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은경 작가는 정형의 파괴로 새로운 세계 창조한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히포크라테스의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말처럼 사람은 죽음과 동시에 그 형태가 사라지지만 예술은 어떠한 형태로든 남아 존재한다. 인간의 역사와 그 장구한 시간을 함께 해 온 예술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에서부터 출발한다.

예술은 우리가 도달한 최고, 최상의 감성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예술작품들은 하루아침에 탄생하지 않는다. 예술행위의 주체인 예술가들은 하나의 예술을 완성하기까지 뼈를 깎는 고통과 정신적 고뇌를 극복해야만 한다.

빈병 통해 현대인의 고통 표현
서양화가 노은경은 정형의 파괴로 새로운 세계 창조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형적인 일상과 형식에 얽매여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무료와 나른함에 새로운 이데아를 전달하듯 ‘정형의 파괴’라는 화두로 작품 활동을 해 온 노은경 작가는 일상에 표현을 빈병을 통해 현대인들의 힘들고 어려움을 표현한다. 병의 모양을 변형시킴으로써 현대인들의 일탈적 심리의 표출로 어프로치 하거나 클로버 무리 속에서 자신의 추억과 몽환적 자아를 찾으려는 시도가 그것이다. “80~90년대 갑자기 IMF를 호되게  겪으면서 우리는 안팎으로 위축 되었다, 갑작스런 경제위기로 한가정의 가장이 실직하고 가족이 해체되고 국가에 대한 국민의 원성은 하늘을  찌를 만큼 높았다. 비록 60~70세 어르신들은 보릿고개 시절만큼 힘들었겠냐 하시겠지만 그 당시 우리가 느낀 체감은 엄청 컸다. 나는 그때 우리 이웃의 슬픈 모습을 참으로 많이 보고 느꼈다. 가정의 부권이 상실되고 위계질서가 무너지는 모습, 아이들이 방치되는 모습, 이웃 간의 정이 사라지는 모습들은 내 작업의 소재가 되어 병(bottle)의 형태로 변형이 되었고, 이후 나의 모든 작품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그의 작업노트에서와 알 수 있듯 그의 작품에는 우리네 일상생활, 그리고 ‘병’이 주요 소재다. 여기에 현대인들의 일탈적 충동만 표출하는 게 아니라 극적 반전을 추구하는 전달자가 늘 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작가는 “바로 욕망의 꿈틀대는 역동을 상징하는 혈류다”면서 “저의 그림에는 어디에서나 자주 등장하는 매개체가 바로 새로운 변신의 역동체가 혈류”라고 설명했다. 이 혈류는 변형된 빈 병을 칭칭 감고 있거나 병 속에서 역동적으로 흘러나오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형상화 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마치 수많은 벌레들이 스멀거리는 것처럼 단편적으로 받아드릴 수도 있지만, 이는 곧 정형의 파괴로 상처 받은 현대인의 아픔과 자아를 정화시키는 원동력의 표상이다. 특히 병 속에서 밖으로 표출되는 혈류나 클로버 잎에서 움직이는 혈류는 곧 서민들의 삶이 앞으로 나아질 거라는 생동감의 표현으로 ‘희망’을 상징한다. 노은경 작가는 “작품을 통해 지금 이 시대의 서민들의 삶의 아픔을 표출하면서 동시에 극복하려는 의지를 화폭에 담고 싶었다”면서 “찌그러진 병들의 모습은 곧 힘들어 하는 현대인들의 얼굴을 표현한 것으로 어려운 서민 생활의 표출”이라고 덧붙였다.

병은 매 순간 살아있음을 확인시키는 작업의 소재
“모양이 다른 병들을 볼 때 마다 나의 감정, 태도도 달라진다. 각각의 병들은 이웃, 가족,  친구가 되어준다. 매일 매순간 살아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내 작업의 소재들. 오늘은 어떤 사연의 병들을 만날지 매일이 궁금하다.” 정형을 파괴함으로써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 있는 노은경 작가는 1998년 대한민국 국민미술대전에서 피카소의 게르니카(Guernica) 느낌을 주는 작품으로 특선에 올랐다. 경기대학교 서양학과를 졸업한 이후 그는 2001년 서울 관훈미술관에서 제1회 개인전을 시작으로 2008년 다섯 번째 개인전에 이어 지난 5월 여섯 번째 개인전을 가졌다. 1989년 제12회 창작미술대전을 시작으로 1991~1994년 경기미술대전, 경인미술대전을 휩쓴 그는 여성페미니즘전, 실존적가치와 탐색전, 의식의 흐름전, 광교전, 중랑미술인 초대전, 한중교류전, 백합전, 유망작가 초대전, 한국미협지상전외 다수의 그룹전에도 참가하였으며 현재 한국미협, 중랑미협의 서양화분과위원장, 먹골사생회, 백합회회원, 한국토요화가회 본부 이사, 대한민국회화제, 한국기독미술협회 회원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