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진 화백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박광진 화백은 홍익대 재학 시절 1957년 6회 국전에서 대학생으로는 최초로 박물관 진열장작품 <국보>로 특선의 영광을 차지했으며, 1962년 추천작가에 오른 전통 국전파로 우리나라 명산, 농촌의 초가집, 제주도 풍경 등을 즐겨 화폭에 담아 왔다.

▲ 미술계의 외교관이라고 알려진 박광진 화백

박광진 화백은 시간과 계절 그리고 풍토와 빛의 분위기를 가지고 한국의 산야를 표현해서, 즉 전체의 분위기 속으로 빛으로 둘러싸인 시각적인 환경을 묘사하는 인상파 화풍을 반영하는 작가다.

지역성 탈피해 국제적 흐름 간파
박광진 화백의 작품 세계는 초기에 소재주의적 성향이 강한 사실에 충실했지만 마티엘 등 재질의 연구와 나이프를 사용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했다. 박 화백의 그간 작품세계는 비교적 모노톤한 색조와 면의 확대 등으로 단순구성을 이루었다. 갈색과 연두빛 등 비교적 안정감이 있는 단색의 절제된 작품이었다. 1960년대 중반부터 80년대 초까지는 자연을 흠모하는 사실주의에 충실했던 박 화백은 우리의 자연을 빛에 의한 발랄하고 화사한 색채로 조화시켜 새로운 감각의 자연을 재창조에 몰두했다. 그의 작품세계에 대하여 일찍이 미술평론가 이경성 씨는 “박광진의 작품을 가장 예술적으로 성공시키고 있는 것은 그의 작품 구석구석에까지 침투되고 있는 광선에 대한 배려다”고 평한 바 있다. 이후 박 화백은 1992년 이후 프랑스 쪽을 종전보다 훨씬 자주 왕래하며 자연스럽게 시야가 넓어졌으며 구상회화도 시대에 따라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다. 지역성을 탈피해 국제적 흐름을 간파한 셈이다. 인간의 추상 본능에도 귀를 기울여야 된다고 느꼈고 현대성이 강한 구상작품을 생각한 필연적인 결과였다. 작가는 사실적인 작품을 지속하며 너무 안일한 작품세계에 함몰하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라면 작가는 스스로 변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그대로 화폭에 옮기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그는 광활한 들판에 서 있는 억새풀에서 오묘한 생명력을 찾았다. 그 공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 것으로 그간 즐겨 다루어온 억새에서 변화가 찾아온 것이다. 박 화백은 “억새풀에 숨겨진 생명력, 자연 속에 묻힌 비장의 혼을 캐내어 하나의 물상으로 표현해 내고 있다”면서 “이는 예술의 기능적 측면보다 형이상학적인 정신세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박 화백의 새로운 작품들은 구상과 비구상의 공존, 수평과 특히 수직에 의한 엄격한 화면구조를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수직의 그래픽적 요소가 많아졌다. 박 화백이 즐겨 쓰고 있는 붉은 갈색과 녹색 색조는 우리 농경문화, 황토색, 억새와 깊은 관련이 있다. 이에 대해 미술평론가 유준상 씨는 “박광진의 공간은 자연과 조형의 종합으로 발전된 기본적인 패러다임을 보여주고 있다.

▲ 제부바람

지표와 수직으로 짜여지는 공간위상이다. 수직은 지표의 형상이며, 지표의 정태가 아닌 자연의 진폭을 연상시켜 줌은 발생적인 공간과 조형적인 공간의 어우러짐 때문이라 하겠다. 강가 혹은 해변의 능선에 자생하는 갈대들의 싱그러움은 밑에서 위로 자라, 수직은 발아의 현상이며, 수액의 변용으로 자라나는 자연의 섭리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하겠다. 이것이 자연의 자족적인 공간 구성이며 그래서 자연이다. 그리고 이것이 박광진의 자연이기도 하다”고 평하기도 했다.

한국의 2007 스페인 ARCO 주빈국 결정적 역할 
우리나라 미술계의 외교관이라고 알려진 박광진 화백은 많은 미술활동을 한 작가이기도 하다. 1992년 국제조형예술협회 제13차 정기총회를 아시아권에서 일본에 이어 30여 년 만에 성공적인 국제대회를 치러냄으로써 한국미술의 잠재된 저력을 과시한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1994년 개최한 서울 전도 600주년 서울국제현대미술제 또한 한국미협이 주최가 되어 언론사와 공동주최로 대림그룹과 정부 후원 아래 치러낸 대규모 국제적 행사였다. 이때 박 화백이 운영위원장, 프랑스 미술평론가 피에르 레스타니가 총 커미셔너를 맡고 40여 개국 70여 점, 국내 작가 407여 점이 초대된 대형 전시회였다. 한편으로는 목우회 창립 때부터 활동, 국내 최초의 아마추어 미술인 단체인 한국일요화가회 창립, 미술대전에서 구상-비구상 분리 개최 등으로 구상미술 중흥과 미술의 대중화에 기여해 왔었다.

▲ 갈대

이 밖에도 박 화백은 한국미협 이사장, 유네스코 산하 기구인 IAA(국제조형예술협회)수석 부회장, 1995년 미술의해 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을 역임하였고 예술의 전당 이사, 국립현대미술관 운영자문위원, 문화관광부 문화비전 2000위원회 위원, 국무총리 정책자문위원 등 미술행정에도 많은 관여를 하였다. 미협 이사장 재임시 문화예술진흥법 중 미술관련 조항인 건축물에 미술작품을 건축비의 1% 설치하는 권장사항을 의무사항으로 개정케 한 그의 역할은 박 화백만이 해낼 수 있는 공로였다. 2007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매년 열리는 아트페어에 동양권 최초로 한국이 주빈국으로 초대되어 한국문화를 스페인 전역에 알리는 결정적 역할을 하였으며 전시 작품 거의 전부를 소장케하는 성과도 거두었다. 2002년부터 한국이 주빈으로 초대되도록 5년 여에 걸친 끈질긴 외교활동으로 2007 스페인ARCO 주빈국이 된 것이다. 예술의 정점을 위해 올라선 박광진 화백. 지금껏 추구해온 사실회화에서 오랜 산고 끝에 새롭게 펼치는 변모된 그의 작품은 시대성을 담고 신선하게 다가오고 있다. 진부하고 획일적인 양식이 만연된 국내의 사실 회화에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한 박광진 화백의 앞으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