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 백자가 당대 지배계층의 상류문화를 대표하는 그릇이었다면, 막사발은 일반 서민의 문화를 상징하는 그릇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렇게 주목하지 않았던 막사발이 일본에서는 최고의 아름다운 도자기로 인정받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막사발이란 무엇일까?

▲ 김옥형 작가

우려낸 차를 그릇에 따랐을 때, 아니 찻잎을 잔에 우려낸 상태라면 잔은 이미 명나라의 청화백자나 조선관요에서 생산된 백자가 나타낼 수 없는 자연의 기물, 자기로서 찻잔이 아닌 축소된 산속 옹달샘처럼 차와 잔은 하나의 자연, 하나의 우주가 된다.
 일본에서 이도차완이라 불리며 일본의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막사발은 사람이 아닌 자연이 만든, 흙과 불과 물이 조화된 자연 그대로의 그릇이다.
 극단 민족대표 무세중선생은 막의 미학, 막사발에 대해 일찍이 “우리 한민족의 한은 바로 막과 상통한다. 한이 막이라면 막은 한의 내용을 담은 그릇이기에 막사발은 한으로 만들어지고 한을 담는다”면서 “흙을 평생 업으로 주무르고 달래고 누르고 펴며 마치 곡식을 빻아 먹을 식량을 만들듯 혼을 흙속에 빚어 넣어 흙빛을 창생 하는데, 기껏 한껏 빚어봤자 양반의 비위에 맞추기보다는 대다수 천민들이 자유롭고 유용하게 쓰이는 막사발에 한의 염력을 한꺼번에 마구 쏟아 부었던게 아니던가”하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색의 장식이 없는 자연스러움이 담긴, 우리 조상들의 생활이 묻어 있는 소박한 막사발은 꾸밈없는 아름다움으로 드러나 자연과 인공의 미를 절묘하게 배합하여 탄생한 작품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눈을 맞추는 듯한 느낌’ 같은 도자기 작업
이러한 막사발과 찻그릇으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가 있다. 자천도예의 김옥형 작가가 그 주인공. 도자기에 매료되어 1999년 본격적으로 도예에 뛰어든 그는 다른 작가보다 다소 늦은 나이에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나 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통해 그 차이를 극복했다.
김옥형 작가는 찻그릇과 막사발을 만드는 작업과정에 대해 “마치 ‘사랑하는 사람과 눈을 맞추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도자기를 사랑하고, 도자기에 깊이 빠진 그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 하겠다.

▲ 사랑하는 사람과 눈을 맞추는 듯한 느낌 그런 마음으로 작품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김옥형 작가는 색상의 화려함과 예기치 못한 우연성에 깊은 매력을 느껴서 염색에 매진한 경험이 있다.
 그후 우연한 기회에 도예를 시작하면서 염색의 화려함 보다 자연의 색, 흙이 주는 친밀함과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은근함, 볼 때마다 달리 느껴지는 느낌의 변화무쌍함에 반해서 막사발과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염색이 화려함과 경쾌함을 지닌 젊은이라면 도예는 오랜 연륜이 묻어나는 중년의 중후함과 같이 전혀 다른 것 같지만, 색을 다루는 의미는 매우 비슷해서 염색의 경험이 막사발과 찾그릇에 깊은 영향을 주고 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김옥형 작가의 도자기 사랑의 결과물로 그녀는 2005년 첫 번째 개인전에서 접시작품, 2008년 개인전에서는 차호 항아리 등 크고 작은 항아리, 지난 2010년 봄에 경인미술관에서 찻그릇 위주로 세 번째 개인전을 가졌고, 수 십회의 그룹전을 통해 왕성한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다.

김옥형 그녀의 작품세계는?
 지난 10여 년 간 김옥형 작가의 작품 활동에 대한 열정과 노력은 컬러풀, 디지털, 퓨전으로 대변되는 현대인의 삶 속에서 고향의 추억같은 흙, 그 흙으로 빚은 막사발과 찾그릇으로 빠른 변화보다 오랫동안 변하지 않고 묵묵히 곁을 지켜준 인생을 동행하는 동무같은 의미로 다가온다.
 현재 김옥형 작가는 한국도자학회, 찻그릇연구회, 한국사발학회, 단웅회 회원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작가는 “작품 활동을 달리기에 비교한다면 단거리 경기가 아닌 마라톤처럼 장거리 경기와 같다”면서 “지금은 대중적으로 큰 사람은 아니지만 천천히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작품에 대해 연구하고 나아가는 것이 지금의 저의 목표”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여러 가지 작품을 병행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던 그녀는 지금은 찾그릇에 특히 애착이 가서 막사발을 비롯한 찾그릇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세계 막사발 축제, 막걸리 막사발 명품전, 미국 텍사스 장작가마 시연회등에 적극 참여하면서 불꽃같은 열정으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 가고 있다.
 앞으로도 쉬 식지 않을 것 같은 막사발과 찾그릇에 대한 그녀의 애정은 2-3년 후로 계획하고 있는 차기 개인전까지는 물론, “며칠 후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 차 문화 대전의 참가와이후에도 다른 행사나 박람회, 학회 동호회 행사에도 꾸준히 참여할 계획”이라면서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을 많이 보고 느끼고, 장점들을 내 것으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은은한 막사발에 담긴 차를 함께 마실 수 있는 사람, 차 향처럼 여운이 오래 갈 그런 정겹고 진실한 사람을 만났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