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이란 특정 집단이나 공동체에서, 예전부터 내려온 사상·관습·행동 따위의 양식이나 핵심이 되는 정신을 뜻한다. 우리는 5000년 유구한 역사를 통해 면면이 내려온 전통이 생활양식과 의례, 가치관 등으로 남아 있으며 한민족 정체성을 증명하고 확립한다고 본다.

윤담 기자 hyc@

오랜 역사를 통해 형성된 우리 사회의 전통과 전통문화라고 해서 무비판적으로 현대에 적용할 수는 없다. 전통적 가치관이 가져오는 부작용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이를 수정하고 재평가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전통을 계승 발전하고 현재의 문화 발달에 기여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100년 가업 이어받아 전통 방식으로 국악기 제작

▲ 서인석 대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전승명가는 우리의 소리를 사랑하는 마음, 조상들의 얼을 지키며 보존하는 곳이다. 전라북도 정읍에 위치한 이곳에서 국악기 제조 기술이 1대 서영관 명인, 2대 서남규 명인, 3대 서인석 명인, 4대 서창호 명인으로 100년 전통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서인석 전승명가 대표는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변했지만, 변화에 앞서 우리의 근원에 대한 이해 없이는 외래문화의 수용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현재 전승명가에서는 전통 방식의 국악기 제작을 전승하고 있으며, 지역의 가락인 정읍우도판굿을 보존하고 있다.

또한 사라져가는 마을굿을 복원하고 전통을 지키기 위해 마을 주민들에게 본래의 우리 가락을 전수시키는 등 한번 배우고 끝나는 단절된 전통이 아닌, 우리 조상이 늘 해온 것처럼 생활 속에서 풍물굿을 느끼고 즐길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지난 1996년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보유자(제12-2호)로 인정받아 악기장의 칭호를 얻은 서인석 대표는 가업을 이어받아 전통 방식으로 국악기 제작을 하고 있으며 점점 사라져가는 조상의 얼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보통 장구가 3도막에서 5도막의 나무토막을 깎아 붙인 뒤 통을 연결하는데 반해 서인석 대표가 제작하는 장구는 하나의 통나무를 통째로 깎아서 만들어진다. 때문에 한 치의 틈도 없이 소리를 단단하게 가둘 수 있어 소리의 울림이 깊게 퍼지게 된다.

장구를 만드는데 사용하는 재료 역시 남다르다. 30~50년 이상의 긴 세월을 보낸 오동나무를 재료로 사용하며, 악기로 다듬기 전 3년 이상을 노천에서 숙성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서 대표는 “이런 과정을 거쳐야만 나무가 좋은 소리를 낼 수가 있다”면서 “하지만 숙성 과정을 거친다고 해서 모든 나무가 악기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오동나무는 노천에서 숙성되는 동안 기후가 좋으면 악기로 만들어질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기후가 좋지 않으면 악기로 사용할 수 없게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서인석 대표는 “전통 방식이어야만 100개의 악기를 제작했을 때 100개가 모두 좋은 소리가 난다”면서 “전통 방식으로 만들지 않을 경우 외형은 같아도 나오는 소리는 모두 제각각이 되어버린다”고 강조했다.

구전식 교육 탈피 위해 체계화된 이론 정립
지난해 무형문화재 제12호 악기장 기능보유자로 지정된 서인석 대표는 전통 음악의 이론을 체계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서 대표는 “현재 전통 음악 이론은 몹시 불안정하고 전혀 체계가 잡혀있지 않다”면서 “그 올바르지 않은 상태에서 전승이 되고 있으니 그것이 더 큰 문제다”고 말한다. 일례로, 국악은 오음을 사용해서 가르쳐야 한다. 그런데 현재 각 교육시장에서 가르치는 형태 자체가 서양의 음악과 결합되어 국악의 전통 표기법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 오음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 대표는 “이로 인해 국악과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받게 되는 가르침에도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면서 “어린아이들 교육 자체부터 전통기법에 맞지 않아 걱정이 매우 크다”고 그 배경을 밝혔다. 이에 서 대표는 국내 최초로 장구 제작기법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며 구전식 교육에서 체계화된 이론을 정립한 교육 실현에 앞장서고 있다.

서 대표가 발표한 논문에는 나무의 채취, 절단, 파기, 깎기와 가죽의 채취, 무두질, 늘리기, 재단, 재봉과 기타 부속재료로 사용되는 줄, 고리, 부전, 채의 제작 과정을 논문에 담아 현재까지 전수되고 있는 장구의 제작기법을 고찰한 내용이 담겨있다. 그는 “학자들은 선대의 기록들을 모아 판독하고 교육법들을 재정비해야하며, 실제로 연주를 직접 들으며 여러 논의를 거친 뒤 제대로 된 방안을 만들어내야 한다”면서 “나아가 국가가 중심이 되어 확고한 교육적 틀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우리 음악이 서양음악에 귀속되거나 배경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현실을 정확히 파악해내어, 한국 전통음악만의 독자적인 길을 개척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NM 

▲ 전승명가는 우리의 소리를 사랑하는 마음, 조상들의 얼을 지키며 보존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