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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전역으로 확산된 런던 폭동
절망이 분노가 되다
2011년 09월 01일 (목) 11:50:02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지난 8월 6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의 홈경기장 인근의 토트넘 하이로드에서 폭동이 발생했다. 8월 6일 밤 폭동이 발생해 경찰 26명과 시위대 등 수십여명이 다치고 경찰 순찰 차량과 버스, 건물 등이 불에 탔다.

런던 북부의 토트넘에서 시작된 폭동이 영국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정부가 경찰 배치를 늘리는 등 진압 수위를 대폭 강화했다. 영국 당국은 거리 곳곳에 경찰관을 배치하는 등 폭동 초기보다 배로 늘어난 1만 6천여 명의 경찰력이 투입됐다고 말했다. 런던 경찰청도 폭동에 참가한 1천100여 명을 체포해 이 중 693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 지난 8월 6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의 홈경기장 인근의 토트넘 하이로드에서 폭동이 발생했다

英 청년층 다섯 명 중 1명꼴로 실업자
미국과 유럽의 부채위기가 전세계 경기 침체로 확산되면서 시위와 폭동이 잇따르고 있다. 각국 정부가 경제 위기 예방을 위해 긴축 정책을 실시하자 높은 물가와 실업률로 경제난을 겪는 젊은이들의 불만이 과격 행동으로 표출된 것. 영국 폭동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난 8월 12일(현지시간)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긴축 정책과 실업률 상승 등으로 경제난을 겪는 젊은이들이 불만을 과격하게 쏟아내면서 일어난 이번 시위는 런던을 비롯한 버밍엄, 맨체스터 등 중남부까지 확산됐으나 대규모 경찰 병력 진압으로 폭동은 잦아들고 있다. 이번 시위로 5명이 숨지고 1200명이 경찰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폭동은 4명의 자녀를 둔 마크 더건이 지난 8월 4일 토트넘에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진 것이 발단이 돼 8월 6일 토트넘에서 처음 발생해 지금까지 75만명 가량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정부는 당초 6000명만 배치했던 경찰병력을 1만6000명으로 대폭 늘려 시위를 진압했다. 토트넘은 저소득층이 몰려 살며 인종간 대립으로 지역주민과 경찰의 마찰이 끊이지 않는 지역이다. 로이터 통신은 앞서 지난 8월 8일 “토트넘 지역의 높은 실업률과 공공 서비스에 대한 정부 지출 감축에 대한 분노, 소수 민족 주민들에 탄압을 가하는 경찰에 대한 적대감 등이 폭동으로 커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현지 주민의 말을 인용 “출범 15개월이 지난 현 정부가 재정 적자를 줄이려고 정부 지출을 대폭 감축하면서 가장 영향을 받은 곳이 토트넘이라며 공공 부문 고용이 줄어들면서 실업률이 치솟고 청년을 위한 공공 서비스는 위축됐다”고 말했다. 영국의 5월 실업률은 7.7%로 지난해 1월 7.8%를 기록한 이후 올해 5월 현재까지 줄곧 7.7~8,0% 사이를 맴돌고 있다. 그러나 25세 미만의 청년층 실업률은 월등히 높다. 지난 4월 16~24세사이 청년층 실업률은 19.6%로 다섯 명 중 1명꼴로 실업자로 나타났다. 이번 시위와 폭동에 참여한 사람들 중 다수가 젊고 일자리가 없다는 사실이 영국이 앓고 있는 중병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8월 10일 런던 현지 르뽀기사에서 “영국의 공식 청년층 실업자는 100만 명으로 극심한 경기 침체기였던 1980년대 중반 이후 최대수준”이라고 전했다. 실업자에게는 2주마다 125달러의 실업수당이 지급되지만 이는 기초생활비도 되지 못하고 있다고 런던 청년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소비자물가지수(CPI) 는 올 들어 4.0% 이상을 나타내며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저소득층이 큰 경제난을 겪어왔다. 영국 CPI는 1월 4%로 2년 내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2월 4.4%, 3월 4.0%, 4월 4.5%, 5월 4.5%, 6월 4.2%를 기록했다.
   
▲ 이번 폭동의 핵심은 무차별 약탈이다. 폭도들은 대부분 10~20대로 후드티와 마스크·두건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고 흑인뿐 아니라 중동권·백인도 눈에 많이 띄었다

지나친 서민 쥐어짜기로 터져 나온 반동
8월 6일 런던 북부 토트넘에서 시작된 폭동은 사흘 후인 8월 9일 런던에서 160~280㎞가량 떨어진 제2도시인 버밍엄과 항구도시 리버풀, 브리스틀 등 전역으로 확산됐다. BBC 등 현지 언론은 각지에서 10대 후반과 20대 청년들이 수십명씩 몰려다니며 경찰차량을 파손하고 공공기물에 불을 지르는가 하면 번화가의 대형상점에 난입해 물건을 약탈하는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와중에 첫 번째 사망자도 나왔다. 런던 시내 남부 크로이던에서 8월 9일 26세 남성이 머리에 총상을 입어 숨졌다. 희생자는 차 안에서 폭동을 보고 있다가 피격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전날 한국 여행객 2명은 런던 도심 하이드파크 인근 지하철역 부근에서 복면을 쓴 청년들에게 휴대폰, 태블릿PC 등 2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뺏겼다. 폭동 지점은 지난 사흘간 북부→남부→동부 빈민가 외곽으로 번지더니 2012년 런던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이 있는 해크니, 국회의사당 인근 일링 지역까지 파고들어왔다. 이번 폭동의 핵심은 무차별 약탈이다. 폭도들은 대부분 10~20대로 후드티와 마스크·두건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고 흑인뿐 아니라 중동권·백인도 눈에 많이 띄었다. 주로 대형 상가에서 전자제품 등 고가의 물품과 식량·의복 등 생필품까지 약탈하고 있으며 여성들도 가세해 옷·화장품 가게를 터는 ‘약탈 쇼핑’을 했다. 맨체스터 시티 센터의 의류 점포인 미스 셀프리지에는 젊은이들이 침입해 난동을 부렸다. 이러한 폭동의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심각한 청년실업을 꼽고 있다. 영국에서 빈부격차로 인한 갈등은 심각한 수준이다.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청년층 실업은 유럽 내에서도 심각한 수준이며 이번 폭동의 ‘화약고’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지난 4월 영국 통계청(ONS)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 말까지 전체 실업률은 7.8%였지만 16~24세 청년실업률은 20.4%로 유럽 선진국 중 최악을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노동당 정권이 ‘복지 잔치’를 하면서 초래한 빚더미를 현 연정이 넘겨받은 뒤 초 긴축정책을 꺼내들었다”며 “재정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4년간 공공부문 예산과 인력을 20~30% 줄여야 되는 부담을 안게 됐다”고 보도했다. 공공부문 일자리 50만개가 줄어드나 기업들은 고통 분담에 나서고 있지 않으면서 민간부문 고용은 매우 더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교육·복지에 대한 정부 지원이 줄자 서민층의 부담은 두 배로 가중되고 있다. 이번에 폭동이 시작된 토트넘 지역도 지난해 말부터 청소년 교육프로그램 등이 최대 75% 삭감된 상태였다. 서민층 쥐어짜기에 대한 반동이 터져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에도 고교생과 대학생, 학부모들이 런던 정부청사와 여당 당사를 공격하고 찰스 왕세자 부부가 탄 롤스로이스 차량에 테러를 가해 충격을 던졌다. 정부가 역시 긴축정책으로 대학 교부금 등 교육예산을 줄이면서 각 사립대학 등에 2011년부터 등록금 상한을 3290파운드(584만원)에서 9000파운드(1600만원)로 3배 인상하도록 허가한 데 대한 항의 시위였다.
   
▲ 영국 정부는 폭동 확산의 주범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지목하며 필요할 경우 서비스를 차단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2005년 프랑스 폭동과 닮은 꼴
지난 8월 6일 시작돼 영국을 뒤흔들었던 폭동 사태는 진정세로 접어들고 있지만 부분적으로는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거리가 불타고 상점들이 약탈당한 이번 사태는 그 원인과 진행 과정, 진압 방식에 이르기까지 6년 전 파리 폭동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다. 2005년 11월 파리 북부의 외곽 주택지대 ‘클리시 수 부아’에서는 2명의 아랍계 청년이 경찰의 검문을 피해 달아나다 감전 사고로 숨지면서 대규모 소요 사태가 일어났다. 그 결과 1명이 숨지고 3000명이 체포됐으며 두 달에 걸쳐 건물 300여 채와 차량 1만여 대가 불탔다. 이번 런던 폭동 또한 경찰이 29세 흑인 청년을 체포하는 와중에 총을 쏴 사망케 한 일이 발단이었다. 폭동의 진원지 토트넘이 파리의 클리시 수 부아와 마찬가지로 수도 인근의 저소득층 거주 지역이라는 점 또한 공통점이다. 시라크 정권과 보수-자민당 연정이라는 보수정권의 사회복지 서비스 축소가 경제적 어려움과 맞물린 것이 폭동의 ‘심층 원인’으로 꼽히는 점 또한 그렇다. 그런 공통점이 엿보이면서 런던 폭동을 지켜보는 프랑스인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최근 수 년 동안 프랑스의 경제는 악화일로를 걸었고 지난 7월 말 청년실업률은 유로존 평균(20.3%)을 훌쩍 넘어 22.85%를 기록했다. 특히 저소득층 청년실업률은 그 2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사르코지 정부의 강경 이민정책과 사회복지 축소 정책,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긴축정책 등에 대한 반감이 커져가고 있으며, 사르코지 대통령의 “‘프랑스식 이슬람’이 아닌 ‘프랑스 안에서의 이슬람’은 반대한다”는 발언 등 현 정부 인사들의 이슬람 이민자들을 겨냥한 발언들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프랑스 주간지 <누벨옵세르바퇴르>는 “지금 프랑스는 2005년보다 경제적·사회적 여건이 더 나쁘기 때문에 폭동이 일어날 소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물론 이번 런던의 경우와는 달리 2005년 파리 폭동에서는 고가의 전자제품이나 스포츠용품 등을 약탈한 사례는 없었다. 당시 공격 대상도 자영업자들이 아니라 경찰과 학교 등 국가기관에 한정됐다는 차이점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차이는 중요치 않다. 폭동이 사회적 불만의 출구가 되는 것은 다른 출구가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의 설립자이자 특별 자문관인 도미니크 모이시는 8월 11일 <파이낸셜타임스> 칼럼에서 런던 폭동과 파리 폭동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일별하며 “사회·경제적 위기의 와중에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자각은 곧 불안정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런던 폭동의 교훈으로 꼽았다. 모이시는 런던 폭동과 파리 폭동에 대해 “국가가 시민들에게 (재정지출 삭감 같은) 희생을 요구하려면 고통 분담이 공평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는 점이 두 사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라며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김없이 ‘사회적 폭발’이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캐머런 英 총리 “SNS 서비스 금지하겠다”
영국 정부가 폭동 확산의 주범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지목하며 필요할 경우 서비스를 차단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8월 11일(현지시각) “SNS가 폭력행위에 사용될 경우 서비스를 금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블랙베리 메신저(BBM)·페이스북·트위터가 폭동 정보를 실시간으로 퍼뜨려 폭동을 자극한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SNS를 이용해 폭동을 조장한 혐의로 사우스햄프턴에서 3명, 스코틀랜드에서 2명 등을 검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테레사 메이 내무장관은 세 업체 관계자와 회의를 열기로 했다. 업체들은 일단 정부에 협력하지만 서비스를 중단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블랙베리측은 “BBM 서비스 중단은 없다”면서도 “폭동과 관련해서는 정부에 협조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측도 “이미 ‘확실한 폭동 위협’에 관한 내용을 삭제했다”면서 “장관에게 페이스북이 안전한 통신 수단이라는 것을 설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SNS가 폭동 기간 동안 보여준 긍정적 역할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일간 텔레그래프의 디지털 미디어 편집장 엠마 바넷은 “사람들은 폭동 기간 동안 오직 트위터를 통해서만 안전한 장소에 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블랙베리 사용자들은 BBM을 이용해 퇴근길에서 폭도들을 피하는 방법을 공유했다고 전했다. 영국 시민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폭동으로 지저분해진 거리를 청소하자는 캠페인을 자발적으로 진행했다. 즉 사용자가 누구냐에 따라 SNS의 가치가 달라질 수 있는데 정부는 폭동 확산의 책임을 SNS 그 자체에 돌리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페이스북·트위터 사용자들이 폭동 상황을 퍼 나른 것이 ‘폭동 자극행위’라면 24시간 동안 이 상황을 방송한 TV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SNS 서비스 금지로 인해 민주주의의 근간인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런던 소재 로펌 파트너 마이크 콘라디는 “총리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경찰이 수백만개의 메시지를 추적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인다”며 “의회가 이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질서 유지와 표현의 자유 사이의 균형은 깨지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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