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감성의 닫힌 문을 열어 치유할 수 있는 문화적 치료제다. 그리는 대상의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좇는 방법만으로는 작가로서의 삶의 희망, 꿈과 사랑, 고뇌와 좌절 등의 일상이 얽힌 내면세계의 표현을 작품에 투영시키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 김장혁 화가

화가 김장혁은 “미술은 자기만족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소통이 없으면 의미가 없기에 동질적인 삶을 살아가는 다수의 사람들과 그림을 매체로 소통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소통에서 새로운 영감과 힘을 얻어서 하는 작업이 화가의 본분이다”고 말한다.

그림의 본질 찾아 번뇌하며 ‘점’ 재발견
 1998년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김장혁 화가는 등단 후 한국 미술계를 짊어질 차세대 예술가로 주목을 받았다. ‘점’을 사용한 독특한 화법으로 화단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그는 미술과 대중의 아름다운 소통을 꿈꾸고 있다. 그림의 본질을 찾아 고민하던  끝에 ‘점’이라는 소재를 찾아낸 그는 붓의 터치로 완성하는 점묘화가 아닌 그만의 입체적이고 생명력 있는 점묘화를 완성시켰다. 그의 작업실 한 켠에 붙은 메모에는 그가 이전에 그림의 본질을 찾아 고뇌했던 심정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림이란 무엇일까? 단지 色이고, 造型이며, 아름다움(美)을 추구하는 것뿐일까? 형식과 시대를 반영하는 새로운 미적 창조일까? 사유와 사색의 학문적 이론이 결합한 깊은 절제에서 오는 인간의 고귀한 울림 일까? 역사적 성찰과 과거의 틀을 뒤집는 독특한 예술적 발상의 혁명일까? 오늘날 미술은 어떤 의미일까? 난! 되돌아가고 싶다.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본질적 회귀를 원한다. 그래서 과거와 현재를 이을 가장 완벽한 원이 필요했다.”
고뇌의 시간을 거쳐 새로운 시작을 발견한 김 작가는 “그림의 본질을 찾아 번뇌하는 시간 속에서 ‘점’이라는 소재를 찾았다” 면서 “생명은 수정체라는 작은 점에서 생성이 되고 종국에도 한 점 으로 소멸이 되듯 작품에서 작은 점은 근원적인 시작이며, 끝을 의미한다.” 고 설명했다. 점묘화의 대표적 작가로 손꼽히는 조르주 쇠라의 작품이 붓의 터치로 표현되었다면 김 작가의 점묘화는 주사기로 찍어 표현하기에 더욱 동그랗고 세밀한 점으로 이루어져 있다. 오랜 시간 유화를 그렸던 김장혁 작가는 유채가 마르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점묘화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수용성인 아크릴 물감으로 점묘화를 시작해 재료와 화풍을 바꾸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많은 시간과 집약적 노동이 필요로 하는 작업으로 때론 육체적 피로감에 지치기도 했지만 작업을 통해 자신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다는 김장혁 작가. 그는 꾸준한 노력과 고민 끝에 원하는 방식으로 표현하기 위한 방법을 서서히 찾았고, 그렇게 준비한 작품으로 지난 2006년 첫 점묘화 개인전인 ‘HARMONY展’을  펼쳐 보인다.
 김 작가는 “전시를 통해 조화를 논하고 싶었다.” 면서 “우리네 삶을 보면 어떤 사람은 강한 성격을, 어떤 사람은 온화하며, 어떤 사람은 거칠다.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본성이 있는데 강한 이는 빨강과 보라색으로 온화한 이는 노랑과 오렌지색 때론 밝은 녹색으로, 거친 이는 검정과 갈색 등으로 설정을 하고, 캔버스 위에 주사기를 사용하여 한 점, 한 점 찍는다.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을 연상하며 혼합과 병치를 반복하여 또 다른 색을 연출한다. 사람 또한 자신에게 찾기 힘든 구조적인 다른 점을 타인을 통해 보완하면서  조화로움을 이루듯이 그림에서 점은 그 이상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dot-overlap- 도심 50.0 x 50.0 cm syringe Acr ylic on canvas

화가는 다양한 방식으로 아름다움 추구해야
김장혁 작가는 최근 작품을 통해 인간과 자연을 조화롭게 중첩시키면서 표현하고 있다. 오버랩 된 이미지의 시각적 착시와 색과의 대립이 자연과 인간의 공생은 필연적 조화임을 암시한다. 또한 두 시각이 한 화면에 나타나면서 흔들리는 듯한 모습은 정체성을 잃어가는 현대인의 다중적인 인간상을 말하기도 한다. 그는 작품의 이미지에서 형상은 표현하지만 색상은 배제한다. 그 이유에 대해 김 작가는 “사람의 살결이 갖는 색상, 장미꽃이 갖는 고착화된 색상에는 의미가 없다. 다만 형체만이 사람이며, 꽃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이런 표현 방식은 본질적 회기를 추구하는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고 설명한다.
“그림이란 점과 선, 색과 여백, 표현력 등을 익히고, 전하고 싶은 바를 표현하되 다양한 방식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특별하다고 생각되지 않는 일상을 작품으로 재탄생시키고, 우리의 익숙함을 모호한 경계를 넘나드는 방법으로 표현한다. 감성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림이 대중과 소통, 교류해야 비로소 미술은 진일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