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리적, 시대적 상황과 더불어 예술가의 생애를 함께 공부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곤 한다. 예술 안에는 그들의 삶과 정신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삶을 살아가며 느끼는 기쁨, 슬픔, 고통 등은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루는데 큰 디딤돌이 되어 아름다운 예술로 승화된다.

▲ 허희재 작가는 삶을 살아가며 느끼는 기쁨,슬픔,고통 등의 작품세계를 이루는데 큰 디딤돌이 되어야 아름다운 예술로 승화 된다고 이야기 했다.

꽃은 많은 화가들이 즐겨 그리는 작품의 소재 중 하나다. 사실적으로 그리기도 하고 작가 자신이 새롭게 조형해서 그리기도 한다. 서양화가 허희재 역시 꽃의 사실적인 형상과 자신이 마음의 눈으로 보고 느껴진 상상을 조화한 꽃을 그리는 작가다.

친근하지만 낯선 것을 가시적인 형태로 재현
허희재 작가의 주된 작품 주제는 꽃이다. 그 꽃은 화폭위에서 완벽하게 묘사된다. 실물의 복사 수준을 넘어 다분히 극사실주의나 포토리얼리즘 패턴과 유사한 형식을 보이고 있지만, 화면가득 메운 꽃은 그 자체가 초월된 감성을 자극하여 보여지는 것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작가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듯하다. 아울러 작가의 눈을 통해 바라본 꽃들은 보는 이들에게 또 다른 사색과 명상의 과정 끝에 도달하게 한다. 이것이 작가 허희재만의 진정한 매력일 것이다. 허희재 작가는 “누구나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본다. 자신의 세계는 자신이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아름답게도 추하게도 변화한다”면서 “꽃은 인간의 희노애락을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하고 인간의 생태에 자주 비유되기도 한다. 꽃은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 중층적 의미를 창조해낸다. 그 의미 역시 관객의 심리에 따라 수시로 다른 표정을 지니며 전달되곤 한다”고 설명한다. 때문에 작가는 작품 속에서 꽃을 보이는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상적 이미지 그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보여주고자 했다. 친근하지만 낯선 것을 가시적인 형태로 재현하려 했다. “꽃 이미지를 온전히 다 드러낼 때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고 말하는 작가. 그는 꽃이라는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전달되는 스토리는 보는 사람 스스로가 엮어내는 또 다른 스토리를 탄생시킨다. 꽃은 그들의 감정에 의해 순간순간 새로이 피어나고 창조되는 것이다. 작가가 보는 꽃은 단순히 꽃이 아니다.

▲ 감각의 확장 6M3C9474

독특한 조형적인 수많은 관념들을 농축시킨다
허 작가는 “꽃의 아름다운 겉모습이 아닌 내면의 독특한 조형적인 형상은 수많은 관념들을 농축시켜 우리 내부의 새로운 심상을 꿈틀거리게 한다”며 “실재의 꽃 그 너머에 내면이 살아 꿈틀거리는 존재하는 꿈을 꾸고 있는 듯 몽환적이며 때로는 생각 속의 생각을 낳는다”고 덧붙였다. 그의 작품 속에서 꽃으로 제시된 은유는 감춰진 것을 조심스레 알려주고 내밀한 흔적을 비유적으로 표출한다. 꽃의 이미지를 빌어 여성의 몸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기도 했으며, 드러내고 싶지 않은 원초적 감정의 파장을 꽃 속에 녹여내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혐오스럽게 보이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매혹적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허희재 작가는 “꽃으로 표현된 대상의 이면에 또 다른 의미가 내재 되어있는, 바로 그 양면성을 캔버스 안에 이미지화하여 풀어내고자 했다”면서 “꽃의 이미지를 통해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감각의 확장을 경험해보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정신적인 가치의 시각화를 ‘꽃’으로 강구
최근 제5회 개인전을 가진 허희재 작가는 대한민국 미술대전, 목우회전, 여성미술대전, 환경미술대전, 금강미술대전, 형상미술대전, 단원미술대전, 대전광역시 미술대전, 나혜석 여성미술대전, 충청남도 미술대전, 소사벌 미술대전, 충남미술전람회, 승산미술대전 등을 포함하여 총 30여회의 우수상, 동상, 특선 등 수상 경력이 화려하다. 그런 그가 꽃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바는 바로 우리네 인생이다. 그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의 삶은 꽃의 생장과정과 매우 유사하다”며 “이렇듯 인간의 삶의 흔적도 매우 다양하다. 꽃은 희로애락이 중첩된 삶과 시간의 흐름 속에 자연의 섭리에 굴복하고 살아가는 다양한 개인의 삶의 모습이기 때문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작가는 이러한 인간의 삶에서 느껴지는 심상을 해체하거나 다시 모아가며 작가가 느끼는 다양한 시간의 간극을 형상화하여 하나의 독립된 생명체(생-잉태)로 재탄생 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하나의 감각을 다른 감각들로 변환을 시키거나 꽃이라는 이미지를 다 감각화하려 시도한 허희재 작가.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내재되어 있는 다양한 감각들을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감각체계를 벗어나 가슴속에 품은 감수성을 자극하며, 생각의 생각을 낳는 보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정신적인 가치의 시각화를 꽃 이미지로 강구하고 있는 그의 작품세계가 사뭇 기대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