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채진숙은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건축물들의 키치적인 요소에 주목한다. 동화나 디즈니랜드 만화 속에 등장하는 유럽식 궁전은 유치원, 장난감 가게, 놀이터 등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들 뿐 아니라 웨딩홀, 빌라, 모텔, 대형마트 등의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 공존한다.

▲ 작가 채진숙의 작업은 현대인의 성공에 대한 무조건적인 집착에서 한 걸음 물러나, 욕망의 본질과 삶의 진정한 가치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보여준다.

때로는 모던한 도시 공간과는 동떨어져 어색한 풍경을 자아내기까지 하는 이국적인 건물들은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한 이 시대의 문화적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그것은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막연한 동경의 대상으로, 어쩌면 틀에 박힌 삭막한 현대 사회가 꿈꾸는 유토피아의 신기루일지도 모른다. 작가 채진숙은 화려한 성들의 이미지로부터 희망의 메시지를 찾았으며 또한 끊임없이 쌓아 올라가는 성의 이미지를 통해 인간의 끊임없는 성공에 대한 욕망을 이야기한다.이루어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사람들의 조그만 바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설치 및 영상, 퍼포먼스, 페인팅의 매체를 이용한 다각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그의 작업에 등장하는 약자들의 모습은 상징적인 힘이 초자아적으로 작용해 강자보다 더 무섭고 파멸적인 방식으로 권력욕망을 충족하는 존재의 모습이 아니다. 나약함을 윤리에 기대며 음험하고 왜곡된 권력욕망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무표정하고 무감정해 뵈는 건조한 화면 저 아래로부터 슬쩍, 혹은 훌쩍 포월의 의지가 스쳐간다.

거친 땅을 온몸에 상처를 남기며 엉금엉금 기어가는 작은 영웅들의 그림자가 서성인다. 작가는 성공을 향한 현대인의 욕망을 성의 이미지로 가시화한다. 마치 신기루처럼 떠 있는 성의 이미지는 인간이 추구하고자 하는 이상향이자, 수많은 욕망들을 생산해내는 근원적 장소다. 자본주의 현대 사회에서 욕망은 점차 확장되어 가고 있으며, 각박하고 치열한 현대 사회에서 ‘더 높은 탑을 쌓기 위한’ 질주는 미덕이 되어 버린 듯 하다.

작가 채진숙의 작업은 현대인의 성공에 대한 무조건적인 집착에서 한 걸음 물러나, 욕망의 본질과 삶의 진정한 가치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보여준다. 성균관대학교 예술학부 미술학과 서양화 전공 및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영상공학과 예술공학 전공, 서강대학교 영상대학원 미디어 공학과 예술공학전공 박사를 수료한 작가 채진숙은 지금까지 총 2회의 개인전과 소나기, 심천의 꿈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 혼돈의정원_포항시립미술관

작가 지원 프로그램인 나카츠에빌리지 아트캠프(일본), 국립 고양 미술창작 스튜디오, OCAT 국제미술레지던시 프로그램(중국), AFI석수시장 국제레지던시 프로그램, PSP레지던시 프로그램(마닐라)등에 선정되는 등 그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일본, 중국, 필리핀, 한국 등 국내외 유수의 그룹전에 참가하며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