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물놀이(풍물굿)는 꽹과리, 징, 장고, 북, 소고 등의 타악기와 그밖에 새납(태평소) 등을 연주하면서 의식, 행진, 노동, 놀이를 함께 연행하는 종합 예술이다. 가장 오랜 전통을 가진 종교적 놀이이자 농경사회의 집단의식에서 싹튼 예술 양식으로 무속과 불교의 영향, 탈춤놀이, 군사놀이 등 민속 예능의 영향을 반영하고 있다.

▲ 문창수 화가

색보다 소리에 더 민감한 작가인 문창수 화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 민족의 원초적 혼과 신명이 숨어 있는 풍물놀이를 20여 년째 고집스럽게 그려온 그의 작품에는 아득한 과거에서부터 우리 조상들이 만들어 온 농악의 선율이 실감나게 드러나 마치 눈앞에서 농악을 즐기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풍물굿의 다양한 변주로 독창적 정체성 획득
문창수 화백의 작품에서는 한국풍물문화와 그 역사의 동질성이 세상을 보는 작가의 치열한 시선과 맞닿아 있다. 평론가들은 문 화백의 작품세계의 대하여 “회화의 메타포(metaphor)는 만상의 원형을 색·소리·동작 등 우주 만물에 내재되어 생동하는 운율의 절주를 한국적 전통의 가무인 순수 농악으로 융화시켜낸 신명 그 자체”라고 평가한다. 실제로 문 화백의 작품들은 자연 사물의 신명적 요소를 다시 동양의 선과 서양의 색을 어울리면서 생동감 있는 그림으로 표현해 내고 있다. 문 화백은 “농악소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리다”면서 “그 속엔 상모의 선이 있고 율동미가 있으며 강한 운율이 있다. 천지인이 한 데 어우러진 태고의 기운과 율동미를 드러내보고 싶었다”고 풍물을 모티브로 삼은 이유를 밝힌다.
문 화백은 우리의 전통 민속놀이 ‘풍물굿’에서 상모의 선으로 상징되는 율동미와 태고의 어우러진 기운을 사물놀이 원색의 소리에 반응한다. 그렇게 탄생한 그의 작품은 소리를 색으로 표현해내고 싶다는 자신의 치열한 모색을 무위의 붓질로 표현하는 한바탕 춤사위와도 같다. 그가 구사하는 색의 유희는 미술적 기교에 바탕한 현학적 실험이 아닌, 말 그대로 식의 스타카토로 분절된 우리네 삶의 신명나는 소리를 그대로의 거친 호흡으로 담아낸다. 서양화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민족의 혼과 기상이 담긴 농악을 그림으로 형상화한 예술가로 평가받는 문 화백의 작품을 통해 정적인 동양적 소재를 역동적으로 잘 회화화시켜 전래의 숨겨진 멋과 내면을 엿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문 화백의 붓놀림은 늘 소리와 맞물려 있어 천착하고 있는 풍물굿의 다양한 변주를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 정체성을 획득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받는다. 그렇게 그만의 색으로 소리를 토해내고 있는 문 화백의 작품은 우리민족 전통 속의 신명의 메시지인 동시에 우리에게 전하는 우리들의 정서인 동시에 우리의 동질성 그 자체다.

작품 통해 우리의 흥겹고 신명나는 가락과 놀이 재조명
절제된 전통음악의 형태로 이어지는 농악에 담긴 본래의 성격을 그림으로 표현하며 우리 민족의 혼과 전통을 널리 승화시키기 위해 오로지 한 길만을 고집해온 문창수 화백. 그는 “서예나 문인화 등에서 찾을 수 있는 우리 민족만의 느낌이 있다”면서 “서예가 어떤 현상을 기호화하고 문자로 표현하듯 제 작품은 그저 사람을 그리는게 아니라 동작에 담긴 의미를 형상화하기 때문에 농악의 순간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데 매달리는 그림이 아니다”고 말한다. 명암이나 구도와 같은 기법을 중시하기보다 선과 여백, 율동감과 신명성, 거기에 소리까지 담겠다는 마음으로 붓을 잡은 그의 작품 속에서 우리의 흥겹고 신명나는 가락과 놀이가 재조명된다. 때문에 그의 작품은 외국에서도 반응이 좋다.
문 화백의 작품을 접한 많은 이들은 그에게 해외 전시를 추천했고 지난 2008년 LA비전아트홀에서 미주동포후원재단 초대전을 가졌을 당시 LA의 언론매체에 연일 보도되며 우리나라의 흥과 멋이 담긴 전통문화를 널리 알렸다. 이후 뉴욕에서 전시의뢰를 받은 그는 LA영사관, 한인회, 재미교포후원재단 등에그의 작품을 전시해 ‘한민족의 혼과 얼, 멋과 기상을 전파하러 간 한국 문화의 전령사’라는 호칭을 얻기도 했다. 문 화백은 “풍물굿에는 동북아를 제패한 겨레의 기상과 진취력이 들어 있다. 공연이나 회화적으로 풍물굿을 널리 알리지 않으면 국가적으로 손해”라면서 “제가 바라보고 느낀 농악을 표현하기 위해 더욱 연구하고 싶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숙제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우리 전통의 멋을 이해시키는 작업에 더욱 많은 예술인들이 함께하길 바란다”고 소망을 전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