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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는 지금 인도의 물결로 넘실넘실!
대니 보일 감독의 <슬럼독 밀리어네어> 최우수 작품상 등 8개 부문 수상!
2009년 03월 06일 (금) 14:20:53 김희준 juderow9@paran.com


지난 아카데미 시상식 81년의 역사와
한국영화의 아카데미 시상식 진출 가능성 여부에 대해

미국 시각으로 지난 2월 22일, LA 코닥극장에서 호주 출신의 배우 휴 잭맨의 사회로 진행된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특별한 이변 없이 예상했던 수상들이 이어졌다. 최우수 작품상은 미국와 인도의 합작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차지했다. 이 영화는 작품상 외 감독상(대니 보일), 각색상, 편집상 등 총 8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이날 최고의 주인공이 됐다. 한편 남우주연상은 게이 인권 운동가 하비 밀크의 일대기를 다룬 <밀크>에서 주인공 역을 맡은 숀 펜이, 여우주연상은 오스카 도전 6번 만에 첫 수상의 기쁨을 누린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의 케이트 윈슬렛에서 돌아갔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아카데미는 메이저 헐리우드 영화와 백인들의 잔치라는 비판과 함께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피하지 못했지만 2000년대 들어 작은 독립영화와 예술영화에도 상을 부여하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시상식에서는 미국의 인기 코미디 배우가 아닌 호주 출신의 배우 휴 잭맨을 사회자로 낙점, 첫 시상식 사회자로서 합격점을 받았고 <트와일라잇>의 주인공 로버트 패틴슨을 시상자로 내세우는 등 지난해 떨어졌던 시청률을 만회하려는 움직임도 보여주었다. 미국영화의 잔치라 불리며 세계 메이저 영화제에서는 외면 받았던 아카데미 시상식의 역사와 후보 선정 방식 그리고 한국영화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어떤 위치였는지 되짚어 보고자 한다.

김희준 기자 juderow9@

   
▲ <대부>의 말론 브랜도는 1973년 영화 <대부>에서의 명연기로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나 시상식에 불참했다. 그는 “인디언에 대한 부당한 처사에 대항하는 뜻으로 수상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가장 큰 하이라이트는 남우조연상 부문 수상이었다. 고인이 된 히스 레저가 끝내 남우조연상을 거머쥐었기 때문. 그를 대신해 히스 레저의 아버지, 어머니, 누이가 시상대에 올라와 트로피를 받았고 시상식에 참여한 배우들은 기립박수로 고인의 넋을 위로했다. 아카데미 80년 역사에서 고인이 상을 받은 경우는 이번이 두 번째. 지난 1976년 <네트워크>의 피터 핀치가 사후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이 유일한 경우였을 만큼 드문 일이었기에 고인의 수상은 기쁨이 두 배였고 슬픔도 두 배였다. 남우주연상의 숀 펜, 여우주연상의 케이트 윈슬렛 역시 유력한 후보로 점쳐졌기 때문에 수상에 대한 이변은 거론되지 않았으며, 작은 영화제에서 소개되며 호평 받았던 우디 알렌 감독의 <빅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의 페넬로페 크루즈는 연기를 인정받아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누렸다. 특히 연기상 부문에서는 <밀크>의 숀 펜을 제외하고 비 미국 배우들에게 상을 수여한 것이 눈길을 끈다. 케이트 윈슬렛은 영국, 히스 레저는 호주 그리고 페넬로페 크루즈는 스페인 배우이며 이것은 아카데미의 변화를 확실히 보여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조연상 등을 안기면서 독립영화에 대한 마인드를 마인드를 활짝 열었던 아카데미는 올해에도 1억 5천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외면하고 1500만 달러의 적은 예산을 들인 <슬럼독 밀리어네어>에 8개 부문의 상을 안김으로써 영화의 대중성에 주목했던 과거에 비해 작품성에 좀 더 신중을 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숀 펜이 남우주연상을 차지한 영화 <밀크> 역시 헐리우드 영화 제작비 평균보다 낮은 4500만 달러이며, 케이트 윈슬렛의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도 적은 제작비로 만들어진 비 메이저급 영화이다. 2000년대 들어 할리 베리, 덴젤 워싱턴, 모건 프리먼 등 흑인 배우들에게도 곧잘 연기상을 수여하고 독립영화에 손을 들어주는 아카데미의 흐름이 이번에도 지속됐으며 전반적으로 이변이 없었던 조용하고 깔끔한 시상식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후보 및 수상자 선정 과정
그렇다면, 아카데미 시상식은 어떻게 후보를 선정하고 수상자를 정할까? 아카데미 위원회는 매년 12월 말,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후보 선정을 위한 우편을 보낸다. 회원들은 1월까지 자신의 의견을 적어서 그것을 반송해야 하는데 각 분야에 대한 선정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아카데미 위원회 배우 분과에 속한 회원들은 남녀주연상과 남녀조연상 부분에 투표를 하며 편집 분과에 속해 있으면 편집상 후보 선정에 자신의 의견을 반영시킨다. 기타 다른 분과도 마찬가지. 전문성을 담보로 해서 좀 더 공정한 후보 지명을 위한 과정으로 풀이된다. 예외적으로 애니메이션이나 외국어영화 부문에 있어서는 여러 분과의 회원들이 동시에 의견을 내며 우편을 받는 모든 회원들은 작품상 후보 참여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메이저 스튜디오와 인디펜던트 영화사의 치열한 홍보전이 시작된다. 6000명에 이르는 아카데미 회원들을 대상으로 무료 시사회를 열고 극장에서 무료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혜택을 주며 극장에 갈 시간이 없는 회원들에게는 DVD를 보내기도 한다. 후보 지명만 되더라도 그 영화의 상업적 가치는 한 단계 상승하기 때문에, 해를 거듭할수록 홍보전은 심하게 과열되고 있으며 아카데미 위원회는 영화의 예술적, 기술적 가치를 회원들에게 알리는 활동 외엔 홍보를 삼가해 달라는 규제를 하고 있다.
   
▲ 영화 촬영 직후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故 히스 레저의 유작 <다크 나이트>의 한 장면. 히스 레저는 이 영화로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을 비롯, 이번 시상식에서도 남우조연상을 거머쥐면서 사후 연기 부문에서 수상한 두 번째 배우가 되었다.

그렇게 후보가 정해지면 수상자와 수상작을 선정하기 위해 1월 말에 다시 회원들에게 우편이 발송된다. 보통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일요일의 전주 화요일까지 반송해야 하며 모든 회원은 모든 부문에 투표할 수 있다. 영화를 보지도 않고 투표하는 회원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법한데 단편 애니메이션, 단편영화, 장편 다큐멘터리, 단편 다큐멘터리 그리고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투표할 땐 그 영화들을 보았다는 것을 반드시 보장하고 투표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모인 표를 통계화하여 수상자를 결정하게 되는데, 시상식에서 결과가 발표되기까지는 단 두 명의 관계자만이 그 결과를 알 수 있다고 한다. 현재와 같은 후보 지명 결정 방식은 1929년에 처음 도입되었다. 각 분과의 투표로 후보를 정하고 최종 투표는 회원 전체가 참여하는 방식. 하지만 1935년, 영화 <인간의 굴레>에서 명연기를 선보였던 베티 데이비스가 자신이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자 투표 결과를 공개하기로 결정하고 기명투표로 수상자를 결정하게 되었다. 1936년에는 각 분과를 대표하는 50명이 모여 후보를 정하고 최종 투표는 회원 전체가 하는 방식도 채택되었다. 당시 미국에서는 노동 운동이 활발한 때였고 분과를 대표하는 많은 사람들이 위원회를 사퇴하면서 그 당시 아카데미 위원장이었던 프랭크 카프라 감독은 배우 조합, 감독 조합, 작가 조합에 속한 사람들에게 투표권을 개방하게 된다. 당시 노조는 아카데미 위원회에 적대적인 상황이었기에 카프라 감독의 전략은 성공하게 된다. 카프라 감독은 노조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배우 부문 후보 선정의 경우, 배우 조합의 ‘클래스 A’에 속하는 배우들이 후보를 선정하고 최종 투표는 조합원 전부가 하는 식이었다. 이것은 노조에 해당 부문의 수상자 결정을 일임하는 방식이었으며. 당시 아카데미 위원회는 “오스카는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투표를 통해 선정된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그 후 아카데미상의 권위는 크게 올라갔는데 영화 매체 종사자의 여론을 공정하게 수렴해 선정한다는 의미가 강하게 부각됐기 때문이다. 이것도 1946년에 이르러서는 변화가 생긴다. 후보 지명엔 조합이 참여하지만 최종 투표는 1600명 아카데미 회원만 가능하게 된 것. 그리고 1957년 후보 지명 투표와 투표 모두 아카데미 위원회에 의해 이루어지게 되었는데 이것이 지금까지 지속되어오는 후보 선정 방식이다. 다른 영화제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오스카 후보 지명과 수상자 선정에 대한 이야기엔 미국 사회와 미국 영화계의 역사가 오롯이 반영되어 있는 듯하다. 잡음을 최소화하고 상의 권위를 높이는 방향으로 꾸준히 발전해 왔지만 매년 수상 결과에 대한 이견은 역시 꾸준히 있는 것으로 보아 영화 시상에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일례로 지난 2006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영화 <크래쉬>가 작품상을 탈 것이라는 예상을 한 이는 많지 않았다.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함께 미국 내 흥행에서도 성공한 <브로크백 마운틴>이 작품상을 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아카데미가 보수에서 진보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배우들의 명연기와 이안 감독의 출중한 연출력 등이 인정받은 <브로크백 마운틴>의 다수 후보 지명은 당연한 것이었고, 이안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하자 작품상은 당연히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기울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작품상을 수상하기 위해 무대로 나온 배우 잭 니콜슨이 “크래쉬!”를 외치자 <크래쉬> 진영에서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듯 충격에 휩싸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어쨌든 <크래쉬> 역시 뛰어난 영화였지만 아직까지는 아카데미가 동성애에 마인드를 열지 않았다는 비판이 일었고 시상식에서 절대적인 기준이 대체 무엇인가 하는 의문점을 또 한 번 낳은 계기가 된 시상식이었다. 우리나라 시상식만 봐도 그렇다. 대종상영화제, 청룡영화제 등 연말이 되면 그간 수고한 영화인들에게 상을 안기지만, 종종 “저 배우가 왜 후보에 올랐지?”, “왜 그 영화는 후보조차 오르지 못했지?” 하는 의문점은 늘 생기곤 한다.

시상식을 더욱 돋보이게 한 갖가지 해프닝과 기록들
   

한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웃지 못할 해프닝과 안타까운 순간들이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거나 안타까운 탄성을 자아내게도 했다. 우선 아카데미 80년 역사상 수상을 거부했던 배우는 딱 두 명이다. 1971년 제43회 시상식에서는 남우주연상에 <패튼 장군>의 조지 C. 스콧이 호명됐으나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전날 “집에서 하키 경기나 지켜보겠다”는 말을 남겼던 그가 정말 TV를 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수상자를 발표한 배우 골디 혼의 당황한 얼굴만 생중계 중이던 TV 화면을 메웠다. 2년 뒤에는 <대부>의 말론 브랜도가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나 그 역시 시상식에 불참했다. 그는 “인디언에 대한 부당한 처사에 대항하는 뜻으로 수상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1972년 시상식에서는 <클루트>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제인 폰다가 시상대 위로 올라왔고 모두 그녀의 수상 소감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미국의 베트남 정책에 반대하던 그녀는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오늘은 말하지 않겠다”며 곧장 퇴장해 버렸다. 침묵으로 강렬한 반전 메시지를 남긴 셈이다. 1978년,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바네사 레드그레이브는 “반유대주의와 파시즘에 대항해 싸울 것임을 맹세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녀의 소감이 끝난 직후
   
각본상을 시상하기 위해 나온 패디 차예프스키는 “정치 공세를 위해 시상식을 이용한다는 것 자체가 역겨운 일”이라며 곧바로 반박했다. 1988년, 작품상 시상자로 나온 에디 머피는 미국 영화계의 흑인 차별 문제를 노골적으로 지적하면서 “아카데미는 흑인에게 20년 주기로 상을 준다”고 꼬집었다. 그로부터 20년 후, 그는 <드림걸즈>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은 실패했다. 1981년에는 로버트 레드포드의 <보통 사람들>이 작품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가운데 3월30일 시상식이 열릴 예정이었으나,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에 대한 저격 미수 사건이 발생, 시상식은 다음날로 하루 미뤄졌다. 1937년에는 폭우로, 1968년에는 마틴 루터 킹 목사 암살 사건으로 연기된 적이 있다. 매카시즘 선풍으로 미국에서 추방되었던 찰리 채플린이 공로상을 수상하기 위해 1972년, 20년 만에 미국으로 돌아왔다. 그가 백발의 모습으로 식장에 들어서자 모든 관중들은 기립, 그의 소감이 끝나기 전까지 자리에 앉지 않았다. 한편 2000년 시상식을 앞두고 경악을 금치 못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시상식을 불과 1주일 앞두고 오스카 트로피를 도난 당한 것이다. 아카데미 측은 황급히 트로피를 다시 만드는 소동을 벌여야만 했다. 도난 당한 트로피들은 시상식 전날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의 한 음식점 쓰레기 더미 속에서 발견됐다. 한편 시상식에서 BIG 5라 불리는 작품상, 감독상, 남녀주연상, 각본(각색)상을 모두 수상한 영화는 아카데미 80년 역사에서 딱 3편에 불과하다. 1937년 <어느 날 밤에 생긴 일>이 작품상을 포함해 프랭크 카프라 감독이 감독상을, 로버트 리스킨이 각본상을 클라크 케이블과 클로데트 콜베르가 각각 남녀주연상을 수상했던 것. 그 후 39년만인 1976년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가 BIG 5를 달성하게 되는데 작품상과 각본상을 비롯, 밀로스 포먼이 감독상을, 잭 니콜슨이 남우주연상을, 루이스 플레쳐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 후 16년 만인 1992년, 마지막으로 BIG 5를 달성한 영화가 탄생했으니 바로 <양들의 침묵>이다. 극중 ‘한니발 렉터’는 <스타워즈>의 ‘다스 베이더’와 더불어 악역의 투톱을 이루는 캐릭터였고, 그 캐릭터를 훌륭히 연기한 안소니 홉킨스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10대 중반의 나이에 <택시 드라이버>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뒤 <피고인>으로 한 차례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조디 포스터가 두 번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으며 조나단 드미 감독의 감독상과, 작품상, 각색상까지 가져감으로써 마지막 BIG 5의 주인공으로 남게 되었다. 그리고 17년이 지난 현재까지 아직 BIG 5를 기록한 영화는 없다.
   
▲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일본영화 <굿'바이>. 이 영화는 납관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 휴머니즘을 강조하는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큰 감동을 안겼고 이번 수상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일본영화 <굿’바이>의 외국어영화상 수상
한국영화, 아직 아카데미를 파악하지 못했나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또 하나 주목할만한 점은 바로 외국어영화상 부문이다. 강력한 수상 후보로 점쳐졌던 이스라엘 영화 <바시르와 왈츠를>을 물리치고 일본영화 <굿’바이>가 수상의 영광을 안은 것. 타키타 요지로 감독의 <굿’바이>는 죽은 이의 마지막 모습을 아름답게 배웅하는 납관이라는 장례형식을 소재로 잔잔한 감동을 주었으며 국내에서도 지난해 말 개봉해 잔잔한 흥행을 했던 영화이다. 또한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상도 일본의 <라 메종 앙 프티 큐브>가 수상해 올해 아카데미에서는 일본영화가 2개 부문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일본 언론들은 두 작품의 수상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으며 <굿’바이>는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기념으로 재개봉이 조심스레 점쳐지기도 했다. 일본영화가 아카데미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3번이나 수상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데 1951년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 기누가사 데이노스케 감독의 <지옥문>, 이아가키 히로시 감독의 <사무라이>가 모두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었다. 일본영화의 수상과 후보 지명은 이제 아카데미에서는 그렇게 커다란 사건으로 다가오지 않을 만큼 종종 있어 왔다. 물론 마지막으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후 50여 년 만에 처음 <굿’바이>가 외국어영화상을 거머쥔 것이긴 하지만, 한국영화는 어떤가? 단 한차례도 외국어영화상 수상은커녕 후보에도 오른 적이 없다. “미국 내 잔치라고 치부되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후보로 좀 못 오르면 어떤가”라고 반문할 사람이 있겠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은 전 세계 수억 명의 시청자가 동시에 시청하고 있는 지구촌 최대의 쇼 중 하나이다. 이러한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고 생각해 보자. 이만한 홍보효과가 또 어디 있겠는가? 그간 한국영화는 <웰컴 투 동막골>, <태극기 휘날리며>, <괴물> 등의 영화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에 출품했고 이번에도 <크로싱>을 출품하며 아카데미 입성을 노렸지만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특히 <크로싱>은 북한의 인권을 정면으로 다루었고 휴머니즘을 유난히 강조하는 아카데미의 성향에 편승한 영화였기에 영화계에서는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역시 아카데미의 문턱은 우리에겐 높았다. 하지만 최근에도 국내 영화계는 거품을 빼고 중간급 영화의 제작이 많이 진행되고 있고, 그러한 영화들에게 출중한 작품성을 지니고 있는 영화들이 많이 배출되기 때문에, 곧 아카데미에 입성할 날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굿’바이>의 경우를 보더라도 이 영화는 결코 블록버스터도 아니고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영화도 아니다. 그간 우리나라가 출품했던 영화들을 보면 엄청난 제작비를 들인 영화들만 주로 출품해 왔다. 물론 그 영화들의 작품성이 좋지 않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아카데미 영화제를 비롯한 세계 메이저급 영화제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영화를 출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국내에서 크게 성공했다고, 그 영화에 대한 팬들이 많다고, 그 영화를 제작한 회사의 입김이 세다고 해서 무턱대고 그 영화를 출품하는 것은 영화제에 대한 파악이 아직 명확히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최근 <워낭소리>, <낮술> 등 독립영화계에서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낮술>은 미국에서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고 하니,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에 한국영화가 후보로 올라가는 일이 어쩌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기대를 가져 본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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