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디지털인쇄 / 한울북춤연구원장 황보 영
                                         

▲ 한울북춤연구원장 황보 영

1. 여섯 박자의 명분
  21세기의 삶! 지구촌의 스마트한 시대는 숨김과 속임이 통하지 않고 정직과 성실이 필요한 시대다. 가장 합리적이고 평화적인 가치관만이 성공할 수 있다. 이 대열에 예술을 즐기며 함께 참여하는 삶이 최고의 즐거움이다.
  ‘6(六)’여섯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6각형’ 벌집(밀랍)이다. 달콤하고 건강에도 좋은 ‘꿀’이 떠오른다. ‘꿀’은 꽃에서 꿀벌들이 식량으로 만들어 모아둔다. 벌들은 ‘꿀’을 채취하지만 모든 벌들이 ‘꿀’을 모으지는 않는다. 수많은 벌의 종류 중에서 꿀벌만이 인간에게 빼앗기면서도 계속 ‘꿀’을 만들어 저장한다. 꿀벌이 참 고맙다. 인간도 모두가 긍정적이거나 합리적이지 않으며, 개성에 따라 부정과 비판에 앞장서서 사회와 정부에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도 있다. 때에 따라 부정과 비판도 필요하겠지만, 긍정적이고 합리적인 사람들과 미래를 이야기하고 힘을 실어주는 것이 어떨까?
  여섯 박자에 ‘꿀’의 설명을 길게 한 의미는 꿀벌들이 ‘꿀’을 만들고,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꿀’로 만들어 내는 기술도 신기하고, 꿀벌들이 집을 지은 벌집에서 얻은 ‘꿀’과 벌집(밀랍)은 6각형으로 계속 만들어가는 환경을 사람의 생활에 응용하여 국가와 국가, 국경의 문턱을 낮추어 서로 소통이 이루어지면 서로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며, 꿀벌이 꽃에서 꿀을 채취 하는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수정되어 과일과 채소도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벌의 몸 구조, 집의 형태와 생활, 채집하는 꽃, 다양한 ‘꿀’의 종류를 생각하면, 여섯 박자의 의미와 명분을 ‘꿀’과 벌집에 두는 이유는 21세기 글로벌시대, 장벽이 없는 지구촌 문화시대를 준비하는 것이며, 한울북춤에 여섯 박자가 두 번 나오고 여섯 장단이 다섯 번 나오는 이유도 종교, 정치, 국가, 개인주의, 사회주의, 국경, 특히 남북이 서로 소통하고 함께 상생하여 패 가르지 말고 잘 살아 가자는 명분을 담고 있다.
  여섯은 부모(전생), 본인(현생), 자식(후생) 등 삼의 배수가 여섯이며, 그 배수는 부부로 본다. 인류의 물질문명은 서양이 앞서고, 인류의 정신문화는 동양이 앞서는데, 이 모두 단군조선의 홍익인간 이념을 넘을 수 없다. 그 이유는 물질문명, 정신문화를 다 담을 수 있는 모태가 대한민국의 집단 무의식 생활민속예술이기 때문이다.

2. 유월 유두절이 우리 고유의 풍습 
  우리나라 명절 중 오직 유두절만이 고유의 풍습이고, 그 밖의 것은 다 중국의 절일이라 일컬을 만큼 우리 민족 고유의 풍습이다.
  고려 명종 때의 김극기(金克己)는 ‘김거사 집(集)’에서 “옛 경주 풍속에 유월 보름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아 상서롭지 못한 것을 씻어버리고, 여러 종류의 음식을 준비하여 동내주민과 술 마시고 놀면서 잔치를 하는데 유두연(流頭宴)이라 한다”고 했다. 신라시대부터 시작된 풍습으로 무려 이천 연년이 넘는 장구한 역사를 가진 것이 유둣날이다.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는 건 동쪽이 청(靑)을 상징하기에 양기가 왕성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더위를 먹지 않고 건강하게 여름을 날 수 있다고 여겼다.
  씻고 나면 술을 나누고 ‘유두면’이라 하여 햇 밀가루를 구슬처럼 빚어 만든 밀국수를 끓여 먹고 놀았으니 우리나라 여름휴가의 원조라 할만하다. 가족뿐 아니라 뜻을 같이하는 친지나 생업을 같이 하는 사람끼리 맑은 물을 찾기도 했다. 머리나 몸만이 아니라 마음도 씻었다. 불교에서 청정한 감로수로 아기부처님의 몸을 씻는 의식 또는 기독교의 세례나 침례에서 보듯 물이 부정을 씻어준다는 믿음은 동서고금이 따로 없다. 씻음으로써 마음속의 악심을 흘려버리고 깨끗한 마음으로 한 잔 술을 돌려 마심으로써 공동운명체임을 재확인했던 것이다.

3. 우리문화는 함께 참여하면 멋과 맛이 배가 된다
  대한민국 문화, 한류의 맛과 멋을 생각해보자. TV 뉴스에서 연휴에 중국인들이 단체로 4~ 8천명이 들어와서 한강변에서 삼계탕 먹고 인천 월미도에서 치맥파티한다. 명동, 남대문, 동대문시장에서 쇼핑을 하고, 한류문화 촬영지에 가서 인증샷 정도로 관광을 마친다. 이런 관광 일정을 보면 중국인 관광객이나 우리는 서로에게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기업의 수입이 결국은 세금과 국민 일자리 창출에 기여도 하지만, 최소한 경북궁, 창덕궁, 용산민속박물관, 경주국립박물관 정도의 관광 코스와 생활민속예술의 한 장르 정도의 체험을 했다면 더 좋은 관광이 되고 또 다시 찾아올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어 줄 수 있지 않겠는가.

4. “얼” 
  우리말에서 어린이, 어른, 어르신은 사람이 태어나서 성장하고 점차 나이 들어감에 따라 그 시기별로 세대를 지칭하는 말이다. 모두 ‘얼’에서 비롯된다. 얼은 정신의 골격 또는 정신의 핵에 해당하는 말이다. 어린이는 기운이나 물기가 어리듯이 얼이 어리기 시작한 상태를 말한다. 얼이 어린 사람, 얼이 덜 성장한 사람을 의미한다. 어른은 얼이 큰 사람, 어르신은 얼이 커서 신이 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지혜를 갖추어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사람은 나이 들어 그냥 늙은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죽는 순간까지 계속 성장하는 존재라는 가르침도 시사해준다. 어린이에게 내면의 얼을 깨워 진정한 어른, 어르신으로 성장하는 소중한 존재임을 알려주는 말과 뜻 쓰이는 글도 같다. 이처럼 우리말과 글이 과학적이라서 생활민속예술 속에는 물질문명에서 정신문명으로 가는 과정과 의미, 모든 것을 아우르는 만사형통의 길이 담겨있고, 홍익인간의 정신과 가치관을 배울 수 있다.

5. 지구상의 최고 춤, 살(煞)풀이
  살풀이에서 살(煞)이란 보통 한자어로서 죽임을 의미하는 ‘살’(煞)이다. 우리의 삶도 이 한자의 의미와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한자어(뜻글자)는 그 뜻을 가지고 풀어야만 그 진짜 의미를 알 수 있다. 요즈음은 우리말로 이름을 짓는 비율도 높아 젓지만 그래도 아직 한자(뜻글자)로 짖는 이가 95%가 넘는데도 얼마나 그 뜻에 소중함을 생각 할까.
  ‘煞’(살) 이 글자의 뜻은 갑자기 눈앞에 닥친 삶의 마지막 단계를 의미한다. 이것은 ‘돌아가셨다’는 것보다는 ‘죽었다’는 의미다. 오히려 ‘죽임을 당했다’는 의미에 더 가깝다. 객사를 했다거나 죽음의 이유를 모르면서 죽는 것과 같이 억울한 죽음을 통 털어서 말할 때 쓸 수 있는 글자가 살(煞)이다. 그래서 이 살(煞)풀이 춤은 졸지에 죽은 영혼을 위로하는 형태의 춤이라고 봐야 한다. 물론 그런 것을 미리 방지하는 차원에서 춤을 출 수도 있겠지만, 원래의 목적은 앞의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이 춤이 살아 있는 자를 위한 것이라면, 그 삶의 마지막이라는 것은 오만 어려움이 서로 얼키고 설켜 있어서 기본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상황임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도 도와줄 메시아는 아직 숨어서 나타나지를 않고 있는 상태다. 그만큼 많은 어려움으로 엮여 있기 때문에 살(煞)을 ??푼다??고 한다.
  이렇게 어려운 문제가 눈앞에 산적해 있지만, 그렇다고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뭔가에 묶여 있기 때문에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한마디로 죽을 맛이 나는 상황을 살(煞)이라 할 수도 있다. 우리 1만년 역사 속에 외침을 500번 이상 받으면서 나라를 잃었다가 다시 찾기도 하고, 고난의 세월 속에 생활민속예술도 함께 익어왔기에 이것을 옛날의 미신으로 보지 말고 삶의 역사로 보고 이해하기를 기대한다.
  근대 100년의 흔적을 돌아보면 일제강점기와 동족상잔의 6.25전쟁 과정에 나라를 구한다는 구국정신은 높이 평가해야겠지만, 본인 의사와 전혀 다른 상황 또는 6.25전쟁 때 어린 학생강제 징집과 2013년 세월호에 탑승했던 단원고 학생처럼 죽은 망자보다 살아있는 이들의 표현으로 보고 살풀이를 봐야한다. 그래서 살풀이 음악이나 춤사위가 굉장히 느린 이유로 볼 수 있다. 그것은 일종의 시간을 벌기 위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살풀이춤이 한국인의 정서를 가장 잘 대변해 준다는 것은 우리 역사가 그만큼 험난했다는 반증이다. 살풀이춤의 역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아주 오래 된 것이라고는 할 수가 없으나 긴 세월과 함께 익어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우리 한민족의 고난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하기 때문이다.
  살풀이춤을 출 때 명주수건(明紬手巾)을 사용하는 것은 신(神)이 나와서 도와주길 바라면서 가신 망자와 남은 이가 만나서 접신 하여 답답하고 기막힌 과정을 서로 이해 할 목적 때문이다. 춤동작을 보면 명주수건을 뒤로 떨어 뜰이고 돌아와서 바닥에 업어져서 양손으로 휘적시며 망자의 억울함과 남은이의 애절함 표현으로 수건을 다시 잡아 춤동작을 마친다. 명주(明紬)가 앞의 뜻이며, 수건(手巾)이 뒤의 뜻으로 사용한 한자다.

6. 우리예술은 배려의 예술이다.
  이처럼 우리는 인류정신문화의 근원에는 사람과 문화, 종교, 예술과 신(禪)을 연결하고 그 만남을 통하여 깊이 있는 정신문화소통의 장을 열어가는 무형유산에 대한 가치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무형유산을 올바르게 인식하기 위해서는 생활민속 ‘춤’ 유산을 보다 근본적으로 생각해야하며 깊이 또한 심도 있게 이해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 ‘춤’ 이야기는 더욱 꽃을 피울 것이다. 우리 ‘춤’ 에 담겨있는 신성스러운 몸짓이 악가무와 어우러져 윤택한 삶을 창조케 하고 민족문화 정체성 표방에 기둥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 춤은 영(靈)적 행위로 승화된 민족의 몸짓이 담겨져 있는 생활민속예술에 북(鼓)으로 두드려 풀고 다지는 가운데 애환과 즐거움, 힘을 얻어 마음의 안정과 소통을 함께 한 개개인 생각을 해결해준다. 따라서 우리 소리, 춤, 모든 것이 어우러짐에서 삶의 평화를 풀어가는 과정이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하는 집단 무의식으로 변하면서 만사가 형통하는 놀이마당이 된다.
  그 옛날 품앗이 문화에서는 언제나 노동요 소리와 풍물소리가 들렸었고, 저잣거리에서는 매일 사당패나 재주꾼들의 판이 벌어졌다. 우리네 선인들은 그렇게 노동의 효율성을 높였고 그렇게 구경꾼으로서의 여가를 즐기며 피로(스트레스)를 풀어왔다. 특히 걸인도 각 가정에 맞게 덕담과 안녕을 기원하면서 구걸를 했다. 이야말로 한민족의 체질에 맞는 우리만의 소중한 문화유산, 즉 한국의 브랜드인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는 자신들의 체질에는 무관심하고 글로벌시대의 흐름만을 쫓아다니며 민족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소중한 가치와 우수성, 세계적으로도 최고의 손색이 없는 우리 브랜드로서 명분이 충분한데도 불구하고, 많은 보존회에서 어렵게 명맥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전국적으로 그 장르를 정리한 분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자, 이제 우리 생활민속예술에 관심을 가져보자. 함께 가져보자. 다 같이 가져보자.

▲ 울산 89회 명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