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한국미술협회전 동상, 중앙미술대전 장려상을 비롯, 제1회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 제2회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제1회 우성 김종영 조각상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가진 정현도 조각가는 국내 조형미술계를 지탱하고 있는 큰 버팀목이다.

▲ 정현도 작가

조각가 정현도의 작품은 맑고 깨끗하고 단순함이 작가 자신의 인품을 반영한다는 인상을 관객에게 심어준다. 점각 규칙적인 표면점령, 그 명암의 효과에서 오는 잔잔한 뉘앙스 등은 감각적이고 부드러운, 따뜻하기보다는 신선한 우아함이 있다. 그것이 보기에는 한국적인 정서의 자연적인 발로라고 볼 수 있다.

담백한 조형언어로 단호하게 표현
조각은 3차원의 공간 속에 구체적인 물질로 구현된 입체로서 강하고 견고한 양감(量感)의 구성체이다. 구체적인 물질을 소재로 하고 도구를 사용하여 3차원적 입체를 만들어낸다는 의미에서 조각은 ‘조형(plastic)’이란 용어와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조각은 입체로 구현된 것이기 때문에 시각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촉각적인 측면 또한 중요하다. 조각작품을 손으로 더듬어 감상한다는 것은 그 형태와 재료의 물질적 특성을 직접적으로 감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각가의 작업과정을 추적하는 데 유효한 방법이다. 정현도의 작품은 섬세한 부분간의 잦은 교감을 통해 단순한 듯 하면서도 오묘한 결의 전체상을 일구어낸다. 전반적으로 보면 추상의 이론이요, 부분적으로 보면 자동성의 이론이 작품에 동시적으로 절충되고 있다.
평론가 김해성은 이러한 정현도 조각가의 작품세계에 대하여 “하나의 단순한 씨앗이 거대한 고목의 결을 압축하고 있는 결의 미학과 다를 바 없다. 미세한 바람이 수면의 물결을 일구어 내듯 우리의 삶도 보이지 않는 세월의 결을 통해 시각적이든 비시각적이든 에너지의 집적을 이루는 게 아닌가”라고 평하기도 했다. 긴장과 이완, 확산과 수축, 운동과 정지, 입체적인 것과 평면적인 것, 복잡함과 단순함은 정현도 조각가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두드러진 특징이다
이러한 대조는 그의 초기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조형적 특징이자 일찌감치 추구하고자 했던 조각세계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조형적 결과다. 수많은 수사(修辭)를 거부한 정현도 조각가의 조형언어는 담백하지만, 그만큼 단호한 구석이 있다. 조각에서 네러티브를 추방함으로써 그의 작품은 형태의 자율성을 획득할 수 있었지만 자칫 무미건조해질 있는 한계 속에 작품을 방치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는 눈으로 쓰는 시, 어떻게 보면 눈으로 그 표면을 더듬어 재료의 질감과 형태에 요철를 지각할 수 있는 형상을 제시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다.

모더니즘 추상조각의 계보를 잇다
조각가 정현도를 두고 평론가들은 모더니즘 추상조각의 계보를 잇고 있다는 평가를 내린다. 한 시대를 풍미하고 있는 정현도 조각가의 작품은 상부와 하부로 대조를 이루고 있는데 그것은 깎고 파여진 무수한 자욱의 기복된 표면과 평탄한 면을 보여준다. 이렇듯 판면은 선으로 통제되어 자연 공간 형성의 원리가 시사되고 있으며 기복된 면의 생동적인 율동은 자연행태의 형성양상을 말해주고 있다. 지금까지 정현도 조각가는 서울, 전주, 교토, 오사카 등 총 13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95년 청년작가 초대전, 방글라데시 비엔날레, 대한민국 미술대전 및 중앙미술대전 수상작가 초대전, 토탈 야외조각 초대전, 중진작가 17인전, 한국현대미술의 단면전, 한국지성의 표상전, 중국 장춘, 상하이 국제 심포지엄, 한국조각의 오늘展 등 무수히 많은 초대전을 통해 작품을 선보여 왔다.
현재 그의 작품은 한국은행 전주지점, 대검찰청, 학교법인 한성학원, 동전주 통신공사, 장수 문화체육회관, 목동 현대백화점, 삼성화재 전주지점에 야외조형물로 전시되어 있으며, 서재필박사 기념관, 전북도립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전라북도 미술대전 운영위원장, 낙우 조각회 회장, 전북 조각회 회장, 대한민국 환경조각대전 운영위원장을 역임하고 우성 김종영 조각상 운영위원, 전라 미술상 운영위원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현재 전북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교수로 재임하며 후학양성을 함과 동시에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앞으로 정현도 조각가가 국내 조형미술계에 어떠한 영향력을 끼치게 될 지 그 행보가 기대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