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보 영 원장, 가수 김동아

꽃피고 새가 우는 춘삼월이 온다. “3, 삼, 三, 參, 셋”은 우리 한민족과는 땔 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숫자다. 내가 있다고 소리쳐도 들어주는 대상이 없다고 생각을 해보라. 그래서 “하나”가 “둘”을 만든 궁극적인 목표가 바로 이 “셋”을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셋”의 의미는 모든 설명과 명분을 아우르는 철학이며 희망을 말한다. 天, 地, 人, 父, 母, 子, 공간, 소리, 빛 등 3(삼)을 글로 적어보면 생각하지 않은 모든 생활, 역사, 희망을 총 망라할 수 있으며 우리 조상들은 ‘셋‘을 잘 표현하고 생활에 활용해왔다. 우리도 이런 3(삼)을 생각하면서 그 가치를 찾아가자.

1. 우리 생활민속예술의 가치
개울에 얼음이 녹고 땅 속에서는 봄을 재촉하는 새싹들이 움트며, 양지바른 곳에서 생명이 질긴 쑥은 인간들의 음기보충을 위해 변함없이 돋아난다. 그 여린 쑥을 사정없이 잘라 쑥국이나 쑥떡도 해먹고 하던 관습은 지금이나 수백 년 전이나 크게 변함이 없다. 그렇지만 살아가는 모습은 달라도 너무 많이 다르다. 끼니를 채우기 위하거나 새봄의 먹거리로 준비를 하지만, 먹는다는 과정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데, 지난날에 먹을 때는 배가 고파 끼니로 먹었고, 지금은 건강을 위해 먹고 쑥뜸으로도 사용한다. 이렇듯 쑥을 뜯고 냉이도 캐며 진달래꽃을 따는 봄이 오면 농경사회에서 공동으로 농사일에 나선다. 백두대간을 따라 자리 잡은 강원도와 경북은 깊은 산세를 가진 환경 속에서 목도와 만개(땅다지기)소리를 선창과 후창으로 메기고 받는 메나리 토리(뫼(山)아리 소리), 일명 동부민요가 탄생하였다. 힘을 모으는 소리를 두 사람이 하면 배가 되고 네 사람하며 배의 배, 8배 이상 에너지가 되어 농사일을 즐기며 하였다.

지금은 농사도구들이 대부분 박물관과 실내장식으로 사용한다. 그렇지만 아직도 일부 산골짜기 오지에는 소달구지에 손때 묻은 연장을 사용한다. 이런 모습을 방송이나 카카오톡으로 접할 때는 지난날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때는 힘은 들었지만 이웃을 위하고 음식도 나누어먹으며 웃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인성이 있었다. 음력의 절기로는 정월 대보름은 한 해를 처음 시작하는 달로서 그 해를 설계하고 1년의 운세를 점쳐보는 달이다. 그래서 정월은 천지인(天地人) 삼자가 합일하고, 모든 부족이 하늘의 뜻에 따라 사람과 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화합하는 달이라고 한다. 2월 초하루는 하늘에 있는 영동할매가 보좌관으로 딸과 며느리를 해마다 번갈아 데리고 오는데, 그 비유를 표현한 것이 바람이 불면 딸을 데리고 온다고 한다. 딸이 차려입은 치마가 나풀대어 더 예쁘게 보이도록 바람을 이르켜 오면 흉년이 든다고 믿었다. 만일 비가 오면 며느리가 곱게 차려입은 명주치마를 얼룩지게 하기 위해 비를 오도록 하는 것으로 풍년이 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며느리를 데리고 오게 하기 위하여 2월 초하룻날 부엌에서 떡을 쪄서 먹는 등 많은 음식을 차려놓고 빌었다. 농경사회에서는 대부분 가을 농사일을 끝내고 자식들 혼사를 많이 하는 계절이다. 음력 삼월 삼짇날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진달래꽃을 따다가 찹쌀가루에 반죽하여 둥근 떡을 만드는데 이것을 화전놀이라 한다. 화전놀이에 남정네들은 절대 참여하지 않으며 여성들만 모여 놀음과 솜씨를 자랑하며 화전가를 지어 불렀다. 소리가사 속에 삶의 덕담을 시작으로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아 자연스럽게 동내 이웃가정의 생활과 성격을 익힌다. 이런 만남과 화합으로 친분과 정을 나누고 새색시 솜씨도 보고 부족하면 도와주고 잘하면 덕담을 해주며 용모와 성격을 파악한다. 그리고 동네에 좋은 잔칫날이나 공동 작업을 할 때, 잘하는 일을 정하고 이웃과 동내 주민과의 인연을 맺으며 함께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 이런 정신을 심어주는 화전놀이 생활문화도 이제는 찾아보기 어렵다.

2. 전통 생활민속예술을 되찾자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맞는 놀이는 무엇이 있을까? 손안에 들어오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고개 숙여 게임에 중독되어 혼자만 울고 웃는다. 서로 등돌리고 패거리 짓는 개인주의가 판을 치는 모습이다. 이것을 접게 하고 서로 인사 나누며 소통하는 사회로 만들고, 우리의 가장 자랑인 함께 뭉치는 문화예술을 만나보자. 손에 손잡고 밀고 댕기는 강강술래를 해보면 어떤가? 매기는 소리와 받는 소리에 허리를 굽혀주고 등위로 누가 밟고 가는지 볼 수도 없고 봐서도 안되는 행이 속에 시누이 등도 밟고 시어머니 등도 밟으며 섭섭한 마음도 풀어보자. 이런 문화와 예술을 다시 찾아내는 것이 문화융성이요, 일자리와 우리의 가치를 찾는 길이다.

▲ 황보 영 원장 ㅎㆍㄴ울북춤 공연장면

우리가 변하고 배우자. 모든 것을 대화 속에서 찾아내도록 적극 참여해보자. “난 저건 못해”에서 “나도 같이하자”고 나서보자. 온가족이 함께 즐겨야 행복하다. 이제는 부모 계획에 자식을 키우기보다 자식과 함께 성장하며 즐기는 인생, 가족 각자가 적성에 맞고 잘 할 수 있는 재주를 찾는 공부를 하자. 또한 온가족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꾸준한 대화를 하며 행복을 느껴보자. 민속생활예술에 함께 참여하고 함께 배우며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열어서 보고 듣는 명인이 되고 명창이 되자. 우리 것을 우리가 모르면 누가 관심을 가져주겠는가. 최고의 말과 최고의 글을 가져도 우리가 쓰지 않는다면 누가 가치를 높여 줄 것인가? 이제는 모든 분야에 문화와 예술을 함께 즐기며 생활하자.

3. 전통 생활민속예술을 함께 안아보자
어떤 사람이 네팔의 눈 덮인 산길을 걷고 있었다. 아무리 걸어도 민가는 보이지 않았다. 그때 멀리서 여행자 한 사람이 다가왔고 둘은 자연스럽게 동행을 하게 되었다. 동행이 생겨 든든하게 걸어가는데, 눈길에 웬 노인이 쓰러져 있었다. 그대로 두면 눈에 묻히고 추위에 얼어 죽을게 분명했다. 동행자에게 제안했다. "이 사람을 데리고 갑시다. 이봐요, 조금만 도와줘요." 하지만 동행자는 이런 악천후엔 내 몸 추스르기도 힘겹다며 화를 내고는 혼자서 가버렸다. 하는 수 없이 노인을 업고 가던 길을 재촉하며 얼마나 지났을까? 몸은 땀범벅이 되었고, 더운 기운에 노인의 얼었던 몸까지 녹아 차츰 의식을 회복하기 시작했으며, 두 사람은 서로의 체온을 난로 삼아 춥지 않게 길을 갈 수 있었다. 얼마쯤 가자, 멀리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두 사람이 도착한 마을 입구에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어 '무슨 일일까?' 했다. 사람들이 에워싼 눈길 모퉁이엔 한 남자가 꽁꽁 언 채 쓰러져 죽어있었다. 시신을 자세히 보고 깜짝 놀랐다. 마을을 코앞에 두고 눈밭에 쓰러져 죽어간 남자는 바로 자기 혼자 살겠다고 앞서가던 그 동행자였기 때문이다.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다고 우리는 착각할 때가 많이 있다. 그러나 혼자보다 둘이 좋고, 둘보다 셋이 좋은 세상은 더불어 의지하며 살아가는 ‘정’ 깊은 세상인데 말이다. 힘들 때 옆에서 위안과 도움을 주는 사람이 얼마나 고마운지를 알면서 세상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우리 전통 생활민속예술은 나보다 먼저 나라, 이웃, 가족을 위하는 생활놀이가 되고, 예술이 되고, 인문학이 되어야 한다. 이런 생활민속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해보자.

4. 전통 생활민속예술로 함께 호흡한다
손에 잡은 스마트폰 속에 넘쳐나는 정보의 내용에 많은 사람들이 현혹되어 있다. 흥미롭지만 검증이 안된 내용이 많고, 진실로 보기도 힘들다. 사람의 마음만 아프게 하고 불신을 키우는 역할도 한다. 특히 국민과 지역민을 위해 일한다는 국회의원이나 예비후보들이 당에서 지역공천과 경선도 하기 전에 불신과 비방하는 다양한 정보가 스마트폰에 떠돌아다닌다. 지역발전과 국가발전을 위해 다양한 비전과 전략을 소문내도 시원치 않을 판인데, 비판과 불신만 증폭시킨다. 또한 외국에서 들여온 체조, 요가가 마치 예술인양 공연하는 것을 보자. 허리에 뼈도 없는 것처럼 유연하다 못해 지렁이처럼 흐물흐물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정말 박수를 보내며 손에 땀이 나고 보고 있으면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우리의 전통 생활민속예술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우리 생활민속예술은 소리, 춤, 장단 모두가 호흡을 중심으로 나의 재주보다 함께 매기고 받으며 모두가 주인공이고 주체 자가 된다. 세시풍속의 한 장르인 풍장놀이는 사람의 가슴속에 심장을 뛰게 하고 어께 춤이 저절로 나온다. 또 북소리를 들으면 말달리는 땅의 진동소리와 소의 심장소리로 느껴지고 내 심장과 함께 울려 퍼진다. 북소리에서 땅의 진동소리로 느껴지는 ‘말’은 서로에게 표현하는 ‘말’과 소리도 같으며 글도 같고 소통한다는 명분도 같다. 대한민국 생활민속예술은 글로벌 시대에 딱 맞는 지구촌 예술이다. 3~40년 전에는 우리 제품이 선진국 물건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부지런함이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으나 지금은 중국의 산업화에 밀려 일자리가 줄어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지만 세계정보화시대가 되면서 극히 일부만 알던 대한민국의 뿌리에 대해 세계인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이제 우리가 즐기고 행복하게 나가는 국가의 100년 슬로건은 디자인이다. 좋은 옷과 음식, 집, 자동차, 가전제품, 컴퓨터 등을 다 갖추고 생활한다고 얼마나 만족한 삶을 살고 있는가?

이제는 바뀝시다. 즐겨봅시다. 한 번 더 웃고 좋은 말하고 상대편에서 생각합시다. 옛 조선, 고조선의 신물 3가지를 살펴보면 다물활, 북, 검 중에 북이 있는 이유는 소통과 화합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제 타악기로는 가장 오래되면서 잘 디자인된 북과 우리 고유의 춤으로 마음껏 말할 수 있는 글로벌 시대가 되었다. 이런 우리 생활민속예술에 지구촌 전 인구가 모여들어 손에 손잡고 밀고 당기고 뛰고 메기고 받는 문화를 즐기는 시대가 21세기 글로벌 시대다. 우리 것을 흥겹게 즐기고 세계로 나가자. NM