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사 이은주

봄의 자연이 외출을 유혹한다. 5월의 주말은 가는 곳마다 북적댄다.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고, 상춘객들의 발길도 꽃 속 나비와 벌들만큼이나 분주하다. 야외활동에 좋은 봄은 나들이에 정말 좋은 계절이다.  
지역마다 걷기 좋은 산책코스가 조성되어 다행이다. 둘레길, 하천 고수부지, 강변길 등산로 휴양림 등등 길마다 인파가 그득하니 길의 고마움이 새삼스럽다. 예전에는 등산이나 마라톤, 조깅 같이 좀 강도 높은 운동이 대세였지만, 요즘은 숫자로 보면 걷기가 대세다.

걷기는 자전거나 등산, 마라톤, 조깅에 비해 운동치고는 매우 손쉬워 보인다. 과연 운동효과가 많이 떨어지는 건 아닐까. 걱정할 건 없다. 걷기의 운동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일주일에 3일 이상, 한번에 30분 이상 거리를 걷는 것으로 최소한의 운동효과는 거둘 수 있다고 말한다. 자전거 등산 마라톤에 못지않은 유산소 운동의 일종으로, 소화기능부터 대사기능, 순환기능은 물론 근력의 유지와 정력증강에도 확실히 도움이 된다. 다른 운동에 비해 몸에 무리가 갈 가능성이 훨씬 적기 때문에 몸을 함부로 움직이기 어려운 노약자나 병약한 사람들도 그만큼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마라톤이나 등산 같은 운동은 관절이 약한 사람에게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지만, 걷기는 체력에 맞는 거리와 시간을 넘지만 않으면 그 자체로는 별 부담을 주지 않는다. 고령화 시대에 걷기 인구가 압도적으로 늘어난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걷기가 좋은 가장 보편적인 이익은 심혈관계에 도움을 준다는 점이다. 사람이 걸을 때, 작은 발바닥 하나에 자신의 체중 전체가 실리면서 발바닥은 그 압력에 의해 자연스럽게 혈액 펌프 구실을 하게 된다.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사람에게서는 피를 순환시키는 역할을 심장 혼자서 도맡아야 되지만, 발로 걷는 사람은 두 발바닥이 심장의 기능을 훌륭히 보조하게 되는 셈이므로 그만큼 심장의 부담을 덜어주게 되는 것이다. 발을 제2의 심장이라고도 하는데, 단 발바닥을 땅에 디뎌 걷거나 뛸 때에 해당하는 얘기다.

다음은 심폐기능을 향상시킨다. 가만히 앉아있을 때는 숨이 안정돼 있지만, 걷는 동안에는 호흡도 빨라지고 호흡량이 커진다. 자연히 심폐기능을 자극하여 단련시키고, 큰 호흡을 통하여 체내 공기 순환이 촉진되므로 몸의 혈액과 세포들도 신선해진다. 단 먼지가 많거나 공해가 심한 날의 운동은 오히려 해로운 공기를 더 많이 들이마실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신선한 공기 속을 자주 걸으면 혈액도 그만큼 신선해져 면역능력이 향상된다고 볼 수 있다. 각종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높아진다. 뇌세포에도 신선한 피가 더 잘 공급되므로 몸과 정신을 건전하게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시각과 청각신경에도 영향을 주며, 나아가 사고력의 퇴행을 막는 일과도 연관이 있다. 

걷기는 근골격계의 건강에도 중요한 영향을 준다. 걷는 동안 다리뼈와 무릎 등에 가해지는 적당한 압력은 골밀도를 유지하고 뼈세포의 재생에 도움을 주어 골다공증 등 골격계의 퇴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팔다리는 물론 전신의 크고 작은 근육들이 동시에 활용되므로 근육을 보다 젊은 상태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강한 운동이 버거운 나이가 될수록 매일의 걷기 운동 습관은 중요해진다.  
남성의 경우 정력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혈액순환이 원활하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성생활의 감도를 높이고 남성의 발기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걷는 동안 회음부 주위에 기혈 순환이 원활해지며, 생식기 주위에 공기 순환도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유럽의 의학자들은 ‘남성의 생식기관은 활발한 혈액순환을 필요로 하므로 어떤 운동보다 서서 걸어 다니는 것이 성기능 유지에 도움이 된다’며 최소한 하루 3km 이상 걷도록 권하고 있다.

사람이 앉아서 지내는 동안 남성의 항문 곁에 있는 전립선은 중력에 의해 아래로 쏠리는 내장과 복부근육의 무게로 압박을 받게 되는데, 일어나서 잠시 걷는 동안 본래의 탄력을 회복할 수 있게 된다. 정력의 샘 전립선이 한숨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은 걷기가 주는 또 다른 이익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고, 길 주변에 활짝 피어나는 꽃들로 인해 눈도 즐거운 5월. 일어나 걷기를 시작해 보자. 출퇴근 거리가 멀지 않다면 이 시간을 이용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단, 걷는 동안에는 발과 발바닥이 편안한 신발을 착용할 수 있어야 한다. 
[대화당한의원, 한국 밝은 성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