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록파 시인 박두진 탄생 100주년

▲ 박두진 시인

1939년 초 시인 정지용이 ‘문장’지의 시 추천위원으로 위촉된다. ‘문장’은 그해 2월 1일 창간한 월간 문학지로 이태준을 소설, 이병기를 시조 추천위원으로 위촉해놓고 있었다. 정지용은 그해 4월 조지훈의 ‘고풍의상’을 시작으로 6월에는 박두진의 ‘향현’과 ‘묘지송’, 9월에는 박목월의 ‘길처럼’과 ‘그것은 연륜이다’ 등 신예작가 3명의 시를 2~3개월 간격으로 추천했다. 훗날 ‘청록파’로 불릴 3인의 신예 시인은 이렇게 자신들의 문재를 발휘할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청록파는 곧 시작된 일제의 조선어와 조선 문화 말살정책으로 몇 편의 시를 추가로 발표한 것 말고는 우리말로 된 시를 더 이상 발표하지 못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1940년 8월, ‘문장’이 1941년 4월호를 마지막으로 폐간되어 발표 지면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로써 우리말 문학은 지하로 들어가거나 끊어지는 암흑의 동면기로 접어들었다. 시인들은 골방에서 몰래 우리말로 시를 썼고 그 시들은 감춰졌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 해방이 되었다. 해방 후 이들 세 시인의 시에 주목한 것은 을유문화사의 조풍연 대표였다. 그의 눈에 세 시인의 시풍은 다른 듯하면서도 닮아 보였다.
1946년 3월 당시 을유문화사에 근무하는 박두진이 경주의 박목월에게 “급히 상경해 달라”는 전보를 쳤다. 두 시인은 곧바로 조지훈의 집에 찾아가 공동시집 발간을 모색했다. 조지훈과 박목월은 구면이었다. 그냥 안면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시를 주고받으며 정감을 나누던 사이였다. 1942년 조지훈이 경주의 박목월을 찾아갔을 때 박목월은 경주역에서 ‘조지훈 환영’이라는 플래카드를 흔들며 맞았다. 두 사람은 경주 인근의 옥산서원에서 여러 날을 함께 묵으며 가슴을 텄다. 헤어진 후 조지훈이 경주의 감흥을 시로 쓴 ‘완화삼’을 ‘목월에게’라는 부제를 붙여 편지로 보냈고 박목월은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노을이여-지훈’이라는 부제가 붙은, 교과서에 실려 유명해진 ‘나그네’로 화답했다.
세 시인의 첫 만남이 있고 3개월이 지난 1946년 6월 6일 한 권의 시집이 을유문화사에서 출간되었다. ‘한국 서정시의 본향’ ‘순수 자연시의 발원’으로 평가받는 ‘청록집’이었다. 시집은 당시 유행하던 좌우 이데올로기를 배격하고 오직 바르게 문학을 하자는 시정신에 입각해 꾸며졌다.
시집 제목 ‘청록집’은 박목월의 원고 중 하나인 ‘청노루’에서 땄다. 대표 저자로는 박두진의 이름을 올리고 작품은 박목월 편, 조지훈 편, 박두진 편의 순서로 배열했다. 작품 수는 박목월이 15편으로 가장 많았으며 조지훈과 박두진이 각각 12편을 실었다. 우리말을 말살하려던 일제 말기에 숨어서 쓴 이 청록집이 있었기에 우리나라 암흑기의 시문학사는 명맥을 온전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청록집은 당시에는 흔치 않은 재판(1949)을 찍을 만큼 인기를 끌었다.

“우리 고유의 심성을 담아낸 기념비적 시집”

세 시인의 시풍을 구체적으로 파고 들어가면 공통점보다는 다른 점이 눈에 띈다. 하지만 시 세계 외적인 면에서는 공통점이 많았다. 1939년 정지용의 추천으로 등단하고, 일제 말기의 암흑기와 해방공간의 혼란기에 현실에서 초연한 태도로 자연을 소재로 시를 썼으며, 자연을 메시지 전달의 수단이 아닌 대상 그 자체의 의미로 파악한 최초의 시인들이라는 점이 그랬다. 해방 후 세 시인 모두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에서 교수로 재직한 것도 닮은 점이었다.
시풍에서는 차이가 있었다. 박목월은 향토적 서정을 간결하고 선명한 이미지로 노래하고, 조지훈은 전통문화를 소재로 민족 정서를 형상화했으며, 박두진은 기독교적 세계관에 기반한 자연과 인간의 이상적 조화라는 개성 있는 시풍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그 후 청록집에는 “민족 말살 정책으로 모든 예술 활동이 억압받는 와중에 우리말 시를 고집하며 우리 고유의 심성을 담아낸 기념비적 시집” “해방공간의 좌우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 서정시의 본향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순수 서정시”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제시대의 암울한 현실을 외면” “행동하지 않고 침묵”했다고 비판한다.
남북 간 이념이 격심하게 대립하던 해방공간에서 세 시인은 과감하게 현실에 뛰어들었다. 해방 후의 문단은 친일 잔재의 냉엄한 현실보다도 양분된 이데올로기 청산이 과제였다. 세 시인은 ‘청록집’ 발간을 준비하고 있던 1946년 4월에 결성된 ‘조선청년문학가협회’에도 함께 이름을 올려 연대를 과시했다.
조선청년문학가협회는 해방 직후 좌익계 문인들이 발 빠르게 결성한 ‘조선문학가동맹’에 맞선 민족문학 진영의 전위 세력이었다. 소설가 김동리가 초대 회장으로 활약하고 청록파의 세 시인, 정지용, 서정주, 유치환, 최태응, 조연현 등도 회원으로 활동했다. ‘청록집’ 발간 후 세 시인의 문학적 재결합 시도는 없었다. 서로 다른 곳을 지향한 것이 주요 이유였다. 그래도 그들은 ‘영원한 청록파’로 기억되고 있다.
 
주로 기독교적 이상과 윤리 의식을 바탕으로 한 詩 써

박두진은 1916년 3월 10일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나 1934년 서울로 올라왔다.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내면에서는 언젠가 반드시 공부를 하겠다는 열망이 꿈틀거렸다. 측량사무소, 경성부청, 금융조합 등을 전전하던 박두진이 교회 문을 두드린 것은 19살 때였다. 이후 신앙은 일제강점기의 절망과 10살 때부터 고민하던 실존 등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구원의 길이 되었다. 문학에 눈을 뜬 것도 그 무렵이었다. 습작 초기에는 주로 민요조에 도취하고 민족의 애수를 노래했다. 그런 그에게 ‘문장’지의 출현은 충격이자 경이였다.
1939년 6월 ‘향현’과 ‘묘지송’이 정지용에 의해 추천되어 ‘문장’에 실린 것을 포함해 1940년 1월까지 ‘낙엽송’ ‘의’ ‘들국화’ 등 모두 5편이 세 번에 걸쳐서 추천되었다. 박두진은 훗날 데뷔 때의 감정을 이렇게 밝혔다. “가슴이 벅차 메어지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흐느껴 울었습니다…. 하나님, 하나님 하고 기도밖에는 더 나를 누를 수 있는 것이 없었어요.”
그러나 기쁨과 감동도 잠시뿐 ‘문장’은 1941년 4월호를 마지막으로 폐간되었고 그의 시는 지면을 찾지 못했다. 박두진은 ‘문장’ 폐간 후 아무 곳에도 발표하지 못한 20편의 시를 쓰며 조용히 해방을 기다렸다. 1946년 ‘청록집’ 발간에 이어 1949년 5월 첫 시집 ‘해’를 출판했다. 박두진이 생전에 회고했듯이 “일제의 강압 검열 하에서 받는 온갖 제약을 타개하기 위한 시의 유일한 혈로는 정치나 사회 세계가 아닌 자연”이었다. 이런 박두진을 가리켜 정지용은 “삼림에서 풍기는 식물성을 가진 신자연의 시인”이라고 평했다.
광복 후에는 투철한 현실 인식이 드러나는 작품을 많이 발표했고 관심도 자연에서 인간으로 옮아갔다. 1960년대 이후에는 주로 기독교적 이상과 윤리 의식을 바탕으로 한 시들을 썼다. 그렇다고 기독교의 테두리에만 머무르지 않고 우주의 생명과 질서에까지 자신의 시 세계를 확장했다.
그는 보통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였는데도 1955년 연세대 교수로 임명되었다. 그 역시 고비 때마다 사회문제에 발언해온 대쪽 같은 지식인이었다. 청록파 시인 중 가장 치열하게 현실을 인식하고 저항 정신을 표출했다. 4·19혁명 때는 선두에 서서 중앙청까지 행진했고 5·16 쿠데타 때는 이를 공격하는 글을 신문에 기고해 곤욕을 치렀다. 담시 ‘오적’ 재판 땐 법정에서 김지하를 옹호했으며 노년에는 “오늘 우리 문학의 병은 사상적 도피 현상과 비평 의식의 결여, 무내용한 언어유희와 말초”라고 질타했다. 1998년 9월 16일 마지막 그의 죽음으로 ‘청록파’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세계 최초 우주 도킹 50주년
1965년 3월 18일 소련의 보스호트 2호가 우주로 발사되었다. 26시간 동안 지구를 17번 회전한 2인승 보스호트 2호가 두 번째 소련 상공을 통과할 때 우주비행사 알렉세이 레오노프가 우주선에서 빠져나와 우주공간에서 10분간 유영함으로써 그는 세계 최초로 우주를 유영한 우주인이 되었다. 세계인은 4.6m 길이의 밧줄로 자신을 우주선에 연결한 채 강력한 태양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특별장비를 갖춘 우주복을 입고 우주 유영을 하는 레오노프를 TV로 지켜보며 열광했다.

▲ 제미니 8호가 아제나와 도킹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은 제미니 8호에서 바라본 아제나 모습

그 무렵 미국의 우주비행사들도 우주 유영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미국은 우주 유영이 충분히 가능한 상태였지만 안전 위주의 정책 때문에 결국 우주 유영 최초 기록을 소련에 넘겨주어야 했다. 6월 3일 미국도 우주비행사 에드워드 화이트와 제임스 맥디비트를 태운 2인용 제미니 4호를 발사했다. 화이트는 미국 최초로 21분 간의 우주 유영을 하는 기쁨을 맛보았다. 소련의 레오노프 소령보다 3개월 늦긴 했으나 1965년 4월 발사된 통신위성 얼리버드 덕분에 지구에서는 더욱 많은 사람이 생생하게 이 광경을 TV로 시청했다.
역사적인 우주 유영을 마친 그에게 통제센터로부터 “제미니 4호로 돌아가라”는 지시가 떨어졌을 때 “인생에서 가장 슬픈 순간”이라고 털어놓은 화이트의 푸념은 얼리버드 통신위성을 통해 전 세계에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화이트는 지구에 무사히 돌아왔으나 18개월 후 아폴로 1호 훈련 도중 사망했다.
미국의 ‘제미니 프로젝트’는 ‘머큐리 프로젝트’가 끝나고 아폴로호의 첫 비행이 시작되기까지의 공백 기간인 2년 동안 달 착륙에 필요한 각종 난제들을 해결하는 게 임무였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임무가 아폴로의 달 착륙을 위해 우주선의 랑데부와 도킹을 성공시키는 일이었다. 도킹은 우주에서 두 우주선을 결합하는 기술이고 랑데부는 도킹을 위해 두 우주선의 상대속도를 0으로 일치시켜 두 우주선이 도킹할 수 있도록 위치와 방향을 맞추는 기술이다. 랑데부와 도킹이 이뤄진다면 거대한 로켓이 천체에 직접 이·착륙할 필요가 없고 궤도상에서 연료를 공급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반드시 확보해야 할 필수기술이다.
미·소 양국은 랑데부와 도킹에서도 경쟁을 벌였으나 이 분야에서만큼은 미국이 앞서나갔다. 미국의 첫 랑데부 실험은 아틀라스 로켓 상단에 아제나 로켓을 붙여 발사한 후 이것을 제미니 6호의 랑데부 대상으로 삼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틀라스 로켓에 실려 날아올라간 아제나가 로켓과 분리되자마자 폭발해버려 결국 우주에서 아제나와 결합하려던 제미니 6호의 발사는 취소되었고, 비행은 무기한 연기되었다. 그러다가 해결책으로 나온 것이 유인 우주선인 제미니 7호와 6A호를 연속으로 발사해 처음 발사된 것을 랑데부 대상으로 삼도록 하자는 안이었다.

제미니 8호의 도킹 성공은 미국이 소련의 우주 기술을 앞지르는 분수령

랑데부는 1965년 12월 15일 미국 우주선 제미니 6A호가, 11일 전인 12월 4일 먼저 발사되어 지구 위를 돌고 있는 제미니 7호를 쫓으면서 시작되었다. 6A호가 발사되었을 때 7호는 지구로부터 근거리 160km, 원거리 328km의 타원궤도를 돌며 320km 떨어진 지점을 지나고 있었다. 랑데부는 두 우주선이 시속 2만 8136km 속도로 궤도를 선회하고 있을 때 태평양 마리아나 군도 위 약 297km 상공에서 이뤄졌다.
오후 8시 34분, 마침내 두 우주선이 상대 우주선을 옆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이후 6시간 동안 0.3~90m의 간격을 유지한 채 지구를 2바퀴 돌았다. 제미니 6A호는 랑데부 시도가 성공했다는 점을 확인한 뒤 지구로 개선했고, 7호는 3일 동안 더 우주에 머물러 330시간의 우주 체재 기록을 세웠다. 이로써 인간의 우주 탐험은 또 하나의 벽을 넘게 되었다. 미국은 스푸트니크(최초 인공위성)와 유리 가가린(최초 우주비행사)에 밀려 한껏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었다.
1966년 3월 16일, 닐 암스트롱과 데이비드 스콧을 태운 미국의 2인승 우주선 제미니 8호가, 41분 전에 발사되어 지구궤도를 돌던 무인위성 아제나 로켓에 세계 최초로 도킹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미국의 달착륙 프로젝트는 속도를 더했다. 당초 제미니 8호에 부여된 임무는 2가지였다. 하나는 도킹이었고 다른 하나는 우주 유영이었다.
도킹을 위해 제미니 8호와 아제나의 거리가 46m까지 접근하는 데 5시간 43분이 소요되었다. 36분 후 지상 통제센터에서 “도킹하라”는 명령이 떨어졌고, 뒤이어 암스트롱이 “도킹했다. 순조로웠다. 진동조차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흔들림이 심해져 두 비행사는 위험을 피해 도킹을 해제했다. 이 때문에 스콧의 우주 유영은 취소되었다. 제미니 6A호·7호의 랑데부 성공에 이은 제미니 8호의 도킹 성공은 미국이 소련의 우주 기술을 앞지르는 분수령이 되었고 우주 개발에도 새로운 전기가 되었다. 1963년부터 1966년까지 총 12회 발사된 ‘제미니 프로젝트’에는 모두 16명의 비행사가 동원되고 11억 달러가 소요되었다.
미·소 우주 라이벌 간의 도킹이 계획된 것은 1972년 5월 닉슨이 소련을 방문했을 때였다. 양국 정상은 우주에서 사고가 났을 때 서로 구조 활동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도킹 프로젝트를 성사시켰지만 상대국의 로켓 기술을 파악하기 위한 속셈도 깔려 있었다. 프로젝트 합의 후 번호가 없는 아폴로(미국)와 소유즈19호(소련)가 도킹 기종으로 결정되었다. 미국은 토머스 스태퍼드 선장과 도널드 슬레이턴, 밴스 브랜드를, 소련은 알렉세이 레오노프 선장과 발레리 쿠바소프를 비행사로 선발했다.
소련의 레오노프는 1965년 세계 최초로 우주 유영을 했던 비행사이고 미국의 스태퍼드 선장은 같은 해 제미니 6A로 세계 최초의 랑데부를 성공시킨 베테랑 비행사였다. 스태퍼드는 도킹을 위한 우주 비행에 앞서 소련 측 레오노프와 계급을 맞추기 위해 준장으로 승진했다.

사상 최초로 미·소 양국 비행사 우주에서 악수 교환

두 선장은 매일 전용 핫라인을 통해 대화를 나누며 친밀감을 쌓았다. 도킹 후 스태퍼드는 러시아어로, 레오노프는 영어로 말해야 했기 때문에 각각 1000시간 동안 상대국의 언어를 익혔고, 양국에서 각각 8회씩 총 16회 만났다. 발사에 앞서 미국과 소련 모두 긴장했다.
소련은 14년 역사의 우주 비행에서 발사일과 발사시간을 사전 공개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고, 미국은 발사 1주일 전부터 매일 밤 천둥번개가 몰아쳐 자칫 발사를 연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누가 먼저 발사할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있었으나 결국 소련이 먼저 발사하기로 합의해 소유즈 19호는 아폴로호보다 7시간 30분 먼저 발사되었다.
도킹에 앞서 아폴로는 소유즈보다 55km 아래쪽 궤도를 돌면서 거리를 좁히고 44시간 동안 도킹을 준비했다. 아폴로보다 기동성이 떨어지고 덩치가 작은 소유즈는 대기 자세를 취했고 아폴로는 도킹에 필요한 궤도와 속도를 유지하며 도킹을 준비했다. 그리고 마침내 1975년 7월 17일 16시 19분(UTC·세계시), 아폴로호와 소유즈 19호가 포르투갈로부터 1000km 떨어진 대서양 상공에서 도킹에 성공했다. 도킹 3시간 후, 스태퍼드가 아폴로 해치를 열고 유영하며 소유즈로 옮겨 탔다. 사상 최초로 양국의 비행사가 우주에서 악수를 교환했을 때 두 우주선은 영국을 지나 프랑스 상공을 지나고 있었다.
양국 비행사들은 44시간 동안 공동생활을 하고 양국 국기와 기념메달 등을 교환하며 영원한 우정을 약속했다. 양국 비행사들이 4차례나 상대국 우주선에 옮겨타 활동하는 모습은 전 세계에 TV로 생중계되었다. 7월 19일 15시 26분(세계시) 두 번째 도킹까지 성공시킨 뒤 소유즈는 6일에 걸친 비행을 끝내고 카자흐스탄에 착륙했고, 아폴로는 궤도 위에서 3일간 더 머물며 빙산을 관찰하고 지질판에 의한 지진 발생이라는 새로운 학설을 검증하는 등의 연구과제를 수행하다 지구로 귀환했다. 총 도킹 시간은 1일 23시간 7분 3초였다.

■주기철 목사 순교
지난해 성탄절, 소리 없이 9%가 넘는 시청률을 올린 TV 프로그램이 있다. KBS TV가 방송한 ‘일사각오(一死覺悟) 주기철’. 일제의 신사 참배 강요를 거부하며 맞서다 순교한 주기철 목사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였다. 이 다큐가 극장용 영화 ‘일사각오’로 다시 태어나 3월 17일 개봉한다.… 영화는 57분짜리 다큐에서 30분 정도 분량을 살리고 새로 촬영해 115분 분량으로 제작됐다. <동아일보 2016년 2월 19일>

▲ 주기철 목사

193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한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는 신앙을 지키기 위한 한국 개신교의 피눈물로 이어졌다. 일제가 일본의 고유 신앙인 신도(神道) 사원을 전국 각지에 세워 조선인들의 참배를 강요하면서 많은 교회와 목회자가 하나님 대신 폭력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고 신사참배를 거부하는 과정에서 50여 명이 순교하고 2,000여 명이 옥고를 치르는 수난을 당했다. 이 신사참배 반대운동에 앞장선 대표적인 인물이 주기철 목사(1897~1944)다. 그는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죽음까지 불사한 한국 개신교의 상징이다.
주기철은 경남 창원에서 태어났다. 보통학교를 마칠 무렵 우연히 고향에서 이광수의 강연을 듣고 1913년 평북 정주의 오산학교로 진학했다. 1915년 오산학교에서 세례를 받고 1916년 연희전문 상과에 입학했지만 건강 때문에 그해 여름 학업을 중단하고 낙향했다. 고향에서 교회 활동과 청년운동에 종사하던 그는 1920년 9월 유명 부흥사 김익두 목사의 ‘성령을 받으라’는 설교를 듣다가 갑자기 자신의 죄를 깨닫고 1922년 3월 평양신학교에 입학했다.
1925년 12월 신학교를 졸업하고 1926년부터 부산 초량교회에서 5년, 1931년부터 마산 문창교회에서 5년간 담임목사로 봉직했다. 한때 그의 설교 내용은 물론 음성과 태도까지 모방하는 주기철 붐이 전국 교회에 번질 정도로 그는 유력 목사가 되었다. 일제가 신사참배로 한국 교회의 목을 조여오던 1935년 12월 주기철은 그 유명한 ‘일사각오(一死覺悟)’ 연설로 교인들의 마음을 바로잡아 주었다. “예수를 버리고 사는 것은 정말 죽는 것이요. 예수를 따라 죽는 것은 정말 사는 것이다.… 피로써 전하여 온 부활의 복음을 우리 또한 피로 지키고 피로 전하자. 오늘 우리에게도 부활의 복음을 위한 일사각오!”
주기철 목사가 평양 산정현교회 담임목사로 초빙된 것은 1936년 7월이었다. 오산교장을 지낸 조만식 장로가 친히 주기철을 맞으러 마산까지 달려가 “우리는 산정현교회의 주인 목사를 환영하는 것이 아니라 평양교회의 주인 목사를 환영하는 것이요 조선의 주인 목사를 환영하는 것입니다.”라고 환영 인사를 할 정도로 주기철은 목회자로서 좋은 평판을 얻고 있었다.
주기철은 부임 후 첫 설교에서 “신사참배는 십계명의 제1계명과 같이 여호와의 이름에 대한 범죄요, 하나님께 대한 배신”이라며 더욱 옥죄어오고 있는 신사참배를 강하게 부정했다. 그러나 천주교, 성결교, 구세군, 성공회 등은 1936년부터 하나둘 신사참배를 결정했다. 끝까지 신사참배를 거부해온 장로회 평북노회마저 1938년 2월 신사참배로 돌아섰다. 그러자 평북노회의 신사참배에 격분한 평양신학생 장홍련이 1938년 2월 8일 신학교 뜰에 있는 평북노회장 김일선 목사의 기념식수를 뽑아버리고 그 앞의 비석을 부숴버리는 일이 벌어졌다.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죽음까지 불사한 한국 개신교의 상징

일경은 주기철을 주모자로 몰아 투옥했다. 주기철은 5월에 석방되었으나 농촌 재건 신앙운동과 관련된 의성농우회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혐의를 받아 1938년 8월 멀리 경북 의성경찰서에 또다시 수감되었다. 그러나 진짜 구속 이유는 1938년 9월 평양 서문밖교회에서 전국 17개 노회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인 조선예수교장로회 총회 때문이었다. 여기서 다뤄질 “신사참배는 종교가 아니라 국가의식”이라는 신사참배 결정이 주기철의 개입으로 무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었다.
주기철은 1939년 2월 5일 주일 새벽에 풀려났다. 그는 바로 산정현교회로 달려가 유언과도 같은 ‘다섯가지 나의 기도’라는 제목의 설교를 했다. 1.죽음의 권세를 이기게 하여 주옵소서. 2.장기간 고난을 견디게 하여 주옵소서. 3.노모와 처자를 주님께 부탁합니다. 4.의에 살고 의에 죽도록 하여 주옵소서. 5.내 영혼을 주님께 부탁합니다.
주기철은 1939년 8월 세 번째로 구속되었다. 이번에도 표면적인 이유는 신사참배 반대였으나 실은 그가 없는 사이 그의 목사직을 파직하고 산정현교회를 폐쇄할 계략의 일환이었다. 실제로 주기철이 1940년 4월 가석방되었을 때 목사직은 1939년 12월 19일에 파직당하고 산정현교회는 1940년 3월 24일 폐쇄되어 있었다.
주기철이 네 번째로 투옥된 것은 1940년 6월이었다. 일제의 가혹한 고문이 이어졌고 그로 인한 후유증으로 심한 육체적 고통을 겪었다. 그래도 신사참배를 거부하자 일제는 주기철을 굴복시키기 위해 아내와 노모, 그리고 열 살의 막내아들을 지하 취조실로 불렀다. 그들은 가족이 보는 앞에서 주기철의 손을 뒤로 묶어 공중에 매달고선 발길로 차고 목검으로 내리쳤다. 주기철은 공중에서 그네처럼 흔들리며 괴로워했다. 노모는 그 자리에서 혼절했고 부인은 엎드려 기도했다. 막내아들은 이후 실어증에 걸려 3~4년 동안 심하게 말을 더듬었다.
모두 5년 4개월에 걸친 투옥과 고문으로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1944년 4월 21일 밤 9시, 주기철은 하나님의 부름을 알았는지 마지막 기도를 했다. “내 영혼의 하나님이시여, 나를 붙들어 주시옵소서.” 그것으로 끝이었다. 한국 교회사에 영원히 빛날 위대한 순교자가 하나님 곁으로 떠난 것이다. 주기철을 파직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평양노회는 2006년 4월 16일 주기철 목사에 대한 노회원 자격을 복권시키며 참회예배를 올렸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