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미술은 회화나 조각에서 한정되어지는 관람객과 작품과의 시각적, 공간적 경계를 해체하고 확장 시켜서 감각의 영역을 넓혀 보여주는 장르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품의 메시지를 더 직접적(감각적)으로 전달하며, 공간 자체에서 발생하는 의미와  관람객과의 상호 작용이 이루어지는 특수한 장소성을 보여 주기도 한다. 또한 소재가 다양하고 주제도 파격적이며 시각·청각·후각·촉각 등 다양한 감각을 총동원한다.

▲ 설치미술 작가 김윤경이 주목을 받고 있다. 작가 김윤경의 작품은 가죽이나 합섬으로 제작한 의복, 장갑 등 물질성이 두드러진 설치경향의 작업과 물질보다 시간성이 중요한 비디오 설치, 퍼포먼스로 구성되고 있다.

 설치미술 작가 김윤경이 주목을 받고 있다. 작가 김윤경의 작품은 가죽이나 합섬으로 제작한 의복, 장갑 등 물질성이 두드러진 설치경향의 작업과 물질보다 시간성이 중요한 비디오 설치, 퍼포먼스로 구성되고 있다. 이 두 경향은 모두 신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 특징인데 그 이면에 정신과 육체, 내부와 외부, 자아와 타자, 주체와 객체, 개방과 폐쇄, 절대와 상대에 대한 그의 관심이 깔려 있다.

존재를 규정하는 방식들을 재 규명
   작가 김윤경은 다양한 언어를 쓰면서도 작업의 개념과 주제의 초점을 잃지 않는 작가다. 조각, 설치를 거치며 최근 퍼포먼스까지 그 영역을 확장해 미술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특히 그는 90년대 중반부터 가죽, 합성피혁, 고무판 및 헌옷 등의 재료를 사용하며 옷 혹은 외장과 몸의 관계를 탐구해왔다. 그는 “옷이란 몸에 밀착돼 있어 가장 사적인 도구라는 점, 또 외적으로는 몸의 사회성을 대변하는 상징적 조건이라는 점에 착안했다”면서 “‘가장 외적인 피부’로서의 옷은 몸과 세계 사이의 경계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것으로, 신체와 공간의 친밀한 관계가 그의 작업의 지속적인 주제다.김윤경 작가의 세계는 줄곧 인간을 관찰해 왔다. 인간은 어떻게 인간으로서 존재하는가, 무엇으로 그리고 어떻게 인간일 수 있는가, 운명은 무엇인가, 타자는 무엇인가, 인간은 조건을 넘어설 수 있는가 등등. 김윤경으로 여전히 그 출발선에 서있게 하는 문제의식의 핵심은 오로지 인간일 뿐이다. 그가 존재를 규명하는 것에는 존재를 규명하는 방식들을 재 규명하는 것, 즉 존재를 규정해 온 숱한 규범들에 내재하는 혼선과 오류와 허구들을 직시하고 그것들에 저항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예나 지금이나 작가 김윤경에게 ‘옷은 제 2의 피부로써 신체의 연장이며, 존재의 현존성과 부재성의 암시’이기도 하다.이러한 생각은 신체와 옷의 상관성을 손금에 주목했던 <운명의 장갑>(1999)에서 보다 분명하게 드러났다. 그는 손금을 가죽 소재의 장갑 위에 재봉질해 새겨 넣음으로써, 몸과 외부의 경계로써의 장갑이 신체의 연장이자 신체 자체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한편 <Live Blood(1999). video work>를 통해 작가는 소매와 소매, 바지와 바지가 연결된 옷이 존재의 횡적 상관성을 비유한 것이라면, 혈액은 자아의 종적인 연대를 확인시켜 주었다. 존재규명에 있어 이 혈액론은 곧 그에게 바이러스에 관심을 갖도록 했다. 불안스럽게 타자에 열려있는 자아가 이번에는 바이러스 침투에 고스란히 열려있는 유기체로 부연되었다. 존재는 조건들에 의해 규정되고, 상하거나 변질될 수 있고, 심지어 곰팡이가 피거나 이끼가 낄 수도 있다! 그러니 흐르는 물 같은 존재를 어떻게 정의해낼 수 있을까? 2002년에 제작한 작품 <유효기간>에서 작가는 각각 냉동기와 온열기를 통해 온도라는 하나의 조건에도 유기체의 정체성이 얼마나 심각하게 변질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자 했다.

▲ 김윤경_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100여명의 헌옷,가변적 설치_각2X4(m)X6개_2005

관람자마다 고유의 의미 발생하는 공간 만들다
 2000년대 중반부터  작가 김윤경은 자신의 주변 공간을 드러내는 또 다른 옷을 만들고 있다. 예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의 옷은 자주 집의 개념과 병치된다는 점이다. 그는 마치 여러 벌의 옷이 연이어 있는 듯한 거대한 옷을 일련의 건축적 구조로 재현했다. 이 거대한 옷(들)의 앞뒤로는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는 출입문을 내어, 그것이 동시에 집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그 출입구로 드나들면서, 사람들은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과 옷을 입는 것 사이에 존재하는 유사성을 경험하게 된다.최근 김윤경은 인간이 만들어낸 거주 공간 즉 ‘집’이라는 건축 구조물을 자신의 몸에 ‘옷’의 형태로 부착시키는 퍼포먼스를 수행한다. 집을 구성하는 요소인 창문이나 벽 등은 입고 벗을 수 있도록 천으로 제작되어 안과 밖이 자유롭게 뒤집히는 유동적 공간으로 제시됨과 동시에 작가의 움직임을 제약하는 장애물로 표현된다. 작가는 특히, 사회적 문화적 관점에서 여성의 역할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집의 개념, 즉, 여성=집=안=구속 또는 억압이라는 관계적 고리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면서 그 의미를 환기시키고자 한다. 최근 런던과 서울에서 전시한 설치작업은 입을 수 있는 설치 조각과 퍼포먼스가 어우러지면서 인터랙티브한 요소가 포함 되었다. 복합적인 정신활동이 일어나는 특수한 공간을 지어내는 작가 김윤경.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일상적인 관념과 ‘옷’이 함유한  ‘몸’의 상징성, 그리고 흐르는 시간 속에서 공간의 이동을 통한 관람자의 ‘신체적 체험’, 그에 따른 감성적 상태, 이러한 총체적 감각의 결합 속에서 각각의 관람자마다 다른 고유의 의미를 발생하는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작가 김윤경의 앞으로의 작품세계가 기대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