 남측에는 견우와 직녀 그림이 있다. 견우(牽牛)는 글자 그대로 소를 끌고 있으며, 그 뒤 은하수를 형상화한 것임이 분명한 굽이치는 강물 그림 너머에 직녀가 있다. 이들이 각각 견우와 직녀임은 두 인물 옆에 ‘견우지상’(牽牛之象)과 ‘직녀지상’(織女之象)이라는 묵 글씨가 적혀 있다는 점에서 의심할 바가 없다. 같은 고구려 벽화고분 중 대안리 1호 고분에는 직녀 그림이 확인된다.

  이 슬픈 사랑의 전설은 고구려 벽화 중에 직녀와 견우의 그림, 견우와 직녀라고 쓴 붉은 글씨가 발견됨으로 해서 고구려 이전부터 있었던 역사 깊은 전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날 저녁에 비가 오면 이것은 견우와 직녀가 만난 기쁨의 눈물이고, 이튿날 새벽에 비가 오면 이별의 슬픈 눈물이라고 전한다.

  칠석날 밤에는 부녀자들이 직녀에게 바느질과 길쌈을 잘하는 재주를 빌고, 칠석날은 칠석제(七夕祭)를 지내며 집안과 자녀를 위해 빌기도 했다. 특히 칠석날 오시(午時)의 물은 약효가 가장 좋다고 믿어 맑은 샘물을 마시거나 목욕을 하는데, 이렇게 물맞이를 하는 것은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이 날 젊은이들이 견우성(牽牛星)과 직녀성(織女星)에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전해지고 있다(자료: 인터넷에서 발췌하여 정리함).

  칠석날에는 저녁이 되면 풍물패를 앞세워 길놀이로부터 시작하여 합궁놀이, 칠성굿놀이, 견우직녀 상봉놀이 등 공동체 놀이를 많이 했었다.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동서로 갈라졌던 견우성과 직녀성이 만나는 자연적인 현상에서 비롯된 동화같이 아름다운 세시풍속이다.

  요즘 아이들은 발렌타인데이는 알아도 칠월 칠석은 모른다. 우리 선조들은 칠월 칠석날에 평소 마음에 담아 둔 낭군 혹은 낭자에게 사랑의 선물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천년의 약속' 은행나무 씨앗이라 하는데 영원히 변치 말 것을 기약하는 의미라고 한다.?

  칠석날은 양의 기운이 극에 달한 5월 5일 단오와 달리 양과 음의 기운이 같은 날이라고 한다. 그래서 칠성굿은 바로 합궁(교접)굿이었던 셈이다. 또 칠석날은 우물을 청소하고 고사를 지내는데 이를 칠석제라 하며, 유일하게 여성들이 제관?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칠석제의 제물도 양을 상징하는 남성의 성기 형상인 오이, 가지, 호박, 당근 등을 바쳤다고 한다. 제언컨대 음력 7월 7일 하루만이라도 헤어진 남북의 이산가족 분들이 아무조건 없이 서로 만났으면 좋겠다. 헤어진 마음들이 화합하여 만났으면 더 좋겠다.

  이렇듯 우리 민족에게는 하늘과 땅, 대자연 속에서 호흡하며 그 속에서 일과 놀이를 분리 하지 않고 하나의 판을 형성하는 재주가 있었으며, 이러한 신명문화는 대한민국의 문화유산으로 발전되어 왔다. 삶의 희로애락, 슬픔의 내면에는 기쁨이, 기쁨의 내면에는 슬픔이, 그리고 즐거움에서 흥으로 함축되어 뿜어 나오는 엄청난 에너지의 발산은 미묘한 곡선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그 표현이야 말로 예술성으로, 멋으로, 문화 우수성으로 나타나, 우리의 존재 가치를 알리며 우리 문화의 명맥을 이어 온 중요한 유산이다.

  한국인의 이러한 타고난 체질에도 불구하고 글로벌시대의 흐름만을 쫓아 바쁘게 살아가며 민족의 정체성을 되돌아 볼 시간조차 가지지 못하는 지금의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 민속 꾼의 한사람으로 상당한 사명감을 느끼며 이러한 이유로 “일곱(七)장단을 힘의 장단”으로 한다.

 우리선조님은 한잔 ‘술’에도 문화를 그린다.
술에 대한 조상들의 신명을 한 번 들여다 보자. “주(酒)”字를 보라! 물수 변에 닭유 아니던가? 술은 닭이 물을 먹듯 조금 조금씩 천천히 마셔야 하느니, 원샷 하면 몸에 해로운 것이다. 두주불사(斗酒不辭)는 패가망신(敗家亡身)한다고 소인배들은 말하지만, 이는 술을 모르고 하시는 말씀! 한 잔 술을 마시면 근심걱정 사라지고, 두 잔 술을 마시면 得道(득도)를 한다네. 석 잔 술을 마시면 신선(神仙이 되고, 넉 잔 술을 마시면 학(鶴)이 되어 하늘을 날며, 다섯 잔 술을 마시면 염라대왕도 두렵지 않으니, 이렇게 좋은 것이 어디 있느냐?

  부모님께 올리는 술은 효도주(孝道酒)요, 자식에게 주는 술은 훈육주(訓育酒)이며, 스승과 제자가 주고받는 술은 경애주(敬愛酒)요, 은혜를 입은 분과 함께 나누는 술은 보은주(報恩酒)라. 친구에게 권하는 술은 우정주(友情酒)이고, 원수와 마시는 술은 화해주(和解酒)이며, 동료와 높이 드는 술은 건배주(乾杯酒)라. 죽은 자에게 따르는 술은 애도주(哀悼酒)요, 사랑하는 사람과 부딪치는 술은 합환주(合歡酒)라. 여봐라, 풍악을 울리고 권주가를 부르도록 하여라. 받으시오, 받으시오, 이 술 한 잔을 받으시오. 이 술은 술이 아니요, 즐거운 마음이 최고의 행복이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