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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확인된 원인미상의 폐질환 유행
첫 사망 확인 후 ‘미확인 바이러스’ 공포 급증
2011년 05월 31일 (화) 14:00:58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지난 4월 8일 감기 증세를 병원을 찾았던 임신부 장모씨(35)는 폐가 딱딱하게 굳는 섬유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결국 입원 한 달 만에 숨졌다. 입원 후 폐섬유화증이 진행되면서 체내에서 일정한 산소농도를 유지할 수 없어서 뇌, 심장, 간, 콩팥 장기들이 모두 손상됐기 때문이다.

   
▲ 이번 폐질환 감염 사태는 유행이라고 할 만큼 아직 발병 빈도수가 높지 않지만 특정 집단에서 폐질환이 유행한 사례는 국내외에서 종종 있어왔다
원인미상 바이러스에 의한 폐렴 환자가 최근 집중적으로 발견된 가운데 사망자까지 나오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그러나 미확인된 원인미상의 폐렴이 급속히 유행해 전파될 가능성은 희박하며 산모 사망의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만큼 섣부른 판단으로 과도하게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고 당부했다.

변종 바이러스에 의한 호흡기 질환 가능성 희박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을 앓다 숨진 35세 산모의 직접적인 사인은 폐렴과 그로 인한 ‘다장기 손상’이다. 다장기 손상이란 뇌와 심장, 간, 콩팥 등 여러 장기가 동시에 기능을 상실하는 상태를 일컫는다. 서울에 살던 이 환자는 초기 기침과 호흡곤란을 겪다 지난 4월 12일 처음 입원한 뒤 한 달도 채 안 돼 숨졌다. 이 산모에게서는 비슷한 증상으로 같은 대학병원을 찾은 다른 7명의 환자처럼 기도를 중심으로 생긴 염증이 양쪽 폐로 급속히 퍼져 폐가 단단해지는 폐섬유화증이 나타났다. 울산대 호흡기내과 고윤석 교수는 “사망한 환자는 영상촬영으로 나타난 소견에서 폐섬유화증을 확인했다”며 “가족의 동의를 받아 사망환자의 조직을 얻어 분석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폐섬유화를 일으키는 호흡기 질환으로는 특발성 간질성 폐렴이 있지만, 사망자처럼 건강하던 사람이 짧은 시간 내 급속히 폐섬유화가 진행되는 양상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기존에도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특발성 간질성 폐렴을 앓다 숨진 환자의 사례가 있었지만, 이번 환자처럼 입원 후 한 달 내 급속히 증상이 악화해 사망에 이르는 양상은 드물다는 설명이다. 특발성은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뜻이며 간질성 폐렴은 폐의 허파꽈리 벽을 구성하는 조직인 간질(interstitium)이 감염된 폐렴을 일컫는다. 또 기존 폐렴환자들의 초기 증상은 발열 등이지만 숨진 환자를 포함한 8명의 환자에게서 호흡곤란이 나타난 점과 유사 증상의 환자가 동일병원에 연간 2∼4사례가 발견됐다면 이번에는 주거지는 다르지만 한 달 내 8명의 환자가 발생한 것도 특이점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국내에서 수년에 걸쳐 2∼5세 유아 40명이 비슷한 증상으로 숨진 사례가 보고된 논문이 있어 병원 측에서는 관련성 여부를 확인해 볼 계획이다. 또 산모들이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 아이로부터의 호흡기 질환 감염 여부도 알아본다는 방침이다. 한편,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와 이 산모를 진료한 병원은 환자가 앓은 폐렴의 종류와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전체 8명 환자 중 단 2명에게서 일반 감기 바이러스의 한 종류인 코로나바이러스와 아데노바이러스가 검출됐지만, 이 바이러스가 새로운 양상을 보인 폐렴의 직접적인 원인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혹시라도 이 바이러스가 변종 바이러스인지는 검사를 통해 기존 바이러스와 비교해야 확인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단계에서는 변종 바이러스 가능성을 거론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다. 대한감염학회 오명돈 이사장은 “유사한 증상을 보인 환자 8명 중 발견된 2종의 바이러스는 일반 감기 환자에게서 흔히 나오는 바이러스”라며 “이 바이러스가 환자들에게서 우연히 발견된 것인지, 아니면 폐에 깊숙이 침범해 폐렴을 일으킨 것인지는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번 산모 사망의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만큼 섣부른 판단으로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숨진 산모를 포함한 유사한 증상으로 한 병원에 입원한 환자 8명의 발병 양상을 보면 지역사회 내 확산 가능성은 지극히 낮기 때문이다. 환자들의 거주지가 서울과 광주, 대전 등으로 질환의 발생장소가 다르고 직장과 학교에서 동시발생한 사례가 없었다. 대다수가 3월 발병해 다음달 입원했는데 지역사회 확산이 일어났다면 지난 4월 더 많은 환자가 발생해 전국 병원에서 유사사례가 나타나야 하지만 확산조짐이 나타나지 않았다. 따라서 신종플루와 같이 전염성이 높은 변종 바이러스에 의한 호흡기 질환의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질본은 이에 따라 일반 산모를 대상으로 한 별도의 행동지침을 내놓을 계획이 없으며 일반 산모들이 불안해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본부 이종구 본부장은 “(폐렴의 원인이) 바이러스라는 증거가 확실치 않기 때문에 정확하게 표현하면 ‘원인 미상의 폐손상’으로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에 있다”며 앞서 나간 추측을 경계했다.

발병원인과 치료법 몰라 환자불안 커져
최근 원인 불명의 급성 폐렴으로 사망자까지 나왔지만 아직 정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다른 종합병원에서도 비슷한 증세로 숨진 이가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의료계와 환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보건당국은 그러나 의학적으로 검증하기 어려운 만큼 동일 사례로 볼 수 없고, 신종플루와 같은 전염병도 아닌 만큼 지나친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 원인 불명의 급성 폐렴으로 사망자까지 나왔지만 아직 정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5월 11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원인 미상 폐질환으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6명 검체에 대한 원인 병원체 검사를 실시한 결과 1명의 환자에게서 ‘아데노바이러스 53’이 분리됐지만 나머지 5명에게서는 병원체가 분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분리된 아데노바이러스가 폐렴을 일으키기는 하지만 이번 질환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적어 이 병이 급속하게 유행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양병국 감염병관리센터장은 “환자에게서 감염을 유발하는 병원체가 발견되지 않았고, 환자 거주지가 모두 다르며, 환자 주변에서 추가 발병이 없고, 산모 이외 면역저하자에게서 유사 사례가 발견되지 않은 점에 비춰볼 때 특정한 병원체에 의한 감염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설명했다. 해당 병원의 자체적 검체 검사에서는 환자 2명에게서 일반적 계절감기 바이러스인 코로나 바이러스 OC43이 나왔다. 보건당국은 이들 바이러스가 새로운 양상을 나타낸 폐렴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병원체가 분리되지 않은 경우 건강보조식품 등 산모들이 접할 수 있는 위해요소에 대한 확인이 필요한 만큼 의료진이 개별 진료과정에서 임상적으로 규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보건당국은 다만 급성 폐렴이 신종 폐질환인지, 변형된 새로운 질병인지 확인하기 위해 동물실험과 환자 개별 심층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병원에서도 비슷한 증세로 사망한 환자가 있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는 임신 9개월째 여성(29)이 지난 2월부터 기침감기 증세를 보이다 3월 초 출산한 뒤 증상이 악화돼 중환자실로 옮겨진 지 2주 만에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폐렴을 앓고 급속한 폐섬유화가 나타났으며, 원인을 알 수 없는 점이 (최근 사망한 환자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지방의 한 대학병원에서도 석 달 전 입원한 5세 남자 어린이가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다 지난 1일 사망했다. 이 어린이도 폐섬유화 증세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병원에서는 지난 3월에도 같은 증상으로 3세 아이가 숨졌고, 현재도 어린이 환자 2명이 원인 미상의 폐렴으로 입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염병 아니라지만 정말 괜찮나
   
▲ 신종폐질환으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신종 폐질환이 임산부에게 집중
보건당국은 지난 5월 11일 원인미상 폐질환 환자 7명의 검체에 대한 원인 병원체 검사를 실시한 결과 지역사회에서 급속하게 유행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최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 입원한 급성간질성 폐렴 환자 6명으로부터 채취한 가검물에 대해 모두 20가지 병원체에 대해 검사한 결과 1건에서 아데노바이러스 53형(Adenovirus Type 53)이 분리됐고 나머지 5건에서는 병원체가 분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1명의 환자에게서 검출된 아데노 바이러스는 폐렴을 일으키지만 임산부들이 보이는 질병 양상과 차이가 있어 이번 질환과의 직접적인 관련성은 적은 것으로 본부는 판단했다. 보건당국은 ▲환자에서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병원체가 발견되지 않았고 ▲환자들의 거주지가 모두 다르고 환자 주변에서 추가 발병이 없으며 ▲산모 이외의 면역저하자에서 유사한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미확인 급성 폐렴 유행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병원체가 분리되지 않은 경우 향후 약물 또는 건강보조식품 등 산모들이 접할 수 있는 요인 중 위해요소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며 이 부분은 환자 진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이 개별적인 진료과정에서 임상적으로 규명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장은 “조사 결과 중증 폐렴 환자들이 특정 의료기관에 집중된 현상을 보이고 있지 않고 특별히 산모들에게만 특이할 만한 위험요인으로 현재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양 센터장은 또 “지금 시점에서 원인미상 바이러스성 폐렴이 신종질환이라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면서 “현재 대학병원에 있는 환자들에 대한 조사는 질병관리본부에서 계속 모니터링하고 개별 환자에 대한 심층면담과 조사는 병원 측 의료진들에게 맡기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보건당국 “폐렴 가족 전염 새로운 사실 아니다”
최근 원인이 확인되지 않은 폐질환 환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기침만 해도 불안해하는 국민들이 많다. 하지만 관련 전문의들은 이번 질환이 2009년 크게 유행한 신종플루 같은 집단 감염병은 아니며, 이번 폐질환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폐섬유화 증상 역시 새로운 양상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과거 전 세계적으로 수십만명에서 수천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인플루엔자나 2003년 중국 등에서 크게 유행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처럼 대규모 감염병이 돌면 폐렴 등과 같은 합병증 탓에 면역력이 약한 노인, 어린이, 임산부, 만성질환자들이 생명을 잃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폐질환은 집단 감염의 양상은 보이지 않고 있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장은 “이번 폐질환에 걸린 환자들의 거주 지역이 모두 다르다”며 “환자들의 주변 사람들에게 전파된 증거도 찾을 수 없어 집단 감염병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또 최근 폐렴이 급증했다는 증거 역시 관찰되지 않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폐렴이나 합병증으로 숨지는 사례의 30~50%가량이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세균이나 인플루엔자 등이 아니라면 원인보다는 환자가 어떤 상태인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렴 환자의 진료 과정에서 세균이 의심된다면 이에 맞는 항생제를 써야 하므로 원인균을 밝히는 작업이 의미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인플루엔자를 뺀 바이러스의 경우 원인을 안다고 해도 치료가 달라지지 않으므로 임상 현장에서는 원인 파악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질환에 ‘급성 간질성 폐렴’이라는 병명이 붙은 이유는 폐포(허파꽈리) 사이의 조직(폐 간질)에 섬유화 현상이 빠른 시간 안에 나타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폐의 섬유화가 진행되면 폐포 사이의 조직이 딱딱하게 굳어 숨을 쉴 수 없게 돼 결국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는 과거 탄광 노동자에게 많이 생긴 진폐증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기도 하다. 박근민 동국대 일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 섬유화는 폐렴 등이 악화돼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며 “섬유화된 조직은 다시 좋아질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섬유화되지 않은 나머지 조직이 제대로 기능하면 충분히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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