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권기범 작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작가 권기범은 의식의 흐름기법이나 자유연상기법을 떠올리게 할 만큼 사유의 흐름과 표출에 막힘이 없고, 자유자재로 만나지고 예기치 못한 방법으로 결합하는 이 친근하면서도 생경한, 유기적이면서도 섬세한 이미지들을 선보여왔다.

▲ 성신여자대학교 동양화과 교수이기도 한 권기범 작가의 작업은 대략 유리꽃 시리즈(2004), 충돌 시리즈(2006), 중력 시리즈(2007)를 거쳐 근작의 모호한 형상 시리즈(2008 이후)에 연이어지고 있다.

성신여자대학교 동양화과 교수이기도 한 권기범 작가의 작업은 대략 유리꽃 시리즈(2004), 충돌 시리즈(2006), 중력 시리즈(2007)를 거쳐 근작의 모호한 형상 시리즈(2008 이후)에 연이어지고 있다. 이 일련의 주제들은 그동안 작가의 작업이 변화해온 주기별 특정성에 대해 말해줄 뿐만 아니라, 작가의 작업 전체를 관류하는 생리적이고 개념적인 현상을 재구성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그의 중력시리즈 작업은 전통적인 수묵화의 기본형을 선이라고 보고 그 선을 다변화하는데, 그 과정에 우연성의 계기와 함께 중력을 도입한다. 고무줄 다발(그 자체 중첩된 선들의 다발에 해당하는)이 자연스레 엉킨 형태 그대로 확대해 벽면에 드로잉하기도 하고, 고무줄 다발을 위에서 아래로 늘어트려 설치하기도 하고, 고무줄을 팽팽하게 당겨 고정시키거나 한다. 이렇게 공간에 세팅된 고무줄은 시간이 지나면서 탄성이 약해져 점차 아래로 쳐지게 되는데, 바로 중력의 작용현상을 가시화한 것이다. 이로써 작가는 자연현상(중력)을 도입해 전통적인 먹그림에서의 준(모필)을 재해석하는 한편, 그 형식을 벽면 드로잉과 설치작업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모호한 형상 시리즈 작업들에 작가는 수집 혹은 채집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아마도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인 상상의 조각들을 채집해 재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때의 조각들은 규정되지 않은 가변적인 가치체계에 연유한 이미지들로서 현상한다. 이 작업을 계기로 작가의 관심의 축이 자연성 (혹은 자연의 본질)으로부터 인간의 존재론적 조건으로, 그리고 재차 무의식으로 옮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점차 모호한 형상에 대한 인식이 그 심도를 더해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그 강도는 이 타블로 작업들에 연이어 등장하는 일련의 연필 드로잉에서 본격적으로 개화하고 있다.

▲ JUMBLE PAINTING 09_GRAVITY TS (Tube), Wall Painting Installation View 380x3100cm 2009

작가 권기범은 국립 창동미술창작스튜디오 4기 입주작가, 영은미술관 경안창작스튜디오 6기 입주작가, 서울시립미술관 난지창작스튜디오 3기 입주작가를 거쳐 중앙미술대전, 문예진흥기금 시각예술부문, 국립현대미술관 국제교환입주 프로그램, SOMA 드로잉센터 아카이브, 경기문화재단 우수작품창작 발표 활동 지원사업 등에 선정되었으며 작가는 지금까지 총 10회의 개인전을 비롯하여 국내외에서 주요 미술관 기획전과 프로젝트, 단체전, 아트페어 등에 참가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