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인사동 LA MER에서 홍승욱 작가의 <사랑> 展이 열렸다. 동백을 확대한 듯한 뚜렷한 배치와 선명한 발색, 매끄럽게 흐르는 표면 처리가 그 자체만으로도 충족적인 형태로 가시화 되어 전시장을 압도했다. 화려함의 결정체인 보석처럼 사랑의 에너지를 면면이 발산하는 홍승욱 작가만의 미학 세계를 구축했다는 평이다.

신선영 기자 ssy@

동백, 꽃의 향연

▲ 홍승욱 작가.

<사랑> 展은 홍승욱 작가가 6년 만에 여는 열 번째 개인전이다. 새로운 작품 시리즈 <Love>를 통해 붉은 꽃의 절정인 동백만이 나타낼 수 있는 색채 미감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꽃의 형태보다 색채에 먼저 매료되어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는 작가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원색에 가깝게 채도를 높인 붉은 주조는 그 색채만으로도 존재감을 드러내며 관람객들의 소유욕을 자극했다.

특히 꽃잎의 입체감이 돋보인다. 원래부터 색채학을 중요시해왔다는 작가는 “많은 사람들이 원색을 그대로 사용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혼합색이다. 혼합색이 자칫하면 어둡고 탁해질 수 있기 때문에 색채 간에 채도를 섬세하게 조절해서 입체적이고 풍부한 꽃잎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방식은 작가와 색채와의 일체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오직 작가의 주관과 직관만으로 색채에 힘을 실었고, 그 힘으로 동백꽃에 이입된 감정에 생명을 부여해 나갔다. 그 감정이 바로 ‘사랑’이다. 겨울의 찬바람을 딛고 피어나는 강인한 생명력만큼이나 강렬한 열기를 품고 피어나는 동백꽃에서 사랑에 대한 아름다운 찬미를 시작하게 됐다.

작가는 “제주 동백에서 가슴 찡한 예쁜 사랑을 느꼈다”고 회상하면서 “인간에게 늘 주기만 하는 자연의 사랑은 언제나 좋은 귀감이 된다. 그중에서도 사랑에 대한 원초성을 가장 잘 드러내줄 수 있는 매개체이자 구현물로써 동백을 선택하게 됐다”고 작품 배경을 설명했다. 작가는 삶에 대한 동경과 사랑에 대한 열망을 그만의 시선으로 함축해서 탐미적이고 상징적인 홍승욱 미학세계를 완성했다.

▲ 작가는 “제주 동백을 보면서 가슴 찡한 예쁜 사랑을 느꼈다”고 회상하면서 “인간에게 늘 주기만 하는 자연의 사랑은 언제나 좋은 귀감이 된다. 그중에서도 사랑에 대한 원초성을 가장 잘 드러내줄 수 있는 매개체이자 구현물로써 동백을 선택하게 됐다”고 작품 배경을 설명했다.

사랑에 대한 감각적 연출
작가는 색채 효과는 물론 구도와, 형태, 기법, 소재면에서도 홍승욱 스타일을 만들었다. 동백을 화면 중앙에 배치해서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는가 하면 꽃잎, 나뭇잎, 나비, 벌, 사슴, 갈매기 등 모든 자연적인 소재를 하트 모양으로 그려서 사랑에 대한 뚜렷한 지향성을 상징적으로 나타냈다. 부가적으로 사용된 이미지들이 주제를 더욱 풍부하게 받쳐주어 교감을 극대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화면에 등장하는 자연과 생명체 간의 조화로운 관계는 자연으로의 회귀이자 안식을 나타낸다. 작가는 “제주의 동백꽃과 흰 사슴, 제주 바다에 떠있는 배와 갈매기, 유럽에서 본 자작나무 숲... 모두 자연의 경외심과 숭고함을 느낄 수 있었던 잊지 못할 순간들이다. 그래서 하트 형태로 도식한다든지 징표를 남겨서 그 의미를 더했다”고 설명했다.

▲ 자연에 국한되었던 시각은 차츰 도시와 가정으로 확대되었다. 거의 모든 작품에서 보여 지는 기하학 패턴은 지붕이고 건물이며 거리를 밝히는 가로등이다. 수직과 수평의 도형 체계가 추상적으로 결합하면서 개인에서 가정으로, 가정에서 사회로 범주를 넓혀 나갔다. 우리가 사는 세계를 지표삼아 그 위에 사랑의 이미지를 건설한 것이다.

자연에 국한되었던 시각은 차츰 도시와 가정으로 확대되었다. 거의 모든 작품에서 보여 지는 기하학 패턴은 지붕이고 건물이며 거리를 밝히는 가로등이다. 수직과 수평의 도형 체계가 추상적으로 결합하면서 개인에서 가정으로, 가정에서 사회로 범주를 넓혀 나갔다. 우리가 사는 세계를 지표삼아 그 위에 사랑의 이미지를 건설한 것이다.

이는 또 다른 차원의 조형세계인 동시에 작가 자신에게는 재현회화와의 결별을 의미한다.  과거 유채꽃 화가로 불리며 제주의 목가적인 풍경을 진솔하게 보여 주였던 홍승욱 작가는 10년간의 연구와 시행착오를 거쳐 대상 선정에서부터 구성, 형태, 색채 등 모든 면에서 변신을 꾀했다.

▲ 화면에 등장하는 자연과 생명체 간의 조화로운 관계는 자연으로의 회귀이자 안식을 나타낸다. 작가는 “제주의 동백꽃과 흰 사슴, 제주 바다에 떠있는 배와 갈매기, 유럽에서 본 자작나무 숲... 모두 자연의 경외심과 숭고함을 느낄 수 있었던 잊지 못할 순간들이다. 그래서 하트 형태로 도식한다든지 징표를 남겨서 그 의미를 더했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사랑> 전을 발표하기까지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대학원을 뒤늦게 다녔고, 지금은 미래교육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자연스럽게 나도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면서 “기존의 방식을 고집하기보다는 시대의 흐름을 읽으면서 교감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새로운 시각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홍승욱 작가는 지금까지 총 10회의 개인전을, 한국, 일본, 미국, 중국, 몽골, 유럽 등에서 총 250여회의 단체전을 가진 중견작가이다. 현재는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 송파예술학교 이사장, 국가보훈문화예술협회 이사, 아트피아회 부회장, 한국미술협회 23대 이사 및 지역활성화 위원장, 국전작가회, 한국여류화가회, 대한민국회화제 회원, 송파미술가회 자문위원, 서울시 미술작품 심의위원, 신세계아카데미와 연세대학교 미래교육원에서 서양화 교수를 맡으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오는 10월 9일부터 14일까지 국제아트페어 코엑스태평양홀 명갤러리에서 초대전을 연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