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경은 기본적으로 서예의 한 영역이다. 그 중에서도 전통사경은 특히 해서체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는 점에서 정신적인 영역을 가장 중시하는 전통이 있다. 해서체는 기필과 행필, 수필 모두 기의 흐름이 일관되게 순일한 상태여야만 하기 때문이다.

▲ 김경호 회장은 “앞으로 전통사경의 기법과 요소를 좀 더 풍요하고 창조적으로 발전시키고 싶다. 전통사경을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내년에는 뉴욕에서 초대전을 가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최근 대중들의 사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물질문명에 대한 지나친 추종으로 인간성의 회복이 절실해지면서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의 기능을 사경이 제시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할 수 있다.

국내 전통사경의 1인자
우리나라 전통예술 최고의 금자탑을 쌓은 고려의 사경은 당시 최고의 지식층과 예술인들의 합작으로 철저한 분업화의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다. 이러한 전통사경은 한국사경연구회 김경호 회장에 의해 현대사경으로 진화하게 되는데, 그의 끊임없는 탐구정신에 의해 재해석된 개인의 산물이라는 면에서 전통사경과는 차별화된다. 한국사경연구회의 김경호 회장은 국내 전통사경의 1인자이다. 어려서부터 서예를 익히고 많은 사경 유물과 자료를 조사 연구해 여러 재료를 전통에 따라 재현한 그는 불교미술사학자로서 명성을 떨쳤던 故 장충식 교수로부터 사경의 역사를 배웠다. 또 당대의 명필 故 김응현 선생에게서 사경서예를, 한글 궁체의 대명사로 불리는 꽃뜰 이미경 선생으로부터 한글서예를 최상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특히 2002년 개최한 <외길 김경호 전통사경전> 머리글에서 故 장충식 교수는  “용담 김경호의 사경예술은 철저한 고증에 바탕을 둔 전통의 계승이란 점에서 매우 소중하다.

▲ 변상도 제작장면

그의 성격만큼이나 자상하고 품격 높은 글씨는 그간 끊임없는 연구개발에 의하여 단절되었던 전통을 이어주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중략)…이는 단순한 글씨만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전통과 현대의 조화 속에서 이룩된 새로운 서예의 경지를 개척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는 막중하다. 다양한 서체와 경구, 보는 사람의 시선을 고정시키는 문자의 마력, 이 모든 것은 그가 지니고 있는 전통 서예미술의 한 단면이다”고 평한 바 있다. 전통사경은 일반 서예작품이나 불화에 비해 수백 배의 공력이 더 든다. 인욕과 선정, 정진의 수행 그 자체인 셈이다. 재료 준비와 작품 마무리에도 지극 정성이 필요하다. 아교를 중탕해서 녹이고, 아교물을 종이에 발라 마른 다음 다시 바르고 말리기를 세 차례, 금가루 은가루를 여러 번 정제하고 수시로 붓을 빨아 불순물을 제거하고, 사경을 마치면 표면을 문질러 광을 낸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소홀히 하면 발색이 탁해져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다. 매 순간순간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도구인 붓끝 0.1mm에 충실하고 정직하게 온 마음의 기운을 다 모아야 하기에 사경은 정치 미학(精緻 美學)의 정수일 수밖에 없다. 김 회장은 “정치함 속에는 억겁의 시간과 무한의 공간이 담기게 되므로 시공을 초월하는 최상의 공덕이 되고, 이렇게 순간의 궤적이 순일하게 담긴 것이 사경작품이다”고 덧붙였다.

전통사경의 예술미를 세계에 알리다
지난 6월 한국사경연구회는 초조대장경 1천년 기념행사로서 ‘느림과 정치(精緻) 미학의 정수, 사경’을 주제로 한 제6회 회원전을 개최했다. 한국사경연구회는 김경호 회장에게 전통사경을 배우는 사람들이 모인, 국내에 하나뿐인 전통사경단체다. 김 회장과 회원 80여명이 100여 점을 출품한 이번 전시에서는 불경사경이 대부분이지만 유교경전과 성경사경도 포함되어 있었다.

▲ 감지금니 화엄경 보현행원품(국보215호 리메이크작품)

김경호 회장은 “사경 없이는 대장경이 이루어질 수 없음에도 대장경 천년을 기념하는 거의 모든 전시가 과거 대장경 유물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사경의 가치와 의의에 대한 인식을 다시금 일깨우고자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 감지금자 화엄경보현행원품 이미지

지난해 전통사경분야 유일한 기승전승자로 지정된 용담 김경호 회장은 시인과 시조시인으로 문단에 등단하였고 서예가이자 사경 전문가로 연세대학교 사회교육원 서예지도자과정과 사경지도자 과정 책임강사를 역임했으며 동아문화센터·동국대학교 사회교육원·불교문화센터·불교tv문화센터·원광대학교 서예학과 등에서 사경 강의 및 지도를 하였다. 개인전으로는 김제 금산사 개산 1400주년기념 서예초대전을 시작으로 전통사경 개인전을 서울(4회), 부산, 대구, 전주 등에서 7회 가졌고, 전통사경 초대개인전을 서울(2회), LA, N.Y, 창원에서 가졌으며 현재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 주행사장 지식문명관 금사경전 메인초대작가로 특별 초대전을 갖고 있다. 특히 전통사경의 뛰어난 예술성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데 앞장서 온 김 회장은 그동안 성경사경, 코란사경 등 외국의 사경도 연구해 왔다. 그는 “한국의 전통사경은 1,700년의 장구한 역사를 지닌 문화인데도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전통사경의 기법과 요소를 좀 더 풍요하고 창조적으로 발전시키고 싶다. 전통사경을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내년에는 뉴욕에서 초대전을 가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