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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의 장기 냉각시대 접어드나
우리 정부, 개성공단 운영 전면 중단 발표
2016년 03월 07일 (월) 01:31:19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정부는 지난 2월10일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제재조치로 개성공단 운영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는 당국간 대화와 교류가 전무했던 지난 2000년 이전으로 회귀하게 되었다.

장정미 기자 haiyap@

냉각관계를 유지했던 남북한은 지난 1990년대 초 남북기본합의서 타결로 화해협력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1993년 말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에서 비롯된 북핵 문제로 인해 90년대 말까지 남북 당국간 관계는 급속도로 냉랭해졌다. 북한과 미국간 협상으로 제네바 핵합의를 타결하고 북한에 경수로 원전을 지원키로 함에 따라, 우리 정부는 경수로 지원을 위한 국제기구인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을 통해 북한과 마주하기도 했으나 김대중 정부 시대에 들어서기까지 화해의 물꼬를 트지 못했다.

향후 강력한 안보리 제재 결의안 도출 의지
정부는 그간 개성공단이 남북관계 최후의 보루인 만큼 폐쇄나 철수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북한이 핵실험 한 달 만에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는 연쇄 도발을 강행하고, 관계국들간 이견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이 난항을 겪으면서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제재 카드인 ‘개성공단 철수’를 꺼낸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지난 2월2일 북한이 국제해사기구(IMO)에 지구관측 위성 ‘광명성’ 발사 계획을 통보하자 다음날인 3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직후 “북한이 로켓 발사를 강행할 경우 국제사회로부터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지난 1월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우리 정부가 강력히 추진해왔던 건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은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를 주장하는 한·미·일과 ‘적절한 제재’를 강조한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차로 한 달이 넘게 지연돼 추가 도발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중국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 직후 반대 입장을 즉각 표명했지만, 이내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주장하며 한 발 물러섰다. 알렉산드로 티모닌 주러시아대사도 2월2일 기자간담회에서 대북제재에 대해 “핵실험이 어떤 실험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이러한 입장은 북한이 장거리미사일 발사라는 추가도발을 벌인 이후에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2월7일 뉴욕에서 열린 안보리 긴급회의 직후 류제이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새 안보리 제재는 긴장을 완화시키고 북한의 비핵화를 지향하며 평화와 안정을 유지시키고 협상을 통한 해결을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고,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대사도 회의 직후 “결의 채택이 북한의 인도주의적 붕괴나 경제적 붕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러시아 입장”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가 밝힌 ‘혹독한 대가’가 허언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상응하는 대가’를 강조했으나 이후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와 개성공단 출입 인원 제한 외에 뾰족한 대응수가 없었다. 박 대통령이 제안한 ‘5자 회담’ 카드의 경우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에 부딪혀 사실상 철회됐다. 정부가 북한의 도발을 응징할 만한 마땅한 제재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독자제재 수단인 ‘개성공단 폐쇄’ 선택은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그간 우리 정부가 김정은 정권의 외화벌이 수단인 개성공단을 유지하면서 국제사회에 강력하고 실효적인 대북제재 협조를 구하는 것은 명분이 서지 않는다는 비판은 끊임없이 있었다. 북한은 개성공단을 통해 연 1억달러(1198억원)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노동자 5만4000명과 이들의 가족 20만여명의 생계가 달려있고 개성 시내 수도와 전기도 공단을 통해 공급받는다. 통일부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 당일인 2월7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을 감안해 650명 수준으로 축소한 체류인원을 500명까지 추가로 축소할 방침”이라고 1차 입장을 내놨다. 이후 2월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긴급현안보고에서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을 포함해 남북관계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홍 장관은 개성공단 관련 추가 제재조치에 관한 질문에도 “북한을 뼈아프게 응징하고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해 북한을 비핵화로 향하게 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며 부인을 하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2월10일 기자간담회에서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발표하며 “뼈를 깎는 노력 없이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를 유도할 수 없다는 엄중한 인식으로 고심 끝에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결정했다”며 “국제사회가 북한을 변화시켜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변화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주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전면 가동 중단은 사실상 폐쇄
개성공단 전면중단 방침에 따른 공단 내 인원 및 자재, 장비의 철수 절차는 2월11일부터 단계적으로 시작됐다. 주한 미군 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논의 협의 시작 발표에 이은 개성공단 전면 가동 중단 카드에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잇단 도발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2월2일 북한이 국제해사기구(IMO)에 지구관측 위성 ‘광명성’ 발사 계획을 통보하자 다음날인 3일 오전 청와대에서 NSC 상임위 직후 “북한이 로켓 발사를 강행할 경우 국제사회로부터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월4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예고와 관련 성명을 내고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지난 2월7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개성공단 중단조치라는 초강수를 둔 셈이다. 아울러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전용되는 ‘자금줄’을 차단하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또한 대북 제재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압박의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정부의 이번 개성공단 운영 전면 가동 중단은 사실상 폐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사실상 북한이 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 포기해야 개성공단을 재가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윤조 새누리당 의원도 2월11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만약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계속 개발해 나간다면 다시 재개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남광규 고려대 아세아문제 연구소 교수는 “남과 북 모두 경제적으로 손해볼 수밖에 없는데 북한이 워낙 레드라인을 많이 벗어나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북한에 대한 제재를 우리가 주도한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보여주고 국제사회를 추동하는 효과를 갖는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실효성을 거둘 수 없을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남북관계의 완충지대를 섣불리 폐쇄한 결정이라는 비판과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북한 당국이 겪는 피해가 우리 정부의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우리 정부가 마지막 카드를 썼기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 쓸 카드가 없는 상황”이라며 “남북 간에 갈등과 알력이 생겼을 때 군사적으로 직접 충돌할 가능성이 커졌다. 마지막 남은 대북 지렛대를 우리 스스로 소진한 셈”이라고 우려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피해도 막심할 듯
정부의 이번 개성공단 운영 전면 중단 발표는 정부차원의 강력한 대북제재 의지를 국제사회에 보여줌으로써 향후 강력한 안보리 제재 결의안을 도출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그러나 개성공단 폐쇄로 인한 우리 기업의 손해 등 부작용과 제재로서의 실효성 등 논란도 없지 않다. 현재 개성공단 124개 입주 기업의 생산액은 월 5000만달러(599억원)에 달하며 정부의 투자액도 5500억원을 넘는다. 2013년 3차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이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하고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 철수를 결정했을 당시 개성공단이 134일 동안 가동이 중단됨에 따라 우리 기업들은 1조원이 넘는 피해를 봤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지난 2월1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개성공단기업협회 비상 총회에서 “개성공단 입주 기업에 대한 피해 지원이 아니다. 정부가 책임을 지고 보상을 해야 한다”면서 “이번 사태로 인해 기업들이 입은 피해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이날 총회에 앞서 정부가 발표한 피해 기업에 대한 지원 대책을 들은 뒤 “3년 전인 지난 2013년 개성공단이 폐쇄됐을 때 정부가 발표한 지원 대책과 똑같다”면서 “오히려 3년 전에 있었던 구체적인 금융지원 액수가 이번에는 빠졌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또 “당시에는 막연히 재가동되겠지 하는 희망과 가능성을 느끼고 있었는데 지금은 1~2년 내에는 재개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 들어 절망감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이어 “10일 통일부 장관과의 면담 시 전면중단의 재고가 불가능하다면 입주기업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시간적 말미를 주고 11일 최대한의 인원과 차량이 출경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전했다”면서 “정부 측도 이해하는 것 같았지만 실상은 전혀 이행되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정 회장은 “이번 대책을 보니 입주기업을 범정부적으로 지원한다고 했는데 정부의 일방적 결정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지원하는 게 아니라 정부가 합당한 책임을 지고 보상을 해야 맞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돈 빌려준다, 세금 면제해준다는 게 답이 아니다. 3년 전에도 입주기업들과의 면담도 없이 일방적으로 지원 대책을 발표하며 대국민 차원 홍보만 했는데 이번에도 달라진 것 없고 전혀 진일보하지 않았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는 “향후 얼마나 길어질 싸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피해를 구제받기 위해서 우리의 억울한 맺힘을 풀기 위해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할 것”이라며 “더 나아가 공단 재가동이 가능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개성공단의 참가치를 알리고 개성공단이 이 나라의 평화와 긴장 완화 및 남북관계 개선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발표한 피해보상 대책은 대단히 미흡하다는 게 입주기업의 공통된 반응”이라며 “일단 구체적인 피해조사를 정부와 함께 진행한 뒤 구체적 근거를 갖고 보상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 고위 당국자는 개성공단 재가동 여부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전적으로 북한에 달려있다”고 했다. 이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 우려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전면 가동 중단 조치를 해제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게 대체 생산부지를 알선하고 경협 피해 보상금 지급을 비롯한 각종 산업·금융 조치를 마련한 점으로 미뤄 기업들의 영구 철수까지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 입주기업의 철수와 더불어 공단 가동 중단 상태가 지속되면 사실상 ‘청산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크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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