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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희망의 색을 더하다
2016년 04월 01일 (금) 14:34:41 신선영 전문기자 ssy@newsmaker.or.kr

전진선 작가에게 식기 그릇은 단순히 정물회화의 소재가 아니다. 우리의 삶과 뒤섞여서 사물과 사람, 사물과 공간이라는 관계를 연결하는 도구이자 수단이다. 이러한 유기체적 관계를 통해 개인과 사회, 정신과 물질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표상하고자 한다.

신선영 기자 ssy@

사물의 다른 측면
   
▲ 전진선 작가.
전진선 작가의 작품은 기존의 정물회화와는 구분되는 특별한 조형세계를 갖고 있다. 단순히 대상을 재현하는 것이 아닌, 작가가 집중하고 있는 대상을 해체하고 재구성하고 재결합해서 인식의 대상을 리드미컬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작가에게 ‘그린다’는 것은 사물을 충실하게 담아내는 것 그 이상을 의미한다.

작가가 사물, 그 중에서도 식기 그릇을 선택한 이유는 ‘소통’이라는 주제에 가장 부합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사람들은 그릇을 보면서 어떤 음식을 담을지, 언제, 어디에서 쓸지를 고민한다. 또 누구와 식사할 때 사용됐는지를 떠올리며 추억하기도 한다”며 “사물과 사람과 공간을 가장 보편적으로 매개하는 것이 그릇이다. 그릇이라는 매개를 통해 소통이라는 큰 주제를 나타내고자 했다”고 작품 배경을 설명했다.

그래서 작가는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그릇을 한 화면에 담아냈다. 그릇 위에 또 다른 그릇들을 겹겹이 쌓았고, 옆에 기대 세우거나 쓰러트리기도 하면서 각각의 형상을 이미지화 했다. 모양도 색상도 크기도 제각각인 그릇들이 서로 얽히고설켜있는 모습은 우리의 존재 방식이자 소통의 관계도이다.

색채로 재생한 풍경
소통에 대한 문제제기는 표현 기법에서도 나타난다. 작가는 그 어떤 사물도 주체적이지 못하게 함으로써 물질화되고 피폐해진 현대인을 표상했다. 섬세한 채도 조절, 담채(엷은 채색)와 농채(진한 채색)의 적절한 분배, 세밀한 터치로 대상을 정밀하게 그려냈지만 정작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색채가 결여된 무채색의 향연이다. 작가는 무채색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사물 간의 경계를 흩트리고 형태를 조금씩 불분명함해서 노동의 흔적 대신 깊은 사유와 침묵의 과정을 드러냈다.

작가는 “지금 우리 사회는 소통이 부재된 상태이다. 거기에서 오는 상실감과 상처, 피로를 회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이러한 사람들에게 치유와 휴식의 시간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시간은 작품에 간간히 드러나는 빛 또는 색채의 순간이다.

   
▲ <일상을 담다> 162.2×130.3cm, oil on canvas, 2015. 작가는 그 어떤 사물도 주체적이지 못하게 함으로써 물질화되고 피폐해진 현대인을 표상했다. 섬세한 채도 조절, 담채(엷은 채색)와 농채(진한 채색)의 적절한 분배, 세밀한 터치로 대상을 정밀하게 그려냈지만 정작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색채가 결여된 무채색의 향연이다.

작가는 이 부분을 적시하기 위해 작품 사이사이에 선명한 색채들을 단편적으로 넣어서 공간 안에 또 다른 공간을 열어 보였다. 무채색 배경에 홀로그램 같은 다채색을 넣거나, 조명장치처럼 색을 부분적으로 씌워서 색의 개입을 부각했다.

작가는 ‘색채와 화면 분할’이라는 방식을 통해 우리 일상에 가시화되지 않고 있는 이면의 색들을 꺼내 보였다. 이는 혼란의 색채가 아닌, 관객의 의식을 외연으로 확장해 나가게 하는 색채로써 작품을 새롭게 장식한다.

   
▲ <일상을 담다> 80.3×65.1cm, oil on canvas, 2015. 작가는 작품 사이사이에 선명한 색채들을 단편적으로 넣어서 공간 안에 또 다른 공간을 열어 보였다. 무채색 배경에 홀로그램 같은 다채색을 넣거나, 조명장치처럼 색을 부분적으로 씌워서 색의 개입을 부각했다.

생명의 이미지
작가는 색채 활용 외에도 나뭇잎, 꽃, 새, 태아 등 생명 이미지를 중첩하는 시도를 했다. 캔버스를 나뭇잎 모양으로 오려서 붙이거나 노끈으로 태아와 탯줄을 만들어서 접목했다. 이러한 생명 에너지는 자체적임 힘을 가지고 있다. “소멸은 또 다른 생성이기도 하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생명의 에너지는 얽혀있는 관계들과 감정들을 순환시키고 정화한다.

작가는 “아무리 오래된 기억도 큰 경험으로 와 닿은 이야기는 잊혀지지 않는다. 잊혀지지 않는 데는 그만한 이유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부분들을 도드라지게 표현해서 삶을 새롭게 가꾸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 <일상을 담다> 80.3×65.1cm, oil on canvas, 2015. 작가는 색채 활용 외에도 나뭇잎, 꽃, 새, 태아 등 생명 이미지를 중첩하는 시도를 했다. 캔버스를 나뭇잎 모양으로 오려서 붙이거나 노끈으로 태아와 탯줄을 만들어서 접목했다. 이러한 생명 에너지는 자체적임 힘을 가지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치유와 휴식이라는 화두를 끊임없이 올림으로써 회화가 지닌 예술적 가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고 있다. 작가는 “앞으로도 관람객들과 감정을 교류하고 정서를 교감하는 것에 보람을 가지고 발전된 시도를 계속 해 나갈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전진선 작가는 2011년 대한민국 여성 미술대선 입선을 시작으로 화성시 문화재단 신진작가 공모기획전, 프론티어 전시회 그룹전, 와우이즘 부스 전에서 전시를 하고 한성백제미술대상전에서 입상했다. 지난 2016년 2월 갤러리 이즈에서 첫 개인전 <일상을 담다>를 열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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