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작가 대구대학교 회화과의 고진한 교수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작가가 어떤 특정한 것에 대한 관심이나 있을까 모호한 의문이 든다. 물론 작가는 반복해서 특정한 사물이나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해석학적 의미를 지니는 지에 대해서는 가늠이 안 된다. 이제 모호함은 점차 배가된다. 작가가 행하는 방식은 회화이고 더 나아가 구상적 형태를 지닌다.

▲ 작가 고진한의 그림에 나타난 형상들은 포커스 아웃되거나, 그 초점이 앞 혹은 뒤에 맺혀 있는 것과 같은 현상 속에 있다. 초점이 빗나간 형상들은 어쩌면 관심이나 인식의 초점이 일치하지 않음을 대변하는 것일 수도 있다.

작가 고진한의 그림에 나타난 형상들은 포커스 아웃되거나, 그 초점이 앞 혹은 뒤에 맺혀 있는 것과 같은 현상 속에 있다. 초점이 빗나간 형상들은 어쩌면 관심이나 인식의 초점이 일치하지 않음을 대변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인식론적 시각, 더 자세히는 촉각적으로 대상을 소유하려는 시각은 고진한의 그림에서는 철저히 배제된다. 뿌연 몽환적 이미지가 주요 모티브를 이루는 것은 한편으로 인간의 감성과 정서가 먼저 바라본 대상의 모습이기도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그 자체가 현대적 시각이 바라보는 ‘시물라크르’의 세계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는 것이다.
작가 고진한에게 있어 사물과 이미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이미지가 그것을 생산한 사물에 의존적이며, 지시적인 존재라는 것을 작가는 부인한다. 그의 그림이 말해주듯이 그는 전적으로 이미지에 상관된 현상을 그린다. 가 고진한의 그림들 앞에서 우리는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대상을 정확히 판단하기 위한 물리적 거리의 접근은 오히려 시각적으로는 장님이 될지도 모른다. 사물이 우리의 신체적 조건과 경험적 시야를 벗어날 만큼 확대되었을 때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사물을 이루고 있는 물질적 요소들의 패턴이다.

▲ DSC_0051 흐린-그림 150x150cm Oil on Canvas 2008

따라서 우리가 무엇인가를 자세히 본다는 것은 어쩌면 구체적 감각으로서의 눈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는 사물에 대한 추상적 지식의 재확인과 관련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작가 고진한의 구상성은 대상적 사실주의가 아니다. 그리고 대상을 파악하고 정신적으로 혹은 물리적으로 소유하려는 그런 인식론적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는 편안히 혹은 매우 소극적인 자세로 대상을 놓아두고, 자신이 처한 공간, 상황 그리고 관심의 여러 다양한 환경 속에서 읽혀진 혹은 기억된 찰나들을 화면 위에 붙잡아 두고자 한다. 작가 고진한은 지금까지 총 15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앙가쥬망 외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하여 그 역량을 발휘해왔으며, 국립현대미술관, 박수근미술관, 미술은행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중이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