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본주의의 발전과 더불어 현대회화에서는 스테레오타입 이미지와 그 배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다. 1950년대 추상표현주의에서 팝아트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도출된 ‘개념화’는 현대회화의 ‘드로잉화’ 경향과 같이 논의되면서 과정 절차로 주목받는다.

▲ 서양화가 최종식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동양의 정신을 서양화의 기법으로 표현해 내고있다.

서양화가 최종식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동양의 정신을 서양화의 기법으로 표현해낸다. 최근 현대회화에서 스테레오 타입 이미지의 개념적 표현에 흥미를 가진 그는 관련 논문을 통해 이를 연구하기도 했다.

동양화의 스테레오타입 이미지 구현 
스테레오타입 이미지 (Stereotype Image)는 일상화된 고정관념인 클리쉐(clich?)를 형상화한 도상(圖象)이다. 개인적 취향에 의한 고정관념과는 다르며 대중적으로 공통된 인상적인 관념으로서 클리쉐에 의한 도상을 말한다. 이는 일반 사람들이 오랜 세월 살아오면서 익숙해져 버린 관념으로, 통속적인 드라마, 영화, 동화나 만화 등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요소이다. 만화 이미지를 벤다이 망점까지 그대로 확대하여 스테레오타입 이미지로 그려낸 리히텐슈타인과 같이, 최종식 작가는 수묵화의 번짐을 그대로 그려내어 동양화의 스테레오타입 이미지를 구현했다. 그러나 여기에도 미세한 차이점이 있다. 리히텐슈타인의 <붓자국> 연작은 추상표현주의 작품의 무의미한 붓 자국을 그대로 그렸다고 하지만 이는 축약된 붓 자국이지 붓 자국 그 자체를 그대로 그린 것은 아니다. 반면 최 작가는 화선지에 먹으로 수묵화의 방법으로 먼저 그린다.그 중 그림이 될 것을 골라내어 먹의 번짐, 갈필과 같은 세부적인 요소를 건조한 재료(연필 등)로 그대로 그린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물에 의해 자연적으로 종이에 번져 나가는 모습에서 연구자는 패러디의 정의적(affective) 면을 포함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그대로 그려낸 스테레오타입 이미지를 만들어 내었다. 이는 소묘와 같이 가장 서구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사진처럼 그리는 방법으로 먹의 번짐을 그린 것이다. 한편 최 작가는 “서구회화의 사실성의 핵심은 눈속임에 있다”면서 “2차원 평면 위에 3차원 세계를 재현한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눈속임을 전제한다. 눈의 한계를 이용해 착각하게 하는 것, 곧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고 말한다. 최 작가는 이러한 원천적 눈속임인 트롱프레이유(Trompe-l'œil)에 주목한다.눈의 한계를 최대한 이용하고 즐기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트롱프레이유는 르네상스 원근법 등의 재현 기법탐구가 거의 끝난 상황인 매너리즘 시기에서 바로크시기에 걸쳐 정물화와 천장화에 사용된 기법이다. 극단적으로 정밀하게 그려서 사람들이 실재로 물건이 놓여 있는 것처럼 현혹하여 눈을 속이는 그림이다. 최 작가는 “보드리야르는 눈속임 회화의 즐거움이 초현실주의 회화에서처럼 예전에 경험한 듯한 강렬한 감각, 영원히 잊어진 것, 현실세계의 생산양식 이전에 존재하는 삶에 대한 강렬한 양식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그는 과거의 재현의 시각으로 본 눈속임이 아니라, 사물이 가지고 있는 관념을 뒤집을 수 있는 방법으로서의 눈속임 회화에 주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 dejavu 101220_stapler on board_122 X 68.5 cm

 동양화와 서양화의 스테레오 타입 이해해야 융합 가능
최종식 작가는 “현대의 회화에서 동양화와 서양화의 구별이 무의미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 뿌리를 앎으로 해서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측면이 있음 역시 무시할 수 없다”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알고 있는 수묵화(동양화)와 유화(서양화)의 스테레오타입을 이해해야 대결이 아닌 조화 내지는 융합이 가능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에 작가는 융합의 방법으로 동양의 정신을 서양의 기법으로 그리는 것이다. 먼저 동양화의 수묵화를 그린다. 여기서 말하는 동양화는 연구자가 생각하는, 즉 연구자가 가지고 있는 동양화의 스테레오타입 이미지이다. 예를 들면 먹의 번짐을 포함하여 화면에 먹으로 칠하지 않은 여백이 있다든가, 일획에 의한 완성의 형태를 보이고, 수많은 그림을 그려서 그 중에서 작품을 골라내는 것 등이다. 이를 서양화의 스테레오타입 방법으로 그대로 확대하여 정교하게 그린다.1983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한 최종식 작가는 1988년 홍익대학교 대학원 서양화 석사과정을 마친 후 지난 2010년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6년 제6회한국현대판화가협회공모전 ‘우수상’ 및 1988년 공간국제판화공모전 ‘가작상’ 수상한 그는 데자뷔 시리즈를 비롯하여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총 29회 개인전 외에도, 오리진繪畵協會展-感性의 地坪展,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개관기념 동문 및 전·현직 교수 작품전,  新능화판-고판화, 현대디자인과 만나다 展, 중국 상해에서 열린 오늘의 韓國現代美術 韓國의 빛깔展,  한국미술 존재와 전망전, 한국미술+오늘展, MEMORY전 등 수많은 그룹전에 초청되어 작품을 선보여 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