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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종말 맞이한 카다피 정권
혼돈의 리비아, 앞으로의 전망은
2011년 10월 04일 (화) 10:36:47 황태일 기자 hti@newsmaker.or.kr

리비아 반정부군이 트리폴리 교전 끝에 카다피의 마지막 요새를 함락시키고 승리를 선언했다. 트리폴리를 끝까지 지키겠다던 카다피는 행방을 감췄다. 트리폴리가 반정부군에 함락됨으로써 카다피 정권은 사실상 종말을 맞았다.
   
▲ 리비아 반정부군이 트리폴리 교전 끝에 카다피의 마지막 요새를 함락시키고 승리를 선언했다

카다피 42년 철권통치의 기반은 반미와 석유였다. 거침없는 반미 전선으로 국제 사회와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석유를 무기로 절묘하게 권력을 유지해 왔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카다피 이후 리비아가 일시적, 또는 상당히 오랜 기간 힘의 진공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종전 위해 카다피 체포 작전에 돌입
리비아 내전에서 사실상 승리한 반군과 서방 연합군이 ‘화룡점정’을 찍기 위한 카다피 체포작전에 돌입했다. 주역은 믿을만한 정보원들을 가동시키고 있는 반군 특수부대 지상병력이지만, 프랑스와 서방 국가들이 위성을 이용해 카다피 측근들의 전화를 도청하고 위성 사진으로 그의 소재 파악을 적극 도와주고 있다. 또 미 중앙정보국(CIA)도 `카다피 사냥'을 적극 거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원들의 제보, 목격자들의 증언, 첨단 기술을 이용한 카다피 측근들의 전화통화 도청 및 위성을 통한 위치 추적 등이 모두 가동된 입체 작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리비아 반군 지도부와 나토측은 공식적으로 “카다피 체포는 나토 작전의 목표가 아니다”고 말하고 있지만, 비공식 루트를 통해 카다피 소재와 관련한 각종 정보를 반군 측에 제공하고 있다고 서방 관리들은 전했다. 이들이 카다피 생포에 열을 올리는 것은 그를 제거 또는 생포하지 않고서는 이번 전쟁이 끝났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42년의 철권통치 기간 형성된 그의 동조자들에게 카다피 시대의 종언을 선언하고, 혹 있을 수 있는 카다피의 대(對) 반군 봉기 선동을 차단하는 것이 ‘포스트 카다피’ 시대의 선결조건이라는 판단에서다. 트리폴리 외곽의 한 빌라에 대한 공격도 카다피 소재에 대한 고급 정보를 입수한 이후 취해진 것이었다고 반군측의 한 관계자는 밝혔다. 당시 작전에 참여했던 한 군인은 카다피가 그곳에 있다가 공격이 있기 수 십분 전에 비밀 지하 통로를 통해 그곳을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반군 특수부대가 빌라에 잠입했을 때 컴퓨터가 켜져 있는 상태였고, 찻잔이 따스했다고 말했다. 반군측은 믿을 만한 정보원들의 증언을 토대로 카다피가 현재 고향인 시르테나 트리폴리 남동부 바니 왈리드, 그리고 남부 사막지역인 사브하 등 3곳의 은신처 가운데 한 곳에 머물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트리폴리 군사위원회의 아니스 샤리프 대변인은 카다피 체포 작전에 투입된 반군 특수부대원은 약 200명 가량이며 이들은 반군 지휘부와의 긴밀한 협력 속에 카다피를 추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카다피는 나토와 반군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 소규모 호위 부대와 함께 이동 중이며 우리는 그가 움직이는 지역의 반경 60㎢ 이내에서 추격중이다. 카다피는 한 곳에서 2∼3시간 이상 머물지 않고 있다”며 “그의 체포는 시간문제”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 국가과도위원회(NTC)를 꾸려온 리비아의 반군 대표 무스타파 압델 잘릴 위원장이 9월 12일(현지시각) 트리폴리 중심지‘순교자 광장’에서 약 1만명이 모인 가운데 시작한 연설에서 리비아 혁명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무스타파 압델 잘릴 대표의 연설에 환호하고 있다

리비아, 20개월 내 새로운 대통령 선출
무아마르 카다피를 대신할 리비아의 새로운 대통령이 2013년 중 탄생할 전망이다. 리비아 반군 대표기구인 국가과도위원회(NTC)의 구마 알-가마티 런던 주재 NTC대표는 지난 9월 2일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새 정부 출범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했다며 “20개월 안에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밝힌 로드맵에 따르면 NTC는 앞으로 8개월 안에 직접선거를 통해 선출된 200명으로 제헌위원회를 구성, 새 헌법 초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제헌위원회 발족 후 1년 안에는 국민투표를 통해 새 헌법을 확정하고 총선과 대통령선거를 치른다는 방침이다. NTC의 계획대로 20개월 안에 대통령 선출이 마무리될 경우 42년간 리비아를 철권 통치했던 카다피 대신 새로운 국가 지도자가 2013년 5월 이전에는 탄생하게 된다. 가마티 대표는 이미 체제 이행 과정이 시작됐으며, 앞으로 며칠 안에 NTC 본부도 제2도시인 벵가지에서 수도 트리폴리로 이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NTC는지난 9월 3일부터 트리폴리 치안 유지를 위해 경찰과 군병력을 증강 배치했으며, 반군 대원들의 개별적인 행동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NTC측 내무장관인 아흐메드 다라드는 “토요일(9월 3일)부터는 업무에 복귀하는 경찰과 군 병력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수도 해방을 위해 도움을 줬던 전사들은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카다피 체제 협조 세력에 대해 보복 대신 화해와 용서를 촉구한 국제사회의 주문에 부응하기 위한 조치로도 풀이된다. 세계 각국 정상들은 지난 9월 1일 파리에서 리비아 재건에 사용되도록 리비아의 동결 자산 150억달러(약 16조원)를 즉시 방출키로 결의하면서 반군에 화해를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을 위한 반군의 청사진과는 대조적으로, 시르테 지역 등 카다피 친위부대가 장악하고 있는 도시에서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지속되고 있다. 카다피의 고향인 시르테 외곽에는 반군 측 병력이 속속 추가로 집결하고 있고 탱크와 박격포 등 중화기도 곳곳에 배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도 지난 9월 1일 공습작전을 벌여 시르테 외곽에 있는 카다피군의 통제센터와 탄약 창고를 장악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 시르테에서 남쪽으로 230km 떨어진 카다피군의 전략적 요충지 사바 지역에서도 대공 화기를 타깃으로 공습을 벌였다고 나토는 밝혔다. NTC는 시르테에 있는 카다피군에게 항복시한을 9월 3일에서 10일로 1주일 연장했지만, 도피 중인 카다피는 지난 9월 1일 육성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추종세력에 반군을 상대로 게릴라전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결사항전 의지를 재차 천명했다.

이미 예고되었던 카다피 정권의 몰락
   
▲ 도피 중인 카다피는 지난 9월 1일 육성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추종세력에 반군을 상대로 게릴라전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결사항전 의지를 재차 천명했다
리비아 정보기관 사무실 등에서 발견된 각종 기밀문서에는 민주화 시위 발생 초기에 기세등등하던 정부 측의 태도부터 점차 암울하게 변해가는 전황까지,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몰락하는 6개월간의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9월 5일(현지시각) AP통신이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지난 2월 시위 발생 초기에는 정보당국조차 시위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정보요원은 리비아 국영방송에서 수차례 강조한 것처럼 반군들이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 요원은 반군이 지역 주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여성들을 성폭행하기 위해 전장에 나갈 때 비아그라와 콘돔을 소지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정보원들과의 대화로 추정되는 녹취록에는 리비아에 파견될 4천여명의 미군 지상군이 이집트에 대기 중이라는 소문도 담겨 있었다. 카다피 국가원수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달하기 위해 작성한 서한의 초안도 발견됐다. 카다피 국가원수는 서한에서 반군을 ‘무장괴한’이나 ‘쥐새끼’로 지칭하며 북아프리카 전체가 오사마 빈 라덴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괴한을 소탕하는 것을 미국이 지원해 달라고 촉구했다. 리비아 사태가 본격적인 내전 상황으로 치달은 4~5월에는 격전지에서 점차 긴박하고 절망적인 보고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한 정보요원은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이 ‘무장괴한’들을 막는데 보탬이 되지 않았다며 이들이 더 강력해졌다고 경고했고, 다른 정보요원은 정부군이 지역적 특수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스라타에서는 전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탄환이 떨어진 정부군 다수가 생포되거나 사망하고 살아남은 병사들이 뿔뿔이 흩어졌으며, 지휘관의 부재로 전장의 병사들은 각자 제 살길을 찾는 지경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리비아 각지에서 반군이 기세를 올리면서 지방 보안당국의 사정도 엉망으로 변했는데, 한 정보요원은 자신의 상관이 수감자들에게 돈과 자동차를 빼앗아 경호원과 아들에게 건네고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직원들의 제지를 받았다며 정보국장이 나서서 사태를 해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내전이 막판에 접어들면서 압둘라 알-세누시 국장은 ‘결정적 순간에는 정부 기밀문서를 소각하거나 파괴하라’는 명령을 내리면서 정권의 몰락을 예고하기도 했다. ‘아랍의 봄’으로 독재자를 쫓아낸 국가들에 지금 가장 필요한 건 돈이다. 독재자 재산 환수를 서두르고 있지만 독재자가 장기간 은닉해 온 ‘검은돈’을 추적해 되찾는 일은 쉽지 않다. ‘봄’을 맞은 아랍과 아프리카 국가들에 이제 ‘돈 찾아오기’라는 어려운 숙제가 남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코트디부아르,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등의 독재자가 재산을 가장 많이 숨겨둔 곳은 스위스다. 스위스 은행법은 고객 비밀 유지를 철저히 보장한다. 고액 예금주의 경우 이름 없이 계좌를 개설할 수 있고 자금 출처도 묻지 않는다. 보안이 워낙 철저하다 보니 스위스로 들어간 돈은 추적조차 어렵다. 스위스 정부도 독재를 몰아낸 아랍국가 국민들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스위스 측은 현재까지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원수의 것으로 보이는 6억5000만 스위스 프랑(약 8500억원),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 것으로 보이는 4억1000만 스위스 프랑(약 5608억원) 등을 찾아내 동결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많은 돈이 은닉돼 있을 가능성이 많다. 또 독재자들은 스위스뿐 아니라 영국과 다른 유럽 국가에도 자산을 분산해 은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벤 알리 튀니지 전 대통령은 12개국에 불법 자산을 분산했다. 불법 자산이 숨겨진 곳을 파악하기 힘들 뿐 아니라 그 규모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아프리카 개발은행의 아미르 샤이크 법무담당관은 “새로 들어선 정부는 하루빨리 자산을 회수하기를 바라지만 지금은 인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일단 자산을 찾더라도, 회수를 위해서는 법적으로 횡령과 부패 등 자산 축적과 관련된 혐의가 유죄로 입증돼야 한다. 알리 전 대통령은 횡령과 부패 등의 혐의에 대해 유죄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아직도 수십 건의 추가 혐의에 대한 재판이 남아 있다. 무바라크 전 대통령과 두 아들 역시 시민 유혈진압 공모와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는 중이다. 하지만 알리와 무바라크 측 모두 부패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재판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스위스 외무부의 국제법 책임자인 발렌틴 젤웨거는 동결된 무바라크 재산을 돌려 달라는 이집트 새 정부의 요청을 받은 후 조사팀을 이집트로 파견했다. 그는 “부패·횡령 등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초기 수사가 중요하다”며 “이집트 검찰을 도와 자산 환수에 속도를 내기 위해 조사팀을 보냈다”고 말했다. 스위스는 필리핀, 케냐, 아이티 등의 독재자 재산을 각 국가에 환수했다.
   
▲ 이번 사태에 깊숙이 개입한 미국과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은 리비아의 원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는 목표에 차질이 빚어질까 초조감을 드러내고 있다

카다피, 화학무기 사용 위한 대비책 준비하나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9월 8일 리비아 내에서 결사항전하겠다는 연설을 다시 내보낸 가운데, 고향인 수르트 등지에 수천개의 방독면과 방독외투를 비축한 것으로 알려져 최악의 순간 화학무기를 사용하기 위한 대비책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9월 8일 리비아의 내부 문서를 인용, “체코산 방독면 및 방독외투 각 2000여개가 지난 7월26일 트리폴리에서 서쪽으로 50㎞ 떨어진 알제라트에서 알주트라로 운송됐으며 수르트에도 지난 4∼6월 7500개의 방독면과 상당량의 화학무기 오염제거용 파우더 등이 배달됐다”고 전했다. 방독면과 방독외투, 화학무기 제거용 파우더가 전달된 시기는 리비아 시민군이 이미 동부 벵가지를 장악한 뒤 친카다피군과 곳곳에서 내전을 벌이던 시기인 데다가, 전달 지역 모두 친카다피군의 근거지라는 점에서 카다피세력이 시민군에 맞서 최후의 항전을 할 경우를 대비한 도구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 국방부와 국제 화학무기 감시기구들은 리비아 내 화학무기가 안전하게 감시되고 있다고 강조해 왔으나 카다피 측이 내전의 와중에 이 같은 화학무기 사용 대비를 해온 것이 밝혀짐에 따라 리비아 내전의 최후 순간에 화학무기가 사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미 백악관도 리비아가 잠재적으로 생화학무기의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궁지에 몰린 카다피가 최후의 순간 치명적 독가스를 시민군들에게 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다피는 지난 2004년 대량파괴무기(WMD) 포기를 선언하면서 화학무기 등을 대부분 폐기했으나 인명 살상용 화학무기인 겨자가스(mustard agent) 등 11t 분량의 화학무기는 여전히 리비아 내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8월25일 리비아 내 살상용 겨자가스를 포함한 화학무기가 와든 탄약고에 저장돼 있으며 이곳은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 의해 봉인돼 있다고 밝혔다. 한편 8월21일 트리폴리 함락과 더불어 카다피체제가 붕괴된 후 리비아 곳곳이 무정부상태에 빠지면서 카다피군이 보유했던 첨단 미사일과 무기들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9·11테러 10주년을 전후해 미국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존 브레넌 미 백악관 테러담당 보좌관은 8일 “리비아가 무기거래 시장이 되고 있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리비아의 첨단 무기들이 테러리스트의 손에 넘어갈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최근 사라진 미사일은 480기에 이르는데, 여기엔 열추적으로 비행기를 격추시키는 러시아제 최신형 지대공 미사일 SA-24s , 민간 항공기나 미군의 무인전투기를 격추시킬 수 있는 재래식 SA-7s 등이 포함되어 있다. 크리스천사이언스 모니터는 “카다피군의 첨단무기들이 리비아의 정정 혼란을 틈타 해외로 유출되고 있으며 국제테러조직인 알카에다 쪽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리비아의 원유 생산 본궤도에 오르기까진 시일 걸릴 듯
서구 열강들이 리비아 반군에 대대적인 군사적 지원을 한 배경에는 북아프리카 최대 산유국 리비아의 원유에 대한 이해관계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가운데, 이번 사태에 깊숙이 개입한 미국과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은 리비아의 원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는 목표에 차질이 빚어질까 초조감을 드러내고 있다. 결국 미국과 유럽이 리비아의 원유 생산을 하루빨리 본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초기부터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은 리비아 반군의 대표기구인 과도국가위원회(TNC) 체제만으로는 안정적인 새 정부를 구성하는 정치일정을 감당할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하고 일정기간 국제 평화유지군을 파견해 치안을 유지해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리비아는 200여개의 부족들의 연합체 성격으로 주요 부족만 40여개가 넘는다. 이 때문에 카다피 정권 축출 이후에도 반군이 주축이 되는 부족들과 다른 부족들과의 갈등이 우려되고 있다는 것이다. 리비아의 원유 생산은 지난 2월 반군이 카다피 정권에 대항하기 시작한 이후 사실상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리비아의 수출액의 95%가 석유라는 점에서 리비아 경제는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다. 내전 이전에는 일일 160만 배럴를 생산해 130만 배럴를 수출하고 30만 배럴이 내수용이었는데, 현재 일일 생산량은 6만 배럴로 수출은커녕 내수용의 20%에 불과한 실정이다. 반군 측에서는 치안이 확보되면 1년 내로 내전 이전의 원유 생산량을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사실상 가동이 거의 중단된 리비아 내의 5곳의 정유 시설을 차례대로 생산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역사적인 사례를 보면 원유 생산을 몇 주 내에 재개하고 생산량을 몇 개월 사이에 내전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한다는 목표는 그렇게 쉽지 않은 과제라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대부분의 석유전문가들은 리비아의 원유 생산량이 회복하는 데는 최소한 1년, 아마도 몇 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한다”고 경고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이란과 이라크의 경우 혁명적인 사태로 인해 수십년간 석유산업이 위축을 면치 못했고, 베네수엘라도 우고 차베스가 쿠데타로 집권한 뒤 10여년에 걸쳐 석유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 당초 미국은 지난 2003년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 석유 생산으로 재건비용을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원유 생산이 침공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데 8년이 걸렸다. 현재 이라크에서는 일일 270만 배럴의 원유가 생산되지만, 이것도 1979년 후세인이 집권했을 때보다 20% 낮은 수준이다. 이란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1979년 샤 왕조가 무너지는 이슬람 혁명 이후 3년 동안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일일 600만 배럴에서 100만 배럴로 급감한 뒤 생산량 회복에 나섰지만 현재 일일 400만 배럴에 머물고 있다. 베네수엘라에서도 차베스의 쿠데타가 일어나기 전인 1998년 일일 350만 배럴에서 현재 220만 배럴로 감소한 상태다. 원유 생산 측면에서만 보면, 상대적으로 평화적인 민주 혁명이 일어나도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구소련이 붕괴했을 때 러시아의 석유생산은 10여년에 걸쳐 크게 위축됐다. 미국 라이스대 에너지 전문가 에이미 마이어스 자피는 “민주주의 체제가 되면 석유생산이 반드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면서 “정치세력들이 충돌할 경우 투자 유치나 복잡한 사업 결정 과정이 더디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리비아도 내전 이전의 원유 생산량 자체가 카다피가 쿠데타로 집권한 1969년 이후 절반으로 감소한 수준이다. 에너지컨설팅업체 IHS의 회장 다니엘 예르긴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원유 생산을 둘러싸고 이익 배분 등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석유산업은 복잡한 문제가 된다”면서 “리비아의 새 정부는 기존의 계약들을 전부 재검토하는 작업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도 “리비아의 새 정부가 가장 시급하게 다룰 과제에는, 대립하는 부족과 지역들 사이에 원유 수익을 배분하고, 이탈리아의 에니, 스페인의 렙솔 등 석유업체들과 협상하는 문제가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리비아의 원유 생산이 지속적으로 차질을 빚으면 리비아 경제도 휘청거릴 수 있다. 그뿐이 아니라 세계 석유 공급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리비아 원유는 유럽이 선호하는 고급 원유라는 점에서 내전 이후 리비아 원유 수출이 중단되면서 국제유가는 3년래 최고치로 치솟았다. 석유업계에 따르면, 리비아의 원유는 세계 수요량 대비 비중이 2% 이내지만, 유럽이 주로 의존하는 고급유라는 점에서 ‘영향력’으로 치면 30%나 된다. 리비아의 내전이 종식되면 원유 생산이 본격화됨에 따라 국제유가가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리비아의 상황이 녹녹치 않은 것으로 전해지자 국제유가도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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