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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자의 목숨 값이 5천원
유영옥 (경기대학교 국제대학장, 국가보훈학)
2011년 11월 01일 (화) 07:23:10 뉴스메이커 webmaster@newsmaker.or.kr

                               
  국가보훈처가 1950년 11월 24일 한국전쟁 중 전사한 경북 영덕군 출신의 김용길씨의 유족인 여동생 김씨에게 5000원의 사망보상금을 판정해 말썽을 빚고 있다. 6·25전쟁에 학도병으로 참전해 전사한 오빠 외에도 그녀는 언니 둘을 피난 도중 폭격으로 잃었다. 불행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멀쩡하던 자식들이 처참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목격했던 어머니가 그만 정신을 놓고만 것이다. 

   
▲ 유영옥 교수
정신질환을 앓는 어머니와 혼자 남게 된 김 씨는 어린 시절부터 살기 위해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을 수 없었고, 제대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어 지금까지도 문맹상태이다. 어머니가 유언처럼 전하는 오빠에 대한 이야기를 가슴에 품고 천신만고 끝에 오빠의 묘지를 국립 서울 현충원에서 찾았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였고, 오빠의 사망 보상금을 청구하면서 그녀는 국가에 대한 좌절감과 배신감을 느껴야만 했다. 김 씨를 유족으로 인정하면서도 사망보상금 지급에 대해서는 보훈처와 국방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하더니, 결국 지난 4월 사망보상금으로 5000원이 결정되었다는 통지서를 보내온 것이다.
  너무나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누구라도 혹시 5000만원을 실수로 5000원이라고 잘못 적은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사실이다. 지난 2007년 6·25전쟁에서 산화한 부친을 모욕하는 것 같아 4년 째 사망보상금 5000원 수령을 거부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그밖에 알려지지 않은 사례도 대단히 많을 것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희생한 대가가 고작 점심 한 그릇만도 못한 것이다.
  국가보훈처가 6·25 전사자의 사망보상금을 5000원으로 책정하게 된 것은 국방부 규정상 군인 사망 보상금 지급이 사망 후 5년으로 제한되어 있는 점과 관련이 있다. 즉 김 씨와 같이 뒤늦게 유가족으로 인정이 되는 경우 전사자의 사망보상금 청구 시점이 50여년이나 지나 있어 국방부가 정한 규정에 맞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사망보상금을 받지 못하는 유가족들은 법원의 판결을 통해 사망보상금 수령 자격을 부여받게 된다.
  그러나 6·25전쟁 전사자 사망보상금은 1951년 제정됐다가 1974년 폐지된 법률규정에 따라 당시 5만환이었던 보상금액을 전면그대로 화폐개혁 당시의 원 비율로 환산해 5000원으로 책정해 유가족들에게 통보한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이것은 말이 안 된다. 우리나라의 경제력 성장과 그에 따른 국가보훈정책의 확대는 고사하고, 가장 기본적이라고 할 수 있는 그동안의 물가 상승조차 전혀 고려하지 않았단 말인가? 만일 전사자의 사망보상금 지급과 관련해 바꾸어야만 할 법률적, 제도적 문제점이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고쳐서 국가에 대한 실망감으로 억울함으로 눈물 흘리는 유가족이 없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오늘날 한국의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발전이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지 겸손한 마음으로 기억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국가의 존립과 안위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거나 큰 공을 세운 사람들에게 정신적, 물질적 예우와 보상을 부여해 그들이 영예로운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해 주는 보훈제도는 자못 그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보훈문화 확산을 통해 국가 구성원 전체의 ‘애국심 고취’, ‘공동체의식 확대’ 및 ‘국민의식통합’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이유에서 미국, 영국, 캐나다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국가유공자나 전사자들에 대한 예우에 정성을 다하는 극진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애국심과 국가발전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강대국을 이루었던 모든 국가들은 언제나 애국심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강조하였고, 국가유공자에 대한 최고의 예우를 아끼지 않았음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우리와는 매우 긴밀한 군사적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그들이 얼마나 국가유공자들을 정성껏 예우하고 있는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일예로 해마다 수천억 원의 예산을 들여 세계 제 2차 대전을 비롯해 그동안 미군이 참전한 지역의 유해발굴과 실종자 수색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조국은 그대를 버리지 않는다”는 약속을 묵묵히 지켜나가고 있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바로 이러한 일관성 있는 국가보훈정책을 통해 대표적 다민족·다문화 국가인 미국은 성공적으로 국민들의 가슴 속에 자연스럽게 애국심을 형성해 가고 있고, 그것이 국민 전체의 의식통합과 단결된 힘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오늘의 미국이 있게 한 내적 힘의 근원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근대화와 민주화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국가정체성과 국민통합의 근간을 이루는 보훈정책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 조국 대한민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향해 꾸준히 증가되고 있으며, 무역규모 면에서는 세계 10위권을 다투고 있을 만큼 성장해 있다. 이제라도 우리의 외적 성장에 걸맞은 보훈문화와 보훈정책 형성에 국가와 국민의 관심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특히 그간 여러 가지 국내 사정으로 인해 보훈관련 법령이 체계적으로 일원화 되지 못한 것부터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국가보훈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국가적 지원이 특별히 요구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우선되는 것은 한반도가 아직 전쟁의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난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불법포격을 통해서도 여실히 확인되었듯이 북한 김정일 독재정권은 아직도 적화야욕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핵무기를 비롯한 생화학무기를 끊임없이 개발해 오고 있으며, 전문적인 ‘정보전사’를 양성해 ‘사이버 테러’를 시도하는 등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렇게 북한의 우리를 향한 공격 전략은 점점 더 다양하고 교묘해져 가는 반면, 우리 사회는 남남분열이라는 덫에 한 쪽 발이 빠져 서로를 반목하고 불필요한 편 가르기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급속한 경제 성장과 함께 도래한 공동체 의식의 감소, 개인의 자율성, 자유, 권리에 대한 주장 확대와 같은 가치관의 변화는 우리를 더욱 사분오열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그동안 우리가 줄곧 되뇌어 왔던 ‘평화통일’에 대한 염원은 마치 한반도에 전쟁이란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며 영원히 평화만 있을 것처럼 여기는 만성적인 안보 불감증으로 전이되어 이미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바로 이러한 우리의 현실이 국민통합과 안보의식 확대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으로 국가보훈을 주목하는 이유이다.   
 우리나라의 보훈제도도 국가경제 규모에 맞게 선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이 ‘국가보훈처’의 소속의 문제이다. 대한민국 보훈제도는 1961년 7월 5일 ‘군사원호청 설치법’을 공포하여 8월 5일 ‘군사원호청’이 창설됨으로써 시작되었다. 1962년 4월 16일 군사원호청은 ‘원호처’로 승격되어 조직이 개편되었다가 1985년 ‘원호처’에서 ‘국가보훈처’로 개칭되어 현재까지 오고 있다. 국가보훈처의 기능을 강화하고 관련 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국가보훈처를 다른 여타의 감사원, 국정원과 같이 대통령 직속기관인 ‘원’으로 두어 독립적인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만일 이것이 여의치 않다면 최소한 ‘부’라도 승격 되어 보훈처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해 보훈관련 정책에 대한 결정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21세기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보훈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며, 전사한 국가유공자에게 목숨 값으로 5000원을 지급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국가보훈처는 이번 일을 거울삼아 국가를 위해 헌신한 국가유공자의 유가족이 찾아오는 것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전사자와 그 유가족을 찾아나서는 기관으로 탈바꿈하기 바란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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